K정원에 반한 英찰스국왕, 韓작가 안아줬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5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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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약초 모티브 황지해 작가
英 ‘첼시 플라워쇼’ 경쟁부문 금상
더타임스 “풍경처럼 느껴지는 작품”

22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명 정원·원예 박람회 ‘첼시 플라워쇼’에서 찰스 3세 영국 국왕(왼쪽 사진 왼쪽)과 
포옹하고 있는 한국의 정원 디자이너 황지해 씨. 그는 이날 주요 경쟁 부문 ‘쇼가든’에 지리산을 소재로 한 ‘백만 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를 출품해 4개 팀과 금상을 공동 수상했다. 황 씨 전시팀 관계자가 한복을 입고 황 씨가 만든 정원에서 한국 차를 마시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지해 씨 제공·런던=AP 뉴시스
22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에서 열린 유명 정원·원예 박람회 ‘첼시 플라워쇼’에서 찰스 3세 영국 국왕(왼쪽 사진 왼쪽)과 포옹하고 있는 한국의 정원 디자이너 황지해 씨. 그는 이날 주요 경쟁 부문 ‘쇼가든’에 지리산을 소재로 한 ‘백만 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를 출품해 4개 팀과 금상을 공동 수상했다. 황 씨 전시팀 관계자가 한복을 입고 황 씨가 만든 정원에서 한국 차를 마시는 포즈를 취하고 있다. 황지해 씨 제공·런던=AP 뉴시스
“포옹해도 될까요?”

22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 ‘첼시 플라워쇼’에서 정원 디자이너 황지해 씨(47)는 자신이 제작한 정원을 함께 둘러본 찰스 3세 영국 국왕에게 조심스레 물었다. 찰스 3세는 환하게 웃으며 따뜻한 포옹으로 화답했다. 영국 왕실 인사들이 대중과 악수 이상 접촉을 하는 일은 흔치 않다. 찰스 3세의 등을 감싼 황 씨의 두 손은 고된 작업으로 마디마디 붕대가 감겨 있었다.

찰스 3세는 세계 최대 정원 및 원예 박람회인 첼시 플라워쇼 개막일인 이날 경쟁 부문 작품 중 황 씨의 정원을 가장 먼저 둘러봤다. 지리산 약초를 모티브로 한 ‘백만 년 전으로부터 온 편지(A Letter from a Million Years Past)’라는 제목의 정원이었다. 찰스 3세 국왕은 정원을 둘러본 뒤 ‘멋지다(brilliant)’, ‘경탄할 만하다(marvellous)’라는 등 찬사를 쏟아낸 것으로 알려졌다.

황 씨는 23일 경쟁 부문인 ‘쇼 가든’에서 금상을 수상했다. 그는 가로 10m, 세로 20m 땅에 모데미풀 지리터리풀 남바람꽃 천삼 오미자 세뿔투구꽃 등 한국 약초를 3주 동안 심어 지리산 동남부 약초 군락을 재현했다. 개울 흐르는 산비탈을 표현하고자 지형에 높낮이를 두고 돌 200t 이상을 썼다. 약초꾼들의 건조장을 본뜬 5m 높이 목조건물도 세웠다.

황 씨의 정원은 지속가능성 및 환경과의 공존을 강조한 이번 플라워쇼의 메시지와 맞아떨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플라워쇼를 주최한 영국 왕립원예협회(RHS)는 황 씨의 작품에 대해 “토종 약초 1000종 이상이 자라는 지리산의 균형 잡인 생태계와 토종식물 멸종을 막은 한국의 생태 복원 프로젝트를 소개한다”고 설명했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는 “정원이라기보다 풍경처럼 보인다. 바위, 개울 그리고 한국 토종식물이 돋보인다”고 평론했다.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한 황 씨는 첼시 플라워쇼에서 2011, 2012년 연속 1위에 올라 한국 조경에 대한 관심을 세계에 불러일으켰다. 2012년 프랑스 동부 롱르소니에에 전남 순천만을 테마로 영구 보존되는 정원 ‘뻘: 순천만, 어머니의 손바느질’을 조성하기도 했다.

#황지해 작가#첼시 플라워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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