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교도소 ‘만델라 소년학교’
교도관들이 18세 미만 41명 가르쳐
교실에선 수감번호 아닌 이름 불러
검정고시 이어 대입준비반 신설
“이 교실에서만은 수형번호 대신 이름을 부릅니다.”
5일 서울 구로구 서울남부교도소 안에 있는 ‘만델라 소년학교’ 교실. 이곳에서 만난 최준 교도관(35)은 “대학 시절 국어교육과 전공을 살려 아이들에게 사회와 한국사 과목을 가르치고 있다”며 “학생들과 교류하면서 받은 편지만 서랍 한가득”이라고 했다.
3월 문을 연 학교의 이름은 1993년 노벨 평화상을 받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이름에서 따왔다. 교훈은 “인생의 가장 큰 영광은 결코 넘어지지 않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넘어질 때마다 일어서는 데 있다”는 만델라 전 대통령의 명언이다.
이 교실에선 김천 소년교도소에 수감돼 있던 18세 미만 소년수형자 중 학업의 꿈을 가진 41명이 이감돼 수업을 받고 있다. 교도소 안이지만 교실인 만큼 따뜻한 느낌을 주는 나무 소재로 지었고, 벽에도 초록색 페인트를 칠했다. 교실과 자습실, 체력단련공간을 갖췄고 성인 수형자들과는 동선을 철저히 분리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성인 교도소 내에 따로 교육과정을 만들어 학교처럼 정규 수업을 진행하는 건 처음이다. 교사 자격증을 갖춘 교도관 5명이 교사 역할을 맡아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10분까지 국어 영어 수학 사회 등을 가르친다. 준법정신을 기르기 위한 인성 교육과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의 진로교육 등도 진행된다. 반성문과 감사 편지 쓰기 시간도 있다.
교도관이지만 교사를 겸하는 만큼 진로 상담도 맡는다. 최 교도관은 “생각보다 많은 아이들이 본인의 불투명한 미래에 대해 고민하다 상담을 요청해 오는 걸 보면서 아이들이 사회에 나가면 변화할 수 있겠구나 하는 희망을 품게 됐다”고 했다.
올 4월 고졸 검정고시에서 7명, 중졸 검정고시에서 4명의 합격자를 배출하는 성과도 냈다.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한 수형자들은 하반기 새로 생기는 ‘대학입시반’ 수업을 듣게 된다. 평소 동물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수의학과 진학을 희망하거나 심리학과에 진학하고 싶다고 말하는 수형자들도 생겼다.
교도소 내에 대학입시반이 생기는 것도 처음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고졸 검정고시 이후 학업 단절이 없도록 입시반을 만들겠다”고 약속하면서 신설이 결정됐는데 역시 교도관들이 대입 강의를 담당한다. 최 교도관은 “대학 입시 강의를 하려면 우리도 많은 공부를 해야 해서 진땀을 흘리며 준비하고 있다”면서 “교육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교과 교사 확보와 물적 지원이 이뤄지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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