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마약류통합관리센터 가보니
마약 단속 75%가 향정신성의약품… 프로포폴 등 유통 과정 총체적 감시
5년간 취급보고 수억 건 빅데이터화… 과다처방 포착 땐 수사 자료 제출도
“지난달 청소년 대상 식욕억제제 판매 등 마약류 의약품의 오남용 기획 감시를 할 때는 직원 20여 명이 전국 의료기관 60곳을 돌아다녔어요. 소수 인원이 전국을 담당하느라 바쁩니다.”
송현수 식품의약품안전처 마약류오남용감시단 태스크포스(TF) 단장은 12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감시단은 프로포폴, 펜타닐 등 마약류 의약품의 오남용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올해 4월 26일 신설된 식약처 산하 기구다.
검찰에 따르면 올해 3월 향정신성의약품 단속 건수는 1195건으로 전년 동월 대비 45% 증가했다. 올해 1∼3월 마약류 사범 단속 건수 4124건 중 3106건(75.3%)이 향정신성의약품 단속이었다. 감시단은 민간 전문가 협의체를 포함해 120명 규모로 구성돼 있으며 프로포폴, 펜타닐, 식욕억제제, 졸피뎀 등 마약류 의약품의 오남용과 의료쇼핑 환자에 대한 감시를 총괄한다.
● 마약류통합관리센터에서 유통 정보 감시
감시단은 정기적으로 ‘테마’를 정해 기획 감시도 실시한다. 지난달에는 청소년 대상 마약류 의약품 오남용과 ‘식욕억제제 오픈런(매장 문이 열리길 기다렸다가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달려가는 것) 성지’를 테마로 점검을 실시했다. 송 단장은 “지난달 청소년 대상 마약류 의약품 4종(졸피뎀, 프로포폴, 펜타닐, 식욕억제제)에 대한 60개 의료기관의 ‘취급보고’를 점검했고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함께 ‘식욕억제제 오픈런’ 성지로 유명한 5개 의료기관에 대한 합동점검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감시단이 ‘마약과의 전쟁’에서 활약하는 데는 ‘마약류통합관리센터’의 역할이 크다. 마약류통합관리센터는 병원, 약국 등 마약류 의약품 취급자의 마약 및 향정신성의약품의 취급보고를 모니터링한다. 취급보고란 마약, 향정신성의약품의 수출입, 제조, 판매, 폐기, 투약 등의 유통 정보를 말한다.
센터에서는 마약(펜타닐, 모르핀 등)와 프로포폴은 ‘중점관리 대상’, 그 외 향정신성의약품(졸피뎀, 식욕억제제, 항불안제 등)은 ‘일반관리 대상’으로 관리한다. 중점관리 대상과 일반관리 대상은 관리, 취급보고 기한이나 항목에서 차이가 있다. 마약류통합관리센터에서는 하루에 40여만 건, 1년에 1억 건 이상의 마약류 의약품 취급보고가 이뤄지며, 5년간 6억 건의 데이터가 누적돼 마약류 의약품 관리 체계의 ‘빅데이터화’를 이뤄냈다.
● 분석한 정보는 검찰-국회 등에 공유
센터에서는 마약류 의약품의 취급보고 데이터를 감시 항목에 맞게 추출해 식약처나 국회, 검찰 등에 제공하는 역할도 한다.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배우 유아인(본명 엄홍식) 씨도 취급보고 데이터에서 2021년 프로포폴 과다 처방 정황이 포착돼 덜미를 잡혔다.
경기 안양시에 있는 마약류통합관리센터는 (마약류)정보분석팀, 시스템운영팀, 제도지원팀 등 3가지 팀으로 나뉘어 있다. 정보분석팀은 매일 들어오는 수십만 건의 취급보고 데이터를 분석한다. 시스템운영팀은 마약류통합관리 시스템의 기술적인 부분을, 제도지원팀은 공무원 대상 교육 등 외부 교육 부문을 담당한다. 정보분석팀 관계자는 “정보분석팀의 경우 식약처는 물론이고 통계청, 검찰, 국회 등 연계 기관에 대외 자료를 제공하는 일이 잦다”며 “주로 데이터를 분석, 추출하는 일이 많다 보니 컴퓨터 프로그램이나 코딩에 능해야 하고 무엇보다 꼼꼼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보분석팀 내 데이터 품질관리파트는 매일 40여만 건의 취급보고를 일일 점검하고, 오류를 찾아내 수정한다. 센터의 데이터 오류율은 비슷한 제도를 운영 중인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히 낮다. 장재혁 마약류시스템운영팀장은 “마약류통합관리센터 내 취급보고 오류율은 0.07% 정도로, 미국 등 비슷한 제도를 운영 중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현저히 낮은 수치”라며 “취급보고에 이상한 점이 발견되면 곧바로 취급처에 연락해 재확인한다”고 말했다.
● 하수처리장에서도 마약류 동향 감지
식약처에서는 데이터 관리뿐만 아니라 하수처리장을 통해서도 마약류 동향을 파악하고 있다. 8일 식약처는 2020∼2022년 하수역학 기반 불법 마약류 사용 행태 결과를 발표했다. 하수역학이란 하수처리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잔류 마약류의 종류와 양을 분석하고 인구 대비 마약 사용량을 추정하는 기법이다.
식약처가 전국 17개 시도 하수처리장에서 필로폰, 암페타민, 엑스터시, 코카인, LSD 등 마약류 7종의 잔류량을 분석한 결과, 필로폰이 3년 연속으로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검출됐으며 엑스터시의 사용추정량이 3년 만에 1.5배로 증가했다.
필로폰의 경우 3년 연속 조사 대상이었던 34개 하수처리장에서 모두 검출됐으며, 인구 1000명당 평균 사용추정량은 약 20mg 내외로 조사돼 마약류 중 가장 높은 사용량을 보였다. 엑스터시 사용추정량의 경우 2020년 1.71mg에서 2022년 2.58mg으로 3년 만에 1.5배로 증가했다. 검출된 하수처리장도 2020년 19곳에서 2022년 27곳으로 늘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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