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이 자사의 양자 컴퓨터가 100큐비트 이상의 규모에서 일반적인 방식의 슈퍼컴퓨터 성능을 뛰어넘는 결과를 입증했다고 14일(현지 시간) 밝혔다. 기존의 컴퓨터를 뛰어넘기 위해 1000큐비트 이상의 양자 컴퓨터가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었지만 연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이즈를 줄여 100큐비트 규모로도 만족스러운 결과를 낸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표지논문에 게재됐다.
일반적인 컴퓨터가 정보의 기본 단위로 0과 1로 표현되는 ‘비트’를 쓰는 데 비해 양자 컴퓨터는 0과 1의 조합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큐비트’를 기본 단위로 한다. 2비트짜리 고전(일반) 컴퓨터는 00, 01, 10, 11의 조합을 처리할 때 4번 동작해야 하지만 2큐비트 양자 컴퓨터는 한 번에 처리할 수 있어 속도가 4배 빠르다. 비트 수가 많을수록 계산 속도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다.
문제는 이 큐비트가 서로 간에 간섭을 미치는 ‘노이즈’ 현상 때문에 이론적인 계산 속도가 빨라도 더 높은 연산력을 입증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양자로 구성된 큐비트는 미세한 온도 변화나 진동, 즉 노이즈에 따라 오류가 발생한다. 이에 학계와 업계에서는 양자 컴퓨터가 어떻게 노이즈를 줄이고 고전 컴퓨터보다 유용하게 쓰일지가 관심사였다.
IBM 연구진은 127큐비트의 자사 ‘이글 양자 컴퓨터’가 같은 문제를 수천 번 풀도록 했다. 이후 각각의 사례마다 노이즈 발생을 측정하고, 이 결과를 다시 컴퓨터에 학습시켜 노이즈를 줄여 나갔다.
류훈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양자정보응용연구팀장은 “기존에는 큐비트의 수가 아무리 많아도 노이즈 등 오류가 많아 성능이 제한됐는데, 이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이라면서도 “다만 양자 컴퓨터가 (모든 영역에서) 고전 컴퓨터를 뛰어넘은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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