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환자 살리려 병원 옆 살던 의사였는데…”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1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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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산병원 심장외과 주석중 교수
자전거로 병원 오다 트럭 치여 숨져
수술 받은 환자들 조문 문의 쇄도
“많은 생명 살렸는데 못지켜드려”

심장병 환자들의 ‘생명의 은인’으로 평생을 살아온 의사가 있었다. 동료들에게 “환자밖에 모르는 바보”라는 평가를 받던 그는 병원 코앞에서 벌어진 불의의 사고로 허망하게 세상을 떠났다. 서울아산병원은 이 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주석중 교수(61·사진)가 16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18일 밝혔다.

병원과 경찰에 따르면 주 교수는 16일 오후 1시 20분경 서울 송파구 풍납동의 한 아파트 단지 앞 교차로에서 자전거를 탄 채 횡단보도를 건너려다 우회전하던 덤프트럭에 치였다. 사고 직후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이날 끝내 회복하지 못했다. 점심시간 잠시 짬을 내 개인 용무를 보고 병원으로 돌아오던 중 벌어진 일이었다. 전날 밤까지도 가족과의 식사 약속을 뒤로한 채 수술방에서 응급 환자의 목숨을 구한 그가 허망하게 세상을 등지면서 애도의 목소리가 줄을 잇고 있다.

18일 서울아산병원에 차려진 주 교수의 빈소에는 오전부터 동료 의료진과 환자들의 조문이 이어졌다. 병원 관계자는 “이날 아침부터 병원으로 조문을 문의하는 환자들의 전화가 걸려왔다”고 전했다. 주 교수에게 대동맥류 수술을 받았다고 밝힌 한 환자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내가 건강하게 잘 지낼 수 있었던 건 ‘예술’처럼 수술해 주신 교수님 덕분”이라며 “많은 생명을 지켜주셨는데 우리가 교수님을 지켜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고 적었다.

김경환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이사장(서울대병원 교수)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밤을 새워 진행된 잦은 응급 수술로 피로가 누적된 게 사고의 원인이 된 건 아닐까 싶어 더욱 안타깝다”고 말했다.

주 교수는 생전 심장혈관흉부외과 중에서도 대동맥 박리 등 응급 수술이 필요한 분야를 전문적으로 진료해 왔다. 급성 환자의 경우 이틀 이내에 수술을 받지 않으면 2명 중 1명은 사망에 이르게 되므로 밤낮으로 응급 수술이 잦고, 수술 시간도 길어 심장혈관흉부외과 안에서도 ‘기피 분야’로 꼽힌다.

주 교수는 생전 대외적으로 본인을 크게 알리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분야에서 헌신적인 의술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응급 환자가 발생했을 때 빠르게 수술실에 도착하기 위해 집도 병원 근처에 구해 살았다. 평소 과로를 걱정하는 가족들에게 그는 “환자가 회복되면 괜찮다”고 말해왔다.

경찰에 따르면 주 교수가 사고를 당한 시점 횡단보도 신호는 빨간불이었다. 경찰은 덤프트럭 운전자를 입건하고 우회전 시 일시정지 의무를 위반했는지를 조사하고 있다.

#아산병원#심장외과#주석중 교수#조문 문의 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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