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새로운 감염병 유해 대비해 의료시스템 개선해야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6월 22일 03시 00분


김남중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김남중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김남중 대한감염학회 이사장
우리를 오랫동안 괴롭혔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유행의 위세도 크게 줄었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나라의 하루 신규 코로나19 확진자는 1만 명을 넘고 있어 유행이 끝난 것은 아니다. 수많은 감염 분야 전문가들도 새로운 감염병이 앞으로도 반복될 것으로 생각한다. 외국 전문가들은 우리나라가 코로나19 유행에 상대적으로 잘 대응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의료 시스템은 새로운 감염병 유행에 잘 대응할 수 있을까?

우리가 새로운 감염병 유행에 상대적으로 잘 대응할 수 있었던 이유는 신종 인플루엔자와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 경험이 있어서다. 유행을 겪으면서 방역 대응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어 역학조사관을 늘렸고 질병관리본부(현 질병관리청)의 역량을 강화했다.

또 병원 내 감염 전파의 위험을 깨닫게 되어 감염 예방을 차단하기 위한 격리시설, 감염병 관리시설을 확보했다. 하지만 새로운 유행에 대비하기 위해 몇 가지 중요한 개선점이 남아 있다.

첫째, 방역대응과 의료대응의 조화가 필요하다. 신종 감염병이 유행하면 사회에 감염병이 퍼지지 않도록 하는 방역대응의 중요성이 강조되면서 의료대응에 영향을 준다. 2020년 대구지역 코로나19 유행 시기에 유전자증폭(PCR) 검사에서 두 번 연속 음성인 경우 격리 해제라는 방역 정책은 증상이 없어졌으나 격리시설에 머물러야 하는 환자의 불편과 격리시설이 절실한 코로나19 환자가 집에서 대기해야 하는 혼란을 가져왔다. 의료자원은 한정되어 있으므로 방역대응 결정 과정에서 의료자원의 효율적 사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둘째, 중앙감염병전문병원과 권역감염병전문병원의 설립을 서둘러야 한다. 메르스를 겪고 나서 우리나라 감염병 대응의 컨트롤타워를 담당할 중앙감염병전문병원과 권역감염병전문병원을 건립하기로 결정했지만 여러 이유로 현재까지 진행이 더디다.

셋째, 국가적 차원에서 새로운 치료제와 백신 개발 역량을 키워야 한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이 크게 발전했으나 치료제나 백신 개발 분야에서는 아직 선진국과 격차가 상당하다. 코로나19 같은 팬데믹에서 치료제와 백신을 구하기 위해 각 나라가 각자도생해야 하는 어려움을 겪었다. ‘백신 주권’이라는 단어로 요약할 수 있듯이 우리나라의 독립적 개발기술 확보가 중요하다.

넷째, 병원의 다인실을 모두 2인실 이하로 변경해야 한다. 다인실에 감염병 환자가 입원하면 같은 공간에 있는 주변 환자들에게 감염병이 전파될 위험이 커진다. 원내 감염 전파를 최소화하기 위해서 병원 내 모든 병실을 2인실 이하로 줄이는 정책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꼭 실행해야 한다.

다섯째, 감염병 전문의, 중환자 전문의를 포함한 전문 인력 확충이 절실하다. 코로나19 유행 기간에 많은 전문가는 주당 80시간을 훌쩍 넘는 장시간 근무를 감당했다. 개인의 헌신적 노력으로 극복하는 것은 지속 가능하지 않아 시스템을 잘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새로운 감염병은 나타날 것이고 부족한 부분을 개선해 나가야 지금보다 더 잘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감염병#유행 대비#의료시스템 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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