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김응수입니다. 30일 서울 예술의전당 리사이틀홀에서 제 이야기를 풀어가고자 합니다. 이번 연주는 제 인생과 예술의 동반자였던 피아니스트 고(故) 채문영의 독주회로 예정되어 있던 연주였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응수 씨(47)의 지인들은 25일 이렇게 시작되는 문자를 받았다. 깜짝 놀란 사람도 적지 않았다. 피아니스트 채문영 씨는 올해 4월 9일 암투병 끝에 향년 45세로 세상을 떠났다.
김 씨는 2021년 아내 채 씨의 반주로 앨범 ‘다스 레벤(삶)’을 발매하면서 당시까지의 이야기를 털어놓은 바 있다. 서울예고 선후배인 두 사람은 유학 중이던 2003년 결혼했다. 김 씨가 2004년 스페인 마리아 카날스 듀오 소나타 부문에 갓 결혼한 아내와 함께 나간 건 생활비가 모자라 상금이 절실했기 때문이었다.
1등 상금을 손에 쥐었지만 김 씨는 안면 마비로 유럽 일정을 포기했다. 2012년 한양대 교수가 돼 안정된 삶을 찾았지만 채 씨에게 암이 찾아왔다. ‘다스 레벤’ 발매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남편을 반주했던 채 씨는 당시까지는 비교적 건강한 모습이었다.
이들의 지인들은 “두 사람은 어려운 가운데서도 삶과 예술에서 서로를 버텨왔다”며 안타까워했다. 채 씨의 타계로 예정됐던 독주회 대관은 취소됐지만 김응수는 수시대관을 신청해 같은 날 자신과 아내의 팬들을 만나게 됐다.
김 씨는 “누구나 다 겪을 일이겠지만 저에겐 너무 이르게 찾아왔습니다. 연주 수익금과 모든 후원금은 장학금으로 기부될 예정입니다”라고 문자에 남긴 글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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