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현민 한양대 구리병원 피부과 교수
운동 싫어하다 우연히 달리기 입문… 4개월 만에 마라톤 하프코스 도전
풀코스 4회 만에 3시간 38분 기록… 마라톤 시작한 후 운동 습관 정착
주 4회 운동, 자전거 출퇴근도
서현민 한양대 구리병원 피부과 교수(36)는 30대 초반까지도 운동을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전공의 때 수영을 배운 적이 있지만 아주 잠깐이었다. 심지어 걷는 것조차 좋아하지 않았다. 사실상 운동과는 담을 쌓았다고나 할까. 그랬던 그가 요즘은 마라톤 대회가 열리기만 손꼽아 기다린다.
5년 전 여름, 우연히 한강공원에 갔다가 ‘한번 달려볼까?’ 하는 호기심이 생겼다. 주행거리를 측정해보기로 했다. 달리기 애플리케이션을 내려받았다. 그날 3㎞를 달렸다. 운동하면서 느낀 첫 성취감. 그렇게 서 교수는 마라톤에 빠져들었다.
●“체중 줄이려고 달리다”
한강 둔치 공원에서 처음 달릴 즈음, 서 교수에게는 고민이 있었다. 바로 늘어나는 체중이었다. 해야 할 일도 많았고, 써야 할 논문도 많았다.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야식을 자주 먹었다. 그러다 보니 체중은 적정치에서 8∼9㎏ 정도를 초과해 74㎏까지 늘었다.
부작용이 나타났다. 우선 체력적으로 힘이 들었다. 업무 집중도도 떨어졌다. 모니터를 응시할 때 집중해 보려고 얼굴을 들이밀다 보니 거북목 증세도 생겼다. 게다가 술을 마시면 숙취가 심해 온종일 두통에 시달렸다.
다이어트가 절실한 상황. 서 교수는 일단 식이 다이어트를 시작했다. 음식 섭취량을 줄이기 위해 저녁 한 끼만 먹었다. 채소와 신선한 음식을 골라 먹었다. 하지만 식욕만큼은 제어하기가 힘들었다. 슬금슬금 음식 섭취량이 늘었다. 식이 다이어트는 결국 실패했다.
다이어트에 성공하려면 운동을 병행해야 한다는 ‘진리’를 절감했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달리기를 접했다. 그러니까 체중을 줄이기 위해 달리기를 택했는데, 그 달리기가 지금은 ‘인생 운동’이 된 셈이다.
운동을 해 본 적이 없으니 처음에는 꽤 힘이 들었다. 하지만 주행 거리가 늘어날 때마다 성취감도 커졌다. 새로운 풍경을 감상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서 교수는 “달릴 때마다 내 몸이 성장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럴수록 달리기에 더 빠져들었다”고 말했다.
●“대회 참가할 때마다 기록 경신”
한 달이 지났다. 서 교수는 난도 높은 목표를 설정했다. 당장 동아일보와 서울시가 공동 주최한 2018년 서울달리기대회에 하프코스(21.0975㎞) 참가 신청서를 냈다. 달리기 시작하고 4개월 만에 마라톤 하프코스에 도전한 것이다.
이때부터 이틀에 한 번꼴로 5㎞를 달렸다. 한 지방자치단체가 주최한 10㎞ 달리기 대회에도 시험 삼아 출전했다. 목표했던 1시간보다 30초 일찍 들어왔다.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하프코스도 충분히 해 볼 만하다고 생각했다.
실제로 결과는 좋았다. 서울달리기대회 하프코스를 1시간 58분에 주파했다. 목표했던 2시간보다 2분 일찍 결승선을 끊은 것. 대회를 열심히 준비하다 보니 건강도 절로 되찾았다. 몸이 우선 날렵해졌다. 그사이에 체중은 무려 16㎏이 빠졌다. 몸의 군살이 사라지는 것과 비례해 업무 집중도도 높아졌다. 거북목 증세도 사라졌다. 음주 후에 그토록 괴롭히던 숙취와 두통도 없어졌다.
다음 목표는 풀코스 완주. 이듬해 6월부터 주행 거리를 늘려 나갔다. 처음에는 매월 150㎞를 달렸고, 얼마 후에는 이를 250㎞로 늘렸다. 또 20㎞ 이상의 장거리를 쉬지 않고 달리는 훈련도 서너 차례 했다. 이어 한 번에 35㎞를 주파하기도 했다.
4개월 이상 집중 훈련을 한 서 교수는 2019년 11월, 처음으로 마라톤 풀코스에 도전했다. 4시간 이내에 결승선을 통과하는 게 목표였다. 결과는 3시간54분5초.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이후로도 서 교수의 도전은 계속됐다. 그때마다 기록은 단축됐다. 현재까지 서 교수는 네 차례 풀코스에 도전했다. 이 중에서 가장 좋은 기록은 올 3월 서울국제마라톤에서 달성했다. 3시간38분18초였다. 서 교수는 “겨울 추위 때문에 훈련은 쉽지 않았다. 그래도 틈날 때마다 달린 덕분에 결과가 좋게 나왔다”며 웃었다.
●“매주 4회 이상 운동, 습관이 되다”
서 교수에게는 최종 목표가 있다. 아마추어 마라토너로서 3시간 이내에 풀코스를 주파하는 것이다. 이 기록을 달성하려면 평소에 체력을 키워놓아야 한다. 게다가 서 교수는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은 편이다. 가족력 때문이다. 당연히 약은 먹지만 운동을 하지 않으면 콜레스테롤 수치는 더 높아질 수 있다.
이런 이유로 인해 서 교수는 꾸준히 운동하고 있다. 그토록 운동을 싫어하던 사람이, 이젠 운동을 하지 않고는 몸이 근질거리는 사람으로 변한 것이다. 사실 처음 마라톤에 도전한 후로 한동안 운동을 중단한 적이 있다. 4∼5개월 정도 방심했을 뿐인데 그사이에 다시 10㎏ 이상 불어났다. 운동의 필요성을 다시 깨달았다. 이후 마라톤 대회를 준비하며 다시 몸을 만들었다. 이후로는 운동을 중단한 적이 없다. 이때부터 운동은 ‘당연한 습관’이 됐다.
마라톤 대회가 몰려 있는 시즌에는 당연히 달리기 위주로 운동한다. 평일에는 이틀에 한 번꼴로, 주말에는 매일 달린다. 시즌이 아닌 3∼7월에도 매월 평균 100㎞를 채운다. 이를 달성하려면 2, 3일마다 5㎞ 이상 달려야 한다.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시속 10㎞의 속도로 30분 정도를 채운다. 비시즌에는 추가로 하체 근력을 강화하기 위해 자전거를 탄다. 진료가 있는 토요일에는 대체로 병원까지 왕복 40㎞를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평일에도 가끔은 자전거로 출퇴근한다.
이렇게 하다 보니 매주, 최소한 4일 이상은 중간 강도 이상의 운동을 하고 있다. 요즘에는 오전 5시 반에 일어나 1시간을 달린 뒤 출근하는 날이 많다. 병원 업무가 많을 경우에는 오전 4시에 일어나 달린다.
●“달리기 초반엔 몸 풀면서 천천히”
서 교수는 “마라톤 대회에 출전하며 무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다. 대회에 참가하기 전에 나의 달리기 데이터를 분석하고, 그 결과에 맞춰 목표를 설정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가령 서 교수는 대회를 앞두고 주 5회 달렸다. 최장 36㎞에 이를 때까지 1, 2주마다 거리를 늘리면서 달렸다. 서 교수는 “마라톤을 완주할 수 있는 체력을 만들기 위해 나름대로 철저하게 계산한 훈련이다”고 했다. 서 교수에 따르면 약 10㎞를 50분 이내에 주파할 수 있는 체력과, 4시간 정도를 느리게 달릴 수 있는 능력 등 두 가지만 갖춘다면 풀코스를 4시간 이내에 주파할 수 있다. 자신은 이 과학적 사실에 기반해 훈련했을 뿐이라는 것.
평소 달리기 연습을 할 때도 요령이 있다. 일단 시작하기 전에 가볍게 스트레칭을 한다. 움직이면서 1, 2분 동안 100회 정도 다리를 번갈아 들어 올린다. 때로는 앉은 채로 다리를 풀어준다.
달릴 때도 처음부터 속도를 내지 않는다. 보통 첫 1㎞를 달릴 때는 목표 시간보다 30초 정도 여유 있게 설정한다. 가령 1㎞를 6분에 달린다고 하면 일부러 6분 30초 정도로 시간을 맞추는 것. 이런 식으로 달리면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다.
운동을 끝낸 후에는 반드시 5∼10분 정도 마사지로 다리를 풀어준다. 일종의 마무리 관리인 셈인데, 이것을 하지 않으면 근육 경직으로 부상 위험이 높아진다. 이와 함께 운동을 끝내고 난 후에는 단백질 보충제를 먹는다.
무릎은 괜찮을까. 이에 대해 서 교수는 “마라톤을 하는데 무릎 괜찮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는다. 그럴 때면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며 웃었다. 근거가 있단다. 서 교수는 1000회 이상 마라톤을 완주한 60대와 전혀 마라톤을 하지 않은 60대의 무릎을 자기공명영상(MRI) 촬영해 비교한 외국의 연구결과를 제시했다. 서 교수는 “오히려 마라토너가 더 건강했다”며 “부상을 유발할 수 있는 무리한 동작만 없다면 괜찮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들에게도 운동을 권한다. 특히 수면 장애가 있는 환자들에게는 수영, 자전거 타기, 걷기 등을 오전 이른 시간에 한두 시간 정도 할 것을 권한다. 이렇게 하면 잠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달릴 때는 피부 보호를 위해 자외선 차단제를 반드시 바를 것을 서 교수는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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