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임의 중단 땐 ‘치료 사각’ 우려
당국, 하반기 정신건강 대책 발표
판사가 입원 결정하는 방안 등 검토
조현병과 망상장애 등 중증 정신질환으로 치료받은 환자 8명 중 1명만 지역사회에서 정부의 정신건강 관리 서비스를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꾸준한 관리를 받지 않으면 약 복용이나 외래 진료를 임의로 중단해 ‘치료 사각지대’에 놓일 가능성이 커진다. 이에 대통령실과 정부는 합동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올해 안에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8일 보건복지부의 ‘국가 정신건강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은 조현병, 분열형 및 망상장애 환자 중 13%(2021년 말 기준)만 지역사회에서 정부가 제공하는 정신건강증진사업을 이용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는 전국적으로 정신건강복지센터 260곳을 운영하고 있다. 이곳에선 전화나 방문 상담 등을 통해 지역사회 내 중증 정신질환자의 증상을 확인하고 의료기관에 연계하는 등의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하지만 만성적인 인력난 등으로 중증 정신질환자와 그 가족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김성완 전남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충분한 예산이나 인력 지원 없이 (우울, 불안, 재난 트라우마 등) 대부분의 정신건강 문제를 센터에서 맡으라고 떠밀고 있어서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한 실효성 있는 서비스가 제공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내 임기 동안 국민 마음을 챙길 수 있는 시스템을 촘촘하게 만들겠다”며 관련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에 따라 대통령실과 정부는 올해 하반기 ‘정신건강 종합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정부 출범 직후부터 종합적인 대책 마련을 위해 관계 부처가 여러 제도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며 “한국 실정에 맞게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할 구체적인 내용을 마련해 하반기에 발표할 것”이라고 했다.
정신건강 종합대책 중 하나로 중증 정신질환자에 대해서 입원 여부를 판사가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사법입원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현행법상 보호자의 동의와 전문의 진단으로 입원하는 보호입원, 경찰에 의한 응급입원, 지자체장에 의한 행정입원 등이 있지만, 절차가 까다롭고 소송 위험이 높다 보니 중증 정신질환자들이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김소영 기자 ksy@donga.com
장관석 기자 jk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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