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지속되면 우리 몸의 엔진인 심장에 과부하가 걸려 부정맥·협심증·심근경색 등 심혈관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16일 기상청과 의료계에 따르면 절기상 입추(8월8일)가 지났지만 30도를 웃도는 무더위는 열흘 이상 지속될 전망이다. 한반도 주변 해수면 온도가 엘리뇨(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0.5도 이상 높게 유지되는 현상)의 영향으로 평년보다 여전히 높아서다.
특히 심장은 기온변화 등에 민감해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 심장 혈관이 좁아지는 ‘협심증’, 심장 혈관이 막히는 ‘심근경색’, 혈액을 공급하는 심장의 펌프 기능에 문제가 생겨 우리 몸이 필요로 하는 산소나 영양분을 효과적으로 공급하지 못하는 ‘심부전’ 등 심혈관질환자들은 건강관리에 유의해야 한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를 보면 지난해 심장질환 진료 환자 수는 여름(7~8월)이 95만7024명으로, 90만 6221명이었던 겨울(1~2월)보다 더 많았다. 미국심장학회는 기온이 32도 이상으로 상승하면 심근경색증 등 관상동맥질환 위험이 약 20% 증가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심혈관질환자들은 여름철 ‘열 스트레스’(여름철 실외 환경에서 기온·상대습도·풍속·복사에너지 등을 종합해 인간이 실제 느끼는 스트레스)에 대한 생리적 대처 반응이 낮고, 열사병·일사병·열탈진 등 온열질환에 취약하다. 기존 심혈관 질환 악화와 발작 위험도 증가한다.
이승재 강북삼성병원 순환기내과 교수는 “심장이 무더위 속에서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더 많이 뛰게 되면 뜨겁게 달궈진 엔진처럼 과부하가 걸린다”며 “증상이 심하면 심장에 산소와 영양소를 공급해주는 혈관인 관상동맥 등에 문제가 생겨 돌연사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심혈관질환자는 탈수를 예방하기 위해 하루 8컵 이상 물을 마시는 것이 좋다. 야외 활동을 할 경우 목이 마르지 않아도 20~30분 간격으로 물을 마시는 것이 도움이 된다. 다만 모든 심혈관질환자들이 탈수를 막기 위해 수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이 교수는 “심부전 환자는 심장의 기능에 이상이 생겨 신장에서 염분과 수분이 정상적으로 제거되지 못해 체내에 수분이 축적된다”면서 “과도한 수분 섭취로 저나트륨혈증(나트륨 농도가 135 mmol/L 이하)과 부종이 발생하고 호흡곤란이 악화하기도 해 의사와 상의해 상태에 따라 수분 섭취를 조절하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걷기 등 운동은 기온이 낮은 아침이나 오후 늦게 하는 것이 좋다. 샤워는 미지근한 물로 한다. 요즘같이 무더위가 이어지면 혈관이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확장해 있는데, 갑자기 찬물로 샤워를 하면 혈관이 급격히 수축하고 혈압과 맥박이 상승해 심장 발작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름 휴가를 떠나기 전에는 주치의를 만나 상담하고 복용하는 약을 여유있게 준비하는 것이 좋다. 심장박동기, 제세동기 착용자는 응급상황에 대비해 여행지 근처의 병원을 숙지해야 한다. 심장병 가족력이 있거나 장기 흡연자, 비만하거나 운동·수면이 부족한 경우, 고혈압·고지혈증·당뇨병 환자 등 심혈관 질환 고위험군도 심혈관질환 관리에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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