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대 교수도 인정한 근육운동 효과… “늦더라도 지금 시작하세요”[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19일 12시 00분


체육대학 교수로 재직했지만 운동에 진심인 적이 없었다. 가끔 산책이나 등산을 하고, 간단한 웨이트트레이닝을 했지만 꾸준하진 못했다. 2017년 미국으로 연구교수로 가면서 본격적으로 운동에 빠져들었고 지금은 운동 없이는 못 사는 마니아가 됐다. 한의사 출신 오재근 한국체대 운동건강관리학과 교수(62) 얘기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몸이 따라주지 않았다. 오 교수가 몸을 좀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운동을 시작했는데 통풍이 재발한 것이다. 연구를 해보니 통풍 해결 방법도 운동에 있었다.

오재근 교수가 서울 송파구 한국체대 필승관 피트니스센터에서 웨이트트레이닝 암컬을 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연구교수로 떠난다는 말에 지인들이 환송회를 해 준다고 해 거의 매일 저녁 식사 자리에 간 게 화근이었나 봅니다. 체중이 늘어 운동하는데 발목이 시큰거렸죠. 2006년 미국 갔을 때도 통풍이 와 고생했었는데 재발한 겁니다. 주사도 맞고 약도 먹었는데 잘 안 낫는 겁니다. 그래서 논문을 보며 해결 방법을 찾았죠. 복부 체지방을 줄여야 했죠.”

오 교수는 “그런데 너무 심하게 근육 운동한 게 오히려 통풍을 악화시켰다”고 했다. 주기적은 아니었지만 비정기적으로 운동을 하고 있어 체지방이 그리 많진 않았다. 이런 상태에서 웨이트트레이닝과 걷기, 달리기를 본격 시작해 체지방을 지나치게 낮추다 보니 역효과가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오재근 교수가 서울 송파구 한국체대 필승관 피트니스센터에서 웨이트트레이닝 숄더프레스를 하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그는 “우리 몸은 지방이 적당히 있어야 하는데 너무 빼도 문제”라고 했다. 실제로 보디빌더의 경우 지나친 지방 감소 탓에 면역력이 떨어져 대상포진에 걸리기도 한다. 오 교수는 “미국엔 거의 모든 피트니스센터에 사우나가 있다. 운동하고 사우나까지 하다 보니 혈액 농도가 짙어진 것도 통풍을 악화시켰다”고 했다.

“그때부터 저에게 적당한 운동법을 찾기 시작했죠. 저는 식스팩 복근 등 근육질보다는 어느 정도 지방이 있는 상태 때 몸 상태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저에게 맞는 3단계 운동법을 개발했습니다. 약, 중, 강으로 나눠 그날 제 몸 컨디션에 따라 운동을 했습니다. 저의 운동 목표는 혈액 수치, 근육량, 체지방 수치에서 정상 범위 내에 있게 하는 겁니다. 그 이상은 필요 없습니다.”

유산소 운동의 경우 시속 5km로 걷는 게 약, 시속 7km 달리기가 중, 시속 10km 달리기가 강이다. 웨이트트레이닝 레그익스텐션의 경우 체중의 절반(오 교수의 경우 약 35kg)이 중, 여기서 5, 10kg을 올리면 강, 5, 10kg 내리면 약이다. 근육 운동 모든 종목에 오 교수만의 계량법이 있다.

오재근 교수가 서울 송파구 한국체대 필승관 피트니스센터에서 트레드밀 위를 걷고 있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제가 이런 3단계 운동법을 만들 수 있었던 배경에 보건복지부 암 환자 운동프로젝트 연구에 참여했던 경험이 있습니다. 암 환자들의 경우 항암 치료를 받고 오면 체력이 완전히 떨어집니다. 그럼 처음부터 천천히 체력을 끌어 올려줘야 몸에 무리가 가지 않습니다. 그 원리를 적용한 겁니다.”

그는 미국 연구교수 시절부터 지금까지 주 6회 이상 운동을 하고 있다. 웨이트트레이닝은 주 2회, 유산소 운동을 3, 4회 하는 식이다. 근육 운동을 할 땐 유산소를 20~30분하고 웨이트트레이닝을 1시간 이상 하고, 유산소 운동을 할 땐 1시간 정도 걷거나 달린 뒤 가볍게 기분 웨이트트레이닝을 한다.
“제가 아시아배구연맹 의무위원입니다. 또 국제 학술행사가 있어 해외 출장이 많아요. 현지에서 운동을 하려고 노력하지만 못 할 때도 있어요. 그렇게 귀국하면 체력이 떨어져 있고 몸 컨디션도 좋지 않아요. 그럼 약부터 다시 운동을 시작해 중, 강으로 올립니다.”

오재근 교수가 웨이트트레이닝 암풀다운을 하고 있다. 오재근 교수 제공
오 교수는 매일 새벽 6시에 일어나 아파트 피트니스센터로 달려가 1시간 30분 이상 운동한 뒤 출근하는 게 루틴이다.

“한때 체중이 65kg 이하일 때도 있었는데 지금은 67kg에 맞추고 있어요. 원래 체중에서 5kg 정도 뺀 겁니다. 더 빼면 몸이 안 좋아요. 저는 체지방을 20% 미만으로 유지하고 있어요. 보디빌더들은 체지방이 5~10%인데 전 15% 이하로 내려가면 체내 균형이 깨져요.”

운동을 꾸준히 한 뒤 아직 통풍이 재발하진 않았다. 몸도 날렵해졌다. 무엇보다 “삶의 질이 달라졌다”고 했다. 오 교수는 “이제 아침 운동을 안 하면 하루를 살아갈 원동력이 사라진 것 같은 느낌이다. 운동 한 날과 안 한 날 컨디션이 천양지차다. 잠도 잘 잔다. 저녁 9시, 10시면 잠이 쏟아진다”고 했다. 그는 ““몸이 건강하니 연구, 강의 등 일 처리 능력도 좋아진다. 쓰레기 분리배출, 청소 등 집안일도 적극적으로 돕게 된다. 뭘 하더라도 지치지 않는다. 그리고 예상치 못한 일이 터져도 두렵지 않다”고 했다.

“뭐 이런 게 있잖아요. 걸어 다니다 자전거 타고, 자전거 타다 차 타고. 차 타다 비행기 타면 이동거리가 달라지면서 삶의 폭도 넓어지잖아요. 운동을 꾸준하게 하면 삶의 활동 영역이 많아지고 넓어집니다.”

오재근 교수가 TV 방송에 출연해 “근육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오재근 교수 제공
오 교수는 경희대 한의대 다닐 때 친구인 국가대표 축구선수 최진한 전 경남 감독에게 침과 뜸을 놔주면서 스포츠의학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그는 “진한이와 중학교 때까지 함께 공을 찼다. 다친 진한이를 치료하다 한의학을 스포츠의학에 접목하고 싶어 석사 박사를 스포츠로 전공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한방 치료로 침을 놓거나 약을 썼을 때 근육이 어떻게 달라지는지에 관심이 많았지만 근육 세포를 떼어 분석하는 게 의학적으로 문제가 돼 다른 쪽으로 관심을 돌렸다. 스포츠 드링크를 연구했다.

오 교수는 최근엔 근육형성에 도움이 되는 해조류 추출 드링크를 연구하고 있다. 그는 “해조류에서 추출하는 폴리페놀은 녹차에 든 카테킨 등 육지 식품에서 나오는 폴리페놀보다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폴리페놀은 우리 몸에 있는 활성산소(유해산소)를 해가 없는 물질로 바꿔주는 항산화 물질 중 하나다. 과학적으로 바다의 갈조류에서 추출된 타닌인 플로로타닌(Phlorotannins)을 바다(Sea)에서 온 폴리페놀(Polyphenol)이란 의미로 ‘시놀(Seanol)’로 부른다.

오재근 교수는 2011년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때 의무지원팀으로 활약하기도 했다. 오재근 교수 제공
오 교수는 “이 시놀을 노인들에게 복용시키는 실험을 했는데 근골격량 및 골밀도가 증가했고, 제지방량(체중에서 체지방량을 뺀 수치) 지수도 좋아졌다. 시놀이 체내에서 단백질 합성을 돕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마디로 근육 형성에 도움이 됐다”고 설명했다. 시놀을 섭취할 경우 근육이 더 잘 생긴다는 얘기다. 오 교수는 시놀을 이용한 단백질 드링크를 만들 계획이다.

오 교수는 근육운동을 하면서 근육의 중요성을 새삼 깨달았다. 그는 “나이 들수록 근육이 중요하다.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 자세도 잡아준다. 잘 넘어지지 않고, 넘어져도 덜 다친다. 나이 들어도 근육을 키우면 젊어진다”고 했다. 그는 “평생 건강하려면 운동을 가급적 빨리 시작해야 한다”며 “특히 근육을 적당히 키워야 더 건강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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