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는 영원할 수 없습니다. 더 이상 죄짓지 말고 이제라도 인간다운 행동을 하시길 바랍니다.”
17일(현지 시간) 뉴욕 유엔 본부에서 열린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장에서 탈북 청년 김일혁 씨는 “마지막으로 북한 정권에 나의 언어(한국어)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떨리는 목소리로 “우리 북한 사람들도 인간다운 삶을 스스로 선택할 권리를 가진 사람들”이라고 호소했다. 2011년 가족과 탈북해 한국외국어대에 재학 중인 김 씨는 이 회의에 시민대표 자격으로 참석했다. 유엔 안보리가 북한 인권을 의제로 공개 회의를 연 것은 2017년 12월 이후 5년 8개월 만이다.
그는 이날 영어로 “북한 주민에게는 인권도, 표현의 자유도, 법치주의도 없다”며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은 정치범 수용소에 끌려가 죽을 때까지 노역에 시달린다”고 했다. 또 “북한이 미사일 단 한 발에 사용하는 돈이 우리를 석 달간 먹일 수 있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권력 유지와 핵무기 개발을 정당화하기 위한 선전에만 관심이 있다”고도 했다.
어린 시절 작은 시골 마을에서 자랐다는 그는 어렸을 때부터 농사에 동원됐고, 땀 흘려 기른 작물은 수확 후 대부분 군대로 갔다고 회상했다. 또 본인의 탈북 사실을 신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모가 어린 자녀와 헤어진 채 정치범 수용소에서 수개월간 고문과 구타를 당한 뒤 수용소에서 숨진 사실도 고발했다. 그는 “고모가 체포돼 가족과 헤어질 때 조카 나이가 고작 3세, 5세였다”면서 “나의 행동으로 고모와 두 조카가 왜 그런 운명을 감내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김 씨는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자유를 북한 주민이 모두 누릴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온 마음을 다해 기원한다”고도 했다.
황준국 주유엔 대사는 “국제사회가 할 일은 이 미래 세대 젊은이들에게 자유와 인간 존엄성의 희망을 어떻게 줄 수 있는지 고민하고 행동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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