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캬~” 치맥에 빠진 한국…“꺅~” 통풍 환자는 2배나 껑충

  • 뉴시스
  • 입력 2023년 8월 26일 18시 27분


빈번한 치맥→요산 과다→통풍 유발
기름진 음식·술·과식 피하고 운동해야

낮 기온이 30도를 웃도는 찜통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치킨과 맥주를 자주 찾게 되는 시기다. 하지만 덥다고 ‘치맥’을 자주 즐기면 체내에 요산이 과다 축적돼 발생하는 관절염인 통풍(痛風)이 유발될 수 있다.

2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해 통풍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50만 9699명이다. 10년 새(2012년 26만5065명) 2배가량이 늘어났다. 20~30대 젊은층도 약 25%를 차지한다. 환자의 대부분은 남성이다. 남성의 경우 콩팥에서 요산 제거 능력이 나이가 들수록 감소하는 반면, 여성은 폐경 이전까지는 여성 호르몬의 영향으로 요산 제거 능력이 유지되기 때문이다.

특히 통풍 환자 수는 봄부터 서서히 증가하다가 한여름인 7~8월에 급격히 증가한다. 땀을 많이 흘리게 되면 혈액 내 수분의 양이 줄어 혈액 내 요산 수치가 상대적으로 높아져서다.

요산이란 음식물이 소화돼 대사된 후 나오는 물질로, 보통 혈액 내 녹아 있다가 소변으로 배출된다. 통풍 환자들은 혈액 내 요산이 지나치게 많고, 과다 축적된 요산은 결정체로 변한다. 이 요산 결정체는 관절의 연골, 힘줄 등에 침착해 염증을 유발한다.

통풍은 말 그대로 바람만 스쳐도 아픈 병으로, 관절이 갑자기 벌겋게 부어오르면서 심한 통증이 야기된다. 주로 엄지발가락이나 발목 부위를 송곳으로 찌르는 것 같은 통증이 나타난다. 손, 손목, 발등, 무릎과 같이 다른 관절 부위에 통증이 나타나기도 한다. 통증이 심하면 발열과 오한이 동반된다. 얇은 이불이 스치기만 해도 아파 대개 양말을 신지 못하고 통증으로 밤잠을 설치거나 아침에 첫 걸음을 걷기 어렵다는 경우도 있다.

치맥은 통풍에 치명적이다. 치킨은 고단백 식품으로 퓨린 함유량이 높고, 맥주는 주류 중 효모에 포함된 퓨린의 농도가 가장 높아서다. 퓨린(세포 구성 물질인 핵산 중 일종)이 다량 함유돼 있는 치맥을 자주 즐기면 요산(퓨린 분해 과정 중 생겨나는 찌꺼기)수치가 과도하게 높아져 통풍을 부를 수 있다. 특히 20~30대 직장인 남성은 주의해야 한다. 기름진 음식 섭취와 과음이 빈번한 반면 운동량이 부족해서다.

하지만 치킨과 맥주만 피한다고 통풍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유정 분당서울대병원 류마티스내과 교수는 “소주나 다른 증류주는 맥주에 비해 퓨린 함량이 적지만, 알코올 성분 자체가 요산의 배설을 억제하고 합성을 증가시킨다”면서 “소주도 많은 양을 마시면 통풍 발작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과도한 알코올 섭취가 요산 생산을 늘리고 배설은 줄여 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통풍 발작이란 주로 엄지발가락이나 발목, 무릎에 갑자기 염증이 생겨 심하게 붓고 빨갛게 변하며 손도 못 댈 정도로 통증이 심한 것을 말한다. 급성 통풍 발작이 왔을 때 진통소염제인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제를 복용하면 대부분 증상은 3~7일 이내 호전된다. 하지만 해가 지나면서 점차 빈도가 잦아지고, 염증도 심해지고 오래 갈 수 있다.

통풍을 방치하면 만성콩팥병을 유발할 수 있다. 요산이 관절은 물론 온몸의 혈관과 신장에 축적돼 요로결석이나 신기능 손상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또 고혈압, 당뇨병, 뇌졸중, 심장병 등 치명적인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다.

통풍은 서구화된 식생활과 운동 부족이 주원인으로 꼽힌다. 삼겹살, 치킨 등 고열량 음식은 요산 수치를 빨리 높여 열량이 높고 기름진 음식을 피하는 것이 좋다. 고단백, 고칼로리식에는 통풍성 관절염의 원인이 되는 퓨린이 많이 들어 있어 주의해야 한다.

권원환 세란병원 정형외과 과장은 “통풍은 증상 자체로도 고통스럽지만 관절 손상과 신장 기능 저하 등 여러 합병증을 가져올 수 있어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며 “기름진 음식 섭취, 맥주와 같은 알코올, 과식 등을 피하는 습관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단 통풍 진단을 받으면 정상 체중을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고,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도 약물 치료를 꾸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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