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젊은 당뇨병’ 정책 첫발… 전문가-환자 의견 경청하길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8월 31일 03시 00분


박석오 대한당뇨병학회 사회공헌이사

박석오 대한당뇨병학회 사회공헌이사
박석오 대한당뇨병학회 사회공헌이사
‘어리거나 젊은 당뇨병 환자’는 중장년 당뇨병 환자보다 더 큰 고통을 겪는다. 어릴수록 성장호르몬의 영향으로 혈당 오르내림이 더 심하다. 학교나 직장을 다니다 보면 꾸준한 관리를 하는 데 실패하기 쉽다. 특히 췌장 장애 상태라 할 수 있는 1형 당뇨병, 임신 중 당뇨병은 보통 당뇨병의 기전과 아예 달라 혈당 관리가 훨씬 까다롭다. 그 연령대에 드문 당뇨병 환자라는 사회적, 심리적 고립감도 문제다. 저혈당 쇼크로 인한 사망 역시 어린 나이대에 집중되어 있다. 이런 ‘젊은 당뇨병’ 환자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촉구해 온 노력이 최근 빛을 보는 듯하다. 각계 당뇨병 전문가 그리고 대한당뇨병연합 등 시민단체의 노력에 응답한 국회가 ‘소아·청소년·청년 당뇨병 환자 등 지원에 관한 법률’(젊은 당뇨병 법)을 발의했다. 4월에는 이를 계기로 서울대 어린이병원에서 보건복지부 제2차관 주재 간담회도 열렸다. 최근엔 국회 법안소위에서 복지부가 올해 4분기(10∼12월)까지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정부는 그동안 당뇨병 전문가 및 환자들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몇 가지 정책 제안의 가능성을 내비쳤다. 우선 어린 환자와 가족에게 큰 부담을 주는 의료비에 대한 지원이다. 또한 인슐린 투여와 생활습관 조절 등 24시간 관리가 필요한 1형 당뇨병 환자에 대한 교육 인프라 확충의 중요성과 다양한 영역의 전문가 참여의 필요성에도 정부는 공감했다. 고무적인 일이다. 최선의 정책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당뇨병 전문가와 환자의 의견을 경청해 주길 바란다. 아울러, 4분기까지 마련할 정부 대책에 법안이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와 방향성이 충분히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젊은 당뇨병 법은 당뇨병 치료에 대한 보장성 강화는 물론이고 환자 및 그 주변에 대한 당뇨병 교육 확대, 당뇨병 환자에 대한 차별 금지,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환자 지원을 위한 권역별 센터 조성까지 포함한다. 단순히 선언적 의미가 아니라 당뇨병 환자의 삶을 실질적으로 바꾸는 데 필요한 전제조건들이다.

세계 수준의 보건의료 서비스를 자랑하는 우리나라지만 여전히 대다수의 1형 당뇨병, 임신 당뇨병 환자들은 필수적인 교육과 관리를 받지 못하고 있다. 아직도 당뇨병에 대한 오해로 인해 취업 현장에서 당뇨 때문에 거절당하거나 퇴사를 종용당하는 일도 잦다. 심히 부끄러운 일이다.

정부는 당뇨병 특성에 맞는 구체적인 지원책을 약속했다. 무엇보다 당뇨병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 이를 위한 당뇨병 전문의를 비롯한 전문가의 역할이 중요함을 인식하기 바란다. 전문가들과 환자들은 정부의 질문과 요청에 언제든지 응답할 준비가 되어 있다. 소외된 젊은 당뇨병 환자에게 맞는 지원책, 얼마나 오래 기다려 왔던가.

#젊은 당뇨병#구체적인 지원책 약속#정확한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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