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혁 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
척추 질환, 대부분 요통-다리 방사통… 통증 강도는 허리 디스크가 가장 세
“허리-엉덩이 위쪽 아프면 디스크, 엉덩이 아래까지 아프면 협착 의심”
등 펴는 신전 운동, 척추 건강에 좋아… 허리-엉덩이-종아리 근육 운동 필요
성인 중에 허리가 한두 번 아파 보지 않은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발표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국내 척추 질환자는 1131만 명이다. 10명 중 2명 이상은 허리 때문에 치료를 받았거나 받고 있다는 뜻이다.
2012년까지만 해도 척추 질환 진단을 받은 환자의 평균 나이는 41.8세였다. 2021년에는 36.9세로 낮아졌다. 젊은 척추 질환자가 늘어나고 있는 것. 실제로 2021년 신규 환자의 40%가 20대와 30대였다.
가장 환자가 많은 척추 질환은 척추추간판탈출증과 척추관협착증이다. 다만 모두가 병원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상태가 나쁘지는 않다. 제대로만 관리하면 병원에 가지 않고도 일상생활을 무난히 할 수 있다. 양재혁 고려대 안암병원 정형외과 교수를 만나 허리 질환을 자가 진단하고 관리하는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 허리 질병 상식부터 알아 두자
양 교수는 “허리가 아프다고 모두 ‘디스크’는 아니다”라고 했다. 허리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다양하다는 것. 양 교수는 근육통을 척추추간판탈출증이나 척추관협착증으로 잘못 아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각 질병은 어떻게 다를까.
척추추간판탈출증을 흔히 허리 디스크라고 한다. 디스크는 척추뼈 사이에 있는 구조물인 추간판을 가리킨다. 디스크는 원래 젤리처럼 부드럽다. 탄력성이 있어 외부 충격을 잘 흡수한다. 하지만 퇴행적 변화가 일어나면 딱딱해지면서 탄력성이 크게 떨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외부 충격이 가해지면 디스크가 비어져 나오거나 파열되는 것이다.
척추추간판탈출증은 비교적 젊은 나이인 20∼50대에 많이 발생한다. ‘아직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면서 잘못된 자세로 생활하는 경우, 허리에 무리하게 힘이 가게 근력 운동을 하는 경우 허리 디스크 환자가 될 확률이 높다.
척추관협착증은 말 그대로 척추관이 좁아진 질병이다. 척추관은 신경이 지나가는 통로다. 여기가 좁아지면 신경이 눌리며 통증을 유발한다. 어느 부위의 신경이 눌리느냐, 얼마나 많은 신경 다발이 눌리느냐에 따라 증세가 나타나는 부위와 강도가 달라진다.
척추관협착증은 40대에도 발생한다. 다만 의료적 처치가 필요할 정도로 상태가 안 좋은 경우는 주로 60대 이후일 때가 많다. 노인들에게서 발생하는 대표적인 퇴행성 질환 중 하나다.
두 질병과 무관하게 허리가 아플 때도 있다. 단순 근육통일 때가 많다. 이 경우는 근육이 뭉친 게 원인이다. 즉, 뭉친 근육만 풀어주면 되는 것이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통증은 대체로 7일 이내에 사라진다.
● 통증 양상-강도 잘 살펴야
통증이 심해지면 병원에서 검사를 해 보는 게 좋다. 그렇다면 어떤 통증이 나타날 때 병원에 가는 게 좋을까. 질병별로 통증 양상은 조금씩 다르다.
척추 디스크라면 허리 통증이 가장 흔하다. 허리와 엉덩이의 연결 부위가 주로 많이 아프다. 통증은 다리로 확산하기도 하는데, 다리 통증의 경우 칼로 벤 것처럼 예리한 느낌이 들 때가 많다. 척추 질환 중에 요통 강도가 가장 높다. 양 교수는 “가장 통증이 심한 상황을 10점이라고 했을 때 척추 디스크의 통증 강도는 7∼8점이다. 허리를 펴지 못할 정도로 아플 수가 있다”고 말했다.
척추 디스크일 때는 가만히 있을 때나 움직일 때 모두 통증이 나타난다. 다만 디스크가 신경에 눌렸을 때 발생하는 통증이기 때문에 똑같은 자세를 취할 때 똑같은 양상의 통증이 발생한다. 이런 증세가 3∼7일간 이어지면 척추 디스크일 확률이 매우 높다.
허리 통증이 있다 해도 매번 부위가 다르거나, 똑같지 않은 자세에서도 나타난다면 근육통일 가능성이 크다. 이때의 통증은 강도도 낮고, 예리하기보다는 쥐어짜는 느낌이 강하다. 평소보다 일이나 운동을 많이 한 후에 통증이 생길 수 있다. 이런 급성 통증은 3일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 다만 진통제를 먹고 쉬면 대부분 7일 이내에 좋아진다. 심한 경우에도 3∼6주를 넘기지는 않는다.
척추관협착증일 때도 통증은 척추 디스크일 때와 마찬가지로 허리에서 시작하고, 다리로 확산한다. 다만 요통의 범위가 엉덩이 아래쪽까지로 더 넓어진다. 통증 강도는 4∼5점 정도다.
통증이 주로 움직일 때 나타나는 게 척추 디스크와 다르다. 가령 가만히 있을 때는 아프지 않은데 걷기 시작하면 5∼10분 만에 허리 통증이 나타난다. 그러다 앉아서 쉬면 1∼2분 만에 통증이 사라진다. 양 교수는 “활동을 시작하면 눌린 신경으로 공급되는 에너지가 줄어들었다가, 쉬면 다시 에너지 공급량이 늘어나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척추관협착증이라면 상체를 앞으로 숙일 때 통증이 줄어드는 경향이 있다. 이 점은 척추 디스크와 완전히 다르다. 척추 디스크의 경우 상체를 앞으로 숙이면 디스크에 가해지는 압박이 커지면서 통증이 더 심해진다.
● 운동도 질병에 맞춰 달리해야
평소 척추 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운동을 하는 것은 좋다. 다만 무리한 운동은 오히려 척추를 망칠 수 있다. 양 교수는 “질병에 따라 운동 시기와 요령 모두 다르다”고 말했다.
일단 척추 디스크 진단을 받았다면 걷기와 같은 운동은 상관없지만 근력 운동은 당분간 피해야 한다. 양 교수는 “급성기일 때는 디스크가 치유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최소한 4∼6주는 쉬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에는 근력 운동을 해도 될까. 이에 대해서도 양 교수는 부정적이다. 통증이 80% 이상 줄어들었다고 느꼈을 때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 물론 허리를 펴는 ‘신전 운동’을 자주 해 주는 게 좋다. 의도적으로 상체를 세우고 허리를 펴며, 배를 내미는 듯한 느낌으로 걷도록 한다.
척추관협착증의 경우는 조금 다르다. 오히려 운동 부족으로 병이 악화할 수 있다. 따라서 평소에 충분히 근력 운동을 해 줘야 한다. 신전 운동 외에도 특히 엉덩이 근육을 강화하는 게 좋다. 양 교수는 “40대와 50대라면 스쾃, 플랭크, 팔굽혀펴기 등 세 종목만 열심히 해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아침에 일어날 때 반복적으로, 혹은 30분 이상 걸었을 때 허리 통증이 나타난다면 척추관협착증일 확률이 높다. 다만 이 경우 당장 치료해야 할 수준은 아니다. 운동을 해 주는 게 좋다. 가령 아침에는 누운 상태로 허리를 펴 주는 동작을 10∼15분 한 뒤 천천히 일어나거나, 상체를 펴고 걷는다면 증세는 많이 사라진다.
● 허리·엉덩이·종아리 근육 키워야
양 교수는 “엉덩이와 종아리 근육을 함께 강화해야 허리 질환이 악화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나이와 상관없이 누구든 할 수 있는 다섯 동작을 추천했다. 운동 후에는 반드시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 그래야 근육도 성장할 수 있다.
① 손으로 책상을 짚은 상태에서 뒷발을 들어 까치발 자세를 한다. 이때 배를 살짝 내밀면서 상체를 뒤로 젖히는 느낌이 들도록 한다. 또 엉덩이에 의도적으로 힘을 준다. 이 자세를 3초 유지한다. 틈날 때마다 이 동작을 하는 게 좋다.
② 책상을 바라보며 서거나 옆으로 선다. 한쪽 팔로 책상을 짚은 상태에서 제자리 걷기를 한다. 이때 무릎이 직각이 되도록 들어올려야 한다. 배는 약간 내미는 듯한 느낌이 들도록 한다. 이 동작도 틈날 때마다 하는 게 좋다.
③ 머리는 든 채로 바닥에 엎드린다. 이어 양손으로 바닥을 밀며 상체만 일으킨다. 이때 하체가 바닥에서떨어지면 안 된다. 천천히 상체를 일으키며 하체에 집중한다. 15회씩 2, 3세트를 반복한다.
④천장을 보고 눕는다. 팔과 다리를 모두 들어 올린다. 이때 무릎은 직각이 되도록 한다. 그 상태에서 팔과 다리를 번갈아 휘젓는다. 왼팔을 머리 쪽으로 뻗었다면 오른팔은 발 쪽으로 쭉 뻗는 식이다. 배에 힘을 주고 바닥을 누르는 느낌이어야 한다. 15회씩 2, 3세트 반복.
⑤ 기어가는 자세를 취한다. 이 상태에서 왼팔은 정면, 오른발은 뒤쪽으로 뻗는다. 5초 정도 있다가 팔과 다리를 바꿔 같은 요령으로 반복한다. 15회씩 2, 3세트 반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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