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극적인 ‘단짠’ 맛에 중독 수준”
마라탕, 10대 배달 음식 1위에
부모들 “유행이라 말리기 힘들어”
전문가 “위염-비만-당뇨 등 우려”
“‘마라탕후루’ 했으니 이제 스무디 한 잔 어때?”
11일 서울 서대문구의 한 중학교 앞. 33㎡(약10평)가 채 안 되는 좁은 가게에 학생 열댓 명이 반짝거리는 과일꼬치를 손에 들고 수다를 떨고 있었다. 이곳은 딸기, 파인애플, 샤인머스캣 등 과일을 막대에 꽂아 시럽처럼 끓인 설탕을 입힌 중국 간식 ‘탕후루’ 전문점이었다.
중학생 이모 양(14)은 “학교 끝나면 출출해서 ‘국룰’(특정 행위가 불문율임을 뜻하는 유행어)대로 학원 가기 전 마라탕을 먹고 탕후루 사 먹으러 왔다. 스무디까지 한 잔 마셔야 ‘3종 세트’가 완성된다”며 웃었다.
● 단짠단짠한 신종 간식 문화
요즘 청소년 사이에선 마라탕과 탕후루를 합친 ‘마라탕후루’를 먹은 다음 간식으로 스무디를 마시는 게 유행이다. 고등학생 김모 양(17)은 “매주 최소 두 번은 친구들과 모여 마라탕을 사 먹는다”며 “탕후루나 스무디는 번갈아 사 먹고 있다”고 말했다.
배달의민족이 지난해 공개한 ‘배민 트렌드 2022’에 따르면 10대가 가장 많이 배달 주문한 메뉴는 마라탕이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식품산업통계정보에 따르면 지난달 냉동·간편 조리식품 분야에서 10대 청소년 인기 검색어 1위가 탕후루였다.
김 양은 “마라탕은 자극적인 맛 때문에 중독돼 계속 먹게 된다”며 “입가심으로 달달한 디저트를 먹으면 ‘단짠단짠’(단맛과 짠맛이 반복되는 것)이 완성된다”고 말했다. 이 양은 “탕후루를 학교 앞에선 4000원에 파는데 유튜브를 보고 요리법을 참고해 집에서 만들어 먹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 나트륨과 당 많아 청소년 건강엔 적신호
문제는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신종 간식’ 3종 세트가 건강을 해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런 간식들을 먹으면 나트륨과 당의 하루 권장 섭취량을 훌쩍 넘게 된다. 마라탕은 특유의 얼얼한 맛을 내기 위해 향신료를 많이 사용하다 보니 1인분 나트륨 함량이 2000∼3000mg에 달한다. 세계보건기구(WHO)의 나트륨 하루 권장 섭취량(2000mg)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한국소비자원 등에 따르면 탕후루 1개에는 10∼25g, 스무디 1잔에는 28∼107g의 당이 포함돼 있다. 탕후루와 스무디만 먹어도 하루 권장 당 섭취량(50g)을 넘길 수 있는 것이다.
또래 문화처럼 자리 잡은 탓에 무작정 막기도 쉽지 않다. 10대 자녀를 키우는 박모 씨(52)는 “마라탕과 탕후루, 스무디를 최근 부쩍 많이 사 먹기 시작했는데 자칫 당뇨나 비만에 걸릴까 걱정된다”며 “친구들도 다들 사 먹는다니 말리기도 어렵다”고 했다. 한 초등학교 교사는 “최근 학생들이 몰려다니며 자극적인 간식을 많이 먹는다. 어린이 당뇨에 걸린 친구도 두어 명 있어 걱정”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잘못된 식습관은 위염, 당뇨, 비만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박현아 인제대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마라탕처럼 짜고 향신료가 많이 들어간 음식은 위염과 역류성 식도염 등 위장 장애를 일으킬 수 있고 과당 음식은 소아비만이나 지방간의 주범”이라며 “자극적인 음식은 먹을수록 더 많이 원하게 되기 때문에 문제가 크다”고 했다. 권오란 이화여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단 식품을 많이 먹게 되면 인슐린 작용이 둔화돼 당뇨, 비만 등 만성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식습관이 형성되는 청소년 시기에 각별한 지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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