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표적 항암치료 무력화 유전자 찾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9월 15일 12시 03분


다중 오믹스 기반 mTOR 억제제 저항 메커니즘 규명을 위한 실험 디자인. 강남세브란스 제공
다중 오믹스 기반 mTOR 억제제 저항 메커니즘 규명을 위한 실험 디자인. 강남세브란스 제공
연세대 의과대 의·생명 시스템 정보학 교실 빈진혁 교수
연세대 의과대 의·생명 시스템 정보학 교실 빈진혁 교수

유방암 표적 항암치료제 중 하나인 mTOR 억제제의 효과를 낮추는 인자가 새롭게 규명됐다.

강남 세브란스병원(병원장 송영구) 연세대 의과대 의·생명 시스템 정보학 교실 빈진혁 교수는 네덜란드 암연구소 Lodewyk Wessels 교수와 함께 유방암 치료제 mTOR 억제제에 대한 임상적 유의미성을 가지는 저항성 인자를 규명한 논문을 발표했다.

mTOR는 세포 주기 조절, 세포 성장 등에 관여하는 단백질이다. mTOR가 정상적인 수준에서는 세포 성장과 발달을 돕는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비정상적인 활성화 상태에서는 세포 내 암 신호전달 통로가 돼 암세포 성장을 돕는다. 이러한 기전을 적용한 mTOR 억제제는 세포의 신호전달을 방해하고 세포 성장을 억제하는 특성이 있어 최근에는 유방암을 포함해 신장암과 폐암 등 다양한 암종에서 표준치료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다만 mTOR 억제제도 다른 항암제와 마찬가지로 장기 처방 시 암세포가 후천적으로 저항성을 획득한다는 한계점이 존재한다. 저항성이 생기면 약을 투여하더라도 암세포의 성장을 막을 수 없어 치료 효과가 떨어진다. 그간 mTOR 억제제 저항 메커니즘을 밝히기 위한 많은 연구가 수행돼왔으나 실제적인 인체 내 환경과는 동떨어진 세포주를 활용해 수행됐다.

이에 연구팀은 생쥐실험을 통해 면역세포와 기저세포 등 다양한 세포가 암세포 주위에 존재하는 인체 내 환경과 유사한 환경에서 mTOR 억제제에 관한 저항성 연구를 수행했다. 사람에게서 실제 암이 생성되는 과정을 묘사해 유전자 변이를 통해 생쥐에서 자발적으로 유방암이 발생하도록 유도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암이 생긴 쥐에 mTOR 억제제를 장기간 투여해 저항성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시료를 채취해 다중 오믹스(Multi-OMICS) 연구기법으로 전체 유전자 및 단백질의 변화를 추적했다.

이 과정에서 MYC라는 유전자가 mTOR 억제제에 대한 저항성을 획득한 암세포에서만 특이하게 증폭이 일어나면서 암세포 내·외부적으로 항암제 저항성과 관련한 다양한 변화를 수반하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mTOR 억제제의 주된 기능인 단백질 번역 억제 효과를 상쇄시키며 암세포 주변으로 면역 세포가 침투하는 것을 억제하는 것을 관찰했다.

연구팀은 시험관 실험과 동물 실험을 통해 MYC 유전자가 실제로 mTOR 억제제에 저항성을 유도하는 것을 입증하고 실제 mTOR 억제제를 처방받은 유방암 환자에게서도 이러한 연관성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했다.

빈 교수는 “실제 유방암 환자 데이터에서 연관성을 입증함으로써 MYC가 mTOR 억제제 반응성을 예측하는 바이오마커로 기능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MYC 유전자와 단백질의 정량적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mTOR 억제제 효과가 없는 환자를 예측 선별함으로써 불필요한 처방을 줄이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논문은 기초의학 연구 분야에서 저명한 국제학술지인 ‘Journal of Experimental Medicine’에 게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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