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의 진행과 치료
경도인지장애, 일상생활 가능해도 뇌 검사하면 ‘기능 저하’로 진단
최근 美日 공동 개발한 치매 신약 중증엔 적용 어렵고 가격 부담 커
발병 후 치료보다 예방에 힘써야
나이가 들고 노화가 급격히 진행되면 우리 몸 여러 곳에 이상 징후가 나타나고 질병에 대한 걱정도 늘어난다. 암, 뇌중풍(뇌졸중) 등 치명적인 질환에 대한 우려도 크지만 60대 이상으로 접어들면 누구나 한 번쯤 걱정하는 질환이 치매다.
중앙치매센터에 따르면 2021년 치매 환자 수는 89만 명. 65세 이상 노인 10명 중 1명은 치매 질환을 겪고 있다. 치매 전 단계인 경도인지장애 환자 수도 2016년 196만 명에서 2021년 254만 명으로 늘었다. 21일 ‘치매 극복의 날’을 맞아 순천향대 의대 신경과 양영순 교수(대한치매학회 보험이사)를 만나 치매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자세히 알아봤다.
● 알츠하이머는 치매의 한 원인
치매에 대한 일반적인 인식은 드라마나 영화 등에서 보는 가족을 알아보지 못하고, 방금 전 일도 금세 잊어버리는 증상을 떠올린다. 기억력과 인지 능력 등 뇌 기능 저하로 발생하는 질환 전체를 치매로 인식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반인들이 가장 헷갈려 하는 것은 치매와 알츠하이머의 차이다.
양 교수는 “보통 치매는 인지 기능이 원활하지 않아 일생생활이 어려운 정도로 건강상의 문제를 겪는 ‘증후군’과 같이 결과적으로 나타나는 증상”이라며 “알츠하이머는 이러한 뇌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원인 질환 중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치매가 더 포괄적인 개념”이라고 말했다.
즉, 치매는 원인과 관계없이 인지 기능 저하가 심해져 혼자 일상생활이 힘들어질 정도가 된 상태를 의미한다. 치매의 원인 중 가장 흔히 알려진 것이 알츠하이머다. 기억력을 중심으로 서서히 인지 기능이 나빠져 4, 5년 뒤엔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운 상태로 악화된다. 아밀로이드라는 독성 단백질이 인지 기능을 담당하는 뇌의 영역에 광범위하게 쌓여 뇌세포에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 경도인지장애 10∼15% 치매로 진행
최근 ‘영츠하이머’라는 신조어가 생길 정도로 젊은층에서도 기억력 감퇴 등 인지 장애를 호소하는 사람이 느는 추세다. 주차 위치나 현관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아 당황했던 에피소드는 이제 흔한 이야기가 됐다. 깜빡깜빡하는 정도의 건망증도 과연 치매의 증상일까? 흔히 알려진 알츠하이머성 치매를 기준으로 인지 능력 질환의 단계를 정리하면, 먼저 ‘치매’라고 부르기 전 두 가지 단계가 있다.
건망증과 가장 가까운 증상은 학계에서 최근 주목받는 주관적 인지장애에 가깝다. 증상을 보이는 개인은 ‘기억력이 떨어졌다’ ‘깜빡깜빡 증상이 잦아졌다’고 느끼지만 인지능력 검사 등에서는 정상 수준의 뇌기능을 보이는 상태다.
다음 단계는 경도인지장애다. 경도인지장애는 뇌기능 검사에서 정상 수준보다 낮은 수준의 기능 저하를 나타내지만 일상생활은 가능하다. 경도인지장애가 발생하지 않은 사람에 비해 치매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 정상인의 경우 매년 1∼2%가 치매로 진행하는데, 경도인지장애 환자는 매년 10∼15%가 치매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알츠하이머성 치매는 다시 초기, 중기, 말기 등 3단계로 나타난다. 초기에는 기억력 저하, 이름 대기 장애 등을 보이며 중기에는 심한 기억력 장애, 계산력 저하, 언어장애로 치매 여부를 주변과 본인이 모두 알 수 있다. 말기에는 독립적인 생활이 어려워진다.
● 신약으로 치료가 가능한가?
최근 한 제약사에서 치매 신약을 개발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미국 바이오젠과 일본 에자이가 공동 개발한 ‘레켐비’가 7월 미국식품의약국(FDA)의 정식 승인을 받았다. 알츠하이머의 원인으로 알려진 베타 아밀로이드를 타깃하는 약물로, 환자의 뇌 속에 축적되는 베타 아밀로이드에 의한 뇌 손상을 억제해 병의 진행을 늦추는 효과가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도입을 위한 논의가 진행되는 단계다. 하지만 중증 치매가 아닌 초기 치매나 경도인지장애 단계 환자가 대상이며 높은 약 가격으로 인해 치매 치료 접근성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따라서 치매라는 증상은 발병 이후보다 사전 관리가 더욱 중요하다.
경도인지장애 단계에서는 다른 약물로는 인지기능 개선제가 흔히 쓰이고 있다. 대표적인 약물은 콜린알포세레이트다. 이 약은 신경계통에 있어 학습과 기억을 담당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을 보충해 뇌와 신경세포 대사에서 신경세포의 구조와 기능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 약물은 경도인지장애 환자 등에게 무분별하게 처방된다는 지적이 있다. 이에 약가 정책에 따라 급여가 조정돼 행정소송 등의 절차를 거쳐 급여 조정이 확정되면 환자 부담률이 80%까지 올라갈 수 있다. 이 외에도 은행잎 추출물 등 혈액순환 개선제도 치매 예방 및 인지 기능 개선에 도움을 주는 약물로 쓰이고 있다. 은행잎 추출물은 혈액순환 개선 효과와 항산화 작용을 통한 세포 보호 효과 등 두 가지 측면에서 작용한다. 뇌혈관에 흐르는 혈액량을 늘려줘 뇌세포에 충분한 산소와 포도당을 제공할 수 있어 뇌 활동에 도움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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