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에 더 우울’ 상대적 박탈감…의사들 “SNS부터 줄여야”

  • 뉴시스
  • 입력 2023년 9월 26일 16시 33분


압축성장 속 물질주의 가치관 만연
과열 경쟁 속 청년층 더 느낄 우려
개인 장점 집중 작은성취 쌓아가야

즐겁고 풍성해야 할 추석 연휴를 앞두고 가정불화, 취업준비, 경제난 등으로 다가오는 연휴가 마냥 달갑지만은 않을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비교하면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며 개인이 가진 장점에 집중하고 일상생활 중 자존감을 높일 수 있는 활동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26일 의료계에 따르면 상대적 박탈감이란 자신을 다른 사람과 비교했을 때 권리나 자격 등 자신에게 있어야 할 당연한 가치를 빼앗긴 듯한 느낌이나, 실제 잃은 것은 없지만 다른 사람이 본인보다 많은 것을 가지고 있을 때 상대적으로 자신이 무엇을 잃은 듯한 느낌을 갖는 것을 의미한다.

명절 연휴 기간도 예외는 아니다. 가족이 해체됐거나 홀로 남은 노인, 취업문을 두드리고 있거나 비정규직인 청년, 비자발적 비혼인 싱글, 가족과의 갈등으로 화병에 걸린 주부 등 저마다 다양한 이유로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

상대적 박탈감의 원인은 사회 양극화, 과도한 경쟁, 물질주의 가치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발달 등 다양하다. 부동산, 주식, 가상화폐 등 자산 가치의 변동, 부의 대물림 등은 사회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유래가 드물게 초고속 압축 성장을 하는 과정에서 과열 경쟁과 물질주의 가치관이 만연해진 것도 원인 중 하나다.

강력한 의사소통 수단이 된 SNS도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게 하는 주요인이다. 한국 사회는 인터넷의 발달로 SNS 등 교류가 활발해 상향 비교를 통한 상대적 박탈감을 더 빨리 느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김선미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는 6.25 전쟁으로 황폐화된 이후 불과 50년도 되지 않아 초고속 경제 성장을 이룩하면서 상대적 박탈감이 부작용 중 하나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가족, 우정, 사랑 등 소중한 가치가 많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직업, 학벌, 경제력 같이 눈에 보이는 부분을 평가하려는 경향도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사회적 박탈감은 사회적 위축과 고립을 야기하고, 정신적·신체적 건강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우울증이 심해지면 삶 자체를 무기력하게 느끼거나 일상생활에 집중하기 어려워질 우려가 있다. 질병에 노출되기도 더 쉽다. 특히 청년층은 취업 준비, 비정규직 같은 고용 불안정성, 부채 등으로 인해 상대적 박탈감을 경험하는 경우가 많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치료학과 교수(대한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이사)는 “젊은층들은 과거보다 경쟁이 과열된 사회에 살면서 기성세대에 비해 성취감을 얻기 더 어려워졌다”면서 “또 직장 등에서 정당한 대우를 받지 못한다고 느끼거나 자존감이 낮아져 있는 경우 상대적 박탈감을 더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상대적 박탈감을 줄이려면 다른 사람이 아닌 스스로에게 집중하고 일상생활 중 작은 성취를 반복적으로 경험해 자존감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김 교수는 “가족이나 친지와 모인 자리에서 다른 사람의 장점을 들으면 자신과 비교하게 되는데, 자신만의 장점을 스스로 한 번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 좋다”면서 “헤어진 후 ‘집안일, 장거리 운전 하느라 수고했다’, ‘힘들어 보이던데 괜찮느냐’고 서로 안부를 묻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임 교수는 “매일 아침 30분씩 산책하기 등 일상생활 중 소소한 목표들을 세워 지속적으로 실천해 나가면서 작은 성취감을 반복적으로 맛보면 자존감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면서 “스스로 ‘넌 할 수 있어’ 같은 자기 위로와 지지를 하는 것도 효과적이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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