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의 100세 시대 건강법’을 2018년 8월 4일 처음 시작한 뒤 5년 1개월이 넘는 동안 200명의 인물을 소개했다. 뉴스가 돼 다시 쓴 경우를 제외한 수치다. 참 많은 사람들을 만났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한 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대부분 운동을 시작한 지 오래됐다는 점과 운동을 밥 먹듯 한다는 것이다.
‘양종구 기자의 100세 시대 건강법’ 1호인 2018년 8월 4일 쓴 “아버지가 돌아가신 51세를 넘기는 순간…나는 페달을 밟았다”의 주인공 ’ 김건수 씨(66)는 1987년부터 운동의 중요성을 알고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달리고 자전거를 탔으니 본격 운동 인생 20년이 넘는다. 지금도 거의 매일 페달을 밟고 있다. 2023년 9월 16일 쓴 “사막에 가면 힘이 넘쳐요” 사막마라톤 5700km 뛴 오지 레이서 유지성 OSK 대표(52)도 2001년부터 달리기 시작했으니 본격 운동에 나선 지 20년이 넘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 탓에 2019년 이후 4년간 사막 마라톤 출전을 하지 않다 24일(현지 시간) 시작하는 칠레 아타카마 사막마라톤에 출전해 달리고 있다.
근육운동을 하는 사람들도 비슷했다. 가장 대표적인 인물이 창용찬 대한보디빌딩협회 코치아카데미 원장(68)이다. 2018년 11월23일 “40대 초반 졸도, 겉은 멀쩡 속은 썼어 있었다”로 쓴 인물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역도부에 들어가 보디빌딩을 시작했고 1982년 미스터코리아 남자부 80kg급에서 정상에 오른 인물. 그는 협회 행정을 도우면서 잠시 운동을 등한시했지만 1990년대 말 마라톤 붐이 일면서 다시 운동을 시작해 마라톤 42.195km 풀코스는 물론, 철인3종, 사막마라톤 등을 섭렵했다. 요즘도 사이클을 타며 등산, 달리기를 즐긴다.
전문가들은 “‘운동의 맛’을 일찍 알면 알수록 운동을 지속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특히 운동을 일찍 시작할 경우 훨씬 더 오랫동안 건강하게 살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운동생리학적으로도 가급적 빨리 시작해야 하고 운동을 습관화해야 하는데 나이 어릴 때 습관화하기 쉽기 때문이다.
운동생리학적으로 인간은 20대 초에 체력을 최고점을 찍고 이후 서서히 약화된다. 순발력 지구력 등 체력은 물론 근육도 빠져 나간다. 의학적으로 30대 중반 이후에는 새로 생기는 세포보다 죽는 세포가 더 많다. 노화가 시작된다는 것이다. 체력 저하는 30대, 40대, 50대, 60대…. 10년 단위로 떨어지는 폭이 더 크다.
그럼 운동은 아무 때나 시작하면 우리 몸은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까. 대답은 ‘아니다’이다. 20대 초반을 지난 뒤에는 개인 ‘최고 체력’은 아무리 노력해도 만들어낼 수가 없다. 김용권 전주대 운동처방학과 객원 교수(전주본병원 본스포츠재활병원 대표이사)는 “20대 최고점을 찍을 때 개인적으로 최고의 체력을 만들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점점 약해지는 체력을 오래 유지할 수 있다. 물론 계속 운동을 한다는 전제 하에서다”고 말했다. 10대에 잘 관리해 20대 최고점을 찍어 놓고 계속 관리하면 체력이 떨어지는 속도가 줄어든다는 얘기다.
물론 30대, 40대, 50대, 60대에 운동을 시작해도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때라도 운동을 시작해야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다. 하지만 개인이 느끼기에 ‘과거엔 이러지 않았는데’에 걸맞는 체력으로 회복하기는 어렵다는 얘기다. 뒤늦은 나이에 운동을 시작해 꾸준히 관리하면 그 나이 때 운동하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건강하게는 살 수 있다. 결국 더 일찍 시작해서 관리해야 더 오래 체력적으로 강건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스포츠심리학자들은 어렸을 때 운동을 시작한다면 평생을 건강하게 살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한다. 어릴 때부터 ‘스포츠 천국’에서 생활하는 미국 사람들이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달리는 등 운동과 스포츠를 즐기는 이유란다. 김병준 인하대 교수(스포츠 심리학)는 “인간의 행동은 방해요인에 좌우된다. 어떤 행동을 할 때 혜택이 많으면 그 행동을 많이 하게 되고 손실이 많으면 덜하게 된다. 나이는 운동을 방해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젊었을 때 운동을 해도 힘들지도 않고 즐거움을 느껴 오래 지속할 수 있는 반면 나이 들어 시작하면 힘들어서 오래 지속하기 힘들다는 얘기다. 운동을 해도 힘들지 않고 힘도 생기고 즐거움도 찾으려면 더 투자를 하게 되는 반면 운동을 해 힘들면 포기할 가능성이 높다. 운동을 가급적 어린 나이에 시작해야 하는 이유다.
운동생리학적으로 볼 때 운동을 규칙적으로 했을 때 몸의 유의미한 변화는 3개월은 넘어야 나타난다. 송홍선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 수석연구원(운동생리학)은 “달리기의 경우 3개월 이상 꾸준히 해야 심폐 지구력이 좋아지고 콜레스테롤과 지방 감소 등이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무엇보다 우리 뇌도 이 시기에 운동에 적응한다. 사람들이 ‘운동 안 하니 몸이 찝찝하다’는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뇌도 운동에 적응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병준 교수는 “우리 뇌는 습관과 실제 행동이 부조화를 보이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거의 매일 하던 운동을 하지 않을 경우 뇌는 ‘왜 운동을 하지 않지’라는 반응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개인차는 있지만 스포츠심리학적으로 운동을 습관화하는데 6개월 이상 걸린다고 한다. 어떤 운동이든지 참고 6개월 이상을 꾸준히 하면 ‘운동을 안 하면 안 되는’ 단계에 들어선다는 의미다.
우리 몸은 나이가 들어 사용하지 않으면 노화에 의한 퇴행으로 잘 쓰지 못하는 상태가 된다. 근육이 왜소해지고 각종 뼈의 관절이 가만히 있어도 아프다. 여기에 운동을 하면 더 아프니 나이 들어 운동을 시작하기 힘든 것이다. 김병준 교수는 “신은 공평하다. ‘신이 준 선물’ 운동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나이 들면 훨씬 운동에 투자를 많이 해야 건강을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 몸은 안 쓰면 녹슨다. 지금 시작해도 절대 늦지 않는다.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기 어렵지만 습관이 되면 운동은 어느 순간 즐거움이 된다.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려면 지금 바로 운동을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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