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뇌신경전달 물질 BDNF(Brain-Derived Neurotrophic Factor)의 존재가 알려진 것은 2007년 3월 26일 미국의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더 강하게, 더 빠르게, 더 현명하게’ 라는 주제의 커버스토리를 대서특필하면서다. 존 레이티 하버드메디컬스쿨 교수가 쓴 ‘불꽃: 운동과 뇌에 대한 혁명적인 신과학’(Spark: The Revolutionary New Science of Exercise and the Brain)이란 책을 소개하는 기획이었다. 그 전에도 운동을 하면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결과가 나오긴 했지만 레이티 박사의 저서에는 운동을 하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집대성돼 있었다. 당시 필자도 이 책을 아마존에서 구입해 직접 읽어봤고 각종 기획 기사에 인용했다.
종합하면 운동을 하면 BDNF가 생긴다는 것이다. 여러 연구들을 종합한 결과 운동을 하면 근육이 IGF-1이란 단백질을 만들어낸다. 이 단백질은 인체 내 신경전달물질의 선구자적인 역할을 한다. IGF-1은 피를 타고 흘러 뇌까지 이르는데 뇌 신경전달 물질인 BDNF를 포함해 다른 화학물질을 만들어내는 명령을 신경계에 보내는 것이다.
정기적인 운동을 하면 우리 신체는 BDNF의 수준을 높여주고 뇌세포는 가지치기를 시작해 서로 힘을 합치고 새로운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이런 과정은 학습 능력을 키워준다. 뇌에 BDNF가 많으면 많을수록 지식 축적을 더 많이 할 수 있다는 게 과학자들이 얻은 결론이다. 운동이 머리를 좋아지게 만드는 것은 물론 우울증은 물론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배경에 위와 같은 과학적 결과물들이 있다.
사실 사람들은 ‘건강한 신체에 건전한 정신’이란 말이 나온 그리스 시대부터 운동을 하면 머리가 좋아질 것이라는 것을 마치 진리처럼 믿어왔다. 하지만 추측일 뿐 과학적 증거물을 찾지 못했다. 그러나 과학이 발달하고 뇌 탐색 도구 등 첨단 기계가 만들어지고 복잡한 생화학에 대한 지식이 쌓이면서 운동능력이 정신력과 상관관계가 있을 것이란 추정은 진실로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운동을 중단하면 신경전달물질도 안 생긴다. 전문가들은 “새 뉴런과 뉴런을 이어주는 연결부위는 수년간 탄탄하게 결속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운동을 그만두고 한 달이 지나면 아스트로사이츠가 감소하고 뉴런의 기능이 약화될 것”이라고 말한다. 몸을 방치하면 뇌도 그에 따라 기능이 쇠약해질 것이라는 얘기다. 결국 뇌의 활성화 효과를 지속하기 위해서는 운동을 계속해야 한다. 전문가들은 “20대 때 운동을 계속한다면 70세가 돼서도 효과를 볼 것이다. 운동 습관이 향후 50년간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라고 조언한다.
결국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땀을 배출하고 심장박동을 울리는 정상적인 유산소운동을 통해 뇌의 혈액순환을 증가시킬 필요가 있다. 운동을 꾸준히 해야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것이다. 운동을 열심히 하는 게 신체는 물론 정신 건강까지 챙길 수 있다. 운동을 시작하는 나이는 어릴수록 좋다. 그래야 더 길게 건강하게 살 수 있다.
2023년 기준 대한민국의 치매 환자는 102만여 명이다.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950만 명이니 노인 인구의 10%가 치매 환자다. 노인 10명 중 1명이 치매를 앓고 있는 셈이다. 브레인워킹페스티벌을 열고 있는 대한직장인체육회걷기협회는 “바르게 걷기가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성기홍 대한직장인체육회걷기협회 기억력회복운동센터장은 “여섯 번째 생체신호인 걸음걸이는 치매 예측과 예방의 중요한 척도”라고 말했다. 연구 결과 일반적으로 정상인의 걸음 속도 범위는 초당 1.2∼1.4m다. 치매나 경도인지장애를 가진 사람들의 걸음 속도는 이보다 떨어진다. 경도인지장애가 있으면 초당 0.6∼0.8m. 걸음 속도가 초당 0.4m 이하로 떨어지면 낙상 확률이 높아졌다. 육체적인 결함 없이 초당 0.4m 미만으로 걷는다면 치매를 의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걷기는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움직임이다. 과거에는 걷기를 인지기능에 관여하지 않는 자동적 운동으로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뇌의 해마·전두엽과 연결된 복잡한 인지기능이 동반된 운동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다. 정상적으로 걷는다는 것은 뇌에서 가장 빠른 길에 대한 전략적인 계획이 필요하며 이후 심리상태와 환경 사이에서 다양한 판단을 해야 한다. 어떻게 가야 안전하고 효율적인지 걸으면서 계속 계산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판단이 내려진다. 파란불이 깜빡이는 것을 보고 ‘지금 가야 하나’ ‘아냐 지금 가면 위험해’, ‘갑자기 나타난 오토바이를 어떻게 피해야 할지’ 등 수많은 인지 작용이 일어나는 것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 한국스포츠정책과학원은 아주대병원 문소영 교수팀과 함께 치매국가책임제 시행에 따른 국가치매극복기술개발사업의 일환으로 ‘한국형 치매 예방 다중 영역 프로그램 개발’ 연구 과제를 2018년부터 실시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 가이드라인에 따라 68세에서 72세 여성 26명을 대상으로 유산소운동을 주당 150분, 근력 및 균형 운동을 2주당 1회를 기본으로 12주간 시킨 결과 체력이 상승한 것은 물론 인지기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알츠하이머병 평가척도인 ADAS-cog 수치가 운동 전 10.7에서 8.8로 떨어졌다. ADAS-cog는 인지능력을 평가하는 방법으로 30이 넘으면 치매로 판단한다. 치매 환자에게 유산소운동을 시켜도 인지능력이 개선된다는 연구 결과도 나오고 있다.
케네스 H 쿠퍼 공군대령이자 의사가 1968년 ‘에어로빅스(Aerobics)’란 책을 쓰며 알려진 유산소운동은 잘 알다시피 심혈관기능을 높여준다. 유산소운동을 3개월 이상 하면 뇌의 모세혈관이 30% 증가한다. 운동으로 생성된 신경전달물질의 영향으로 새롭게 형성된 신경세포에 혈액을 공급하기 위해서다. 새 신경세포는 자극이 없으면 소멸하는데 운동은 좋은 자극제가 된다. 운동이 뇌를 계속 건강하고 스마트하게 만드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치매는 치료보다는 예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걷기와 달리기를 지속하면 치매 발병률이 떨어진다. 성기홍 센터장에 따르면 선진국에서는 일찌감치 걷기 등 운동을 치매 예방에 활용하고 있는데 국내에선 치료에만 급급해하고 있다. 성 센터장은 “독일은 1900년대 초부터 치매를 병명으로 확정하고 예방과 치료에 의술은 물론 운동까지 활용하고 있다. 운동이 치매 예방은 물론 치료에도 효과적이라는 과학적인 결과는 숱하게 쌓여 있다. 우리나라는 치매국가책임제라며 조호비와 투약비 등에 돈만 지원하고 있다. 수십조 원이나 배정됐다는데 이마저도 제대로 지원이 안 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치료에만 매달리면 돈만 더 들어갈 뿐이다”고 말했다.
치매는 잠복기가 10년에서 15년이 된다. 65세에 치매라는 진단을 받았다면 50세부터 시작된 것이다. 이미 걸린 사람은 어쩔 수 없지만 50~58세에 치매로 발전할 수 있는지를 미리 알 수 있다. 듀크대 등 세계 유명 대학교는 걸음걸이로 치매를 예측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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