힌트 줘도 “그거 뭐야?”…치매 80% ‘알츠하이머병’ 진단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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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3년 9월 29일 0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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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보건복지부가 올해 안에 ‘치매’라는 말을 대체할 용어를 확정해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쓰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고령화 사회로 가면서 치매 친화적 환경을 조선하고 인식을 개선하겠다는 취지다. 치매는 심해질수록 기억력은 물론 언어 능력, 지남력 그리고 판단력까지 저하된다. 실제로 할리우드 액션 배우 브루스 윌리스는 전측두엽치매로 지난해 3월 실어증 진단을 받고 은퇴를 선언하기도 했다. 치매를 진단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치료법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분당서울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지원 교수와 알아보도록 한다.

◇ 65세 이상 인구 10% ‘치매’ 앓는다…알츠하이머 치매 뭐길래

치매는 후천적으로 다양한 원인에 의해 뇌 기능이 손상되면서 인지 기능이 지속적이고 전반적으로 저하돼 독립적인 일상생활을 하기 어려운 상태를 의미한다. 65세 이상 연령 인구 중 10%가 치매를 앓고 있으며, 85세 이상 연령층에는 연구에 따라 다르지만 약 25% 정도에서 발견된다.

치매의 주요 원인으로는 알츠하이머병을 비롯해 혈관성치매, 루이체치매, 전측두엽치매 등이 있는데, 이 중 가장 큰 비중(연구에 따라 약 60~90%)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알츠하이머병에 의한 치매이다.

알츠하이머병 치매는 뇌 안에 베타아밀로이드 플라크라는 병적 단백질이 쌓이면서 뇌신경 세포의 기능이 떨어지고, 더 나아가 파괴되는 질환이다. 통상 65세 이후에 발생하는 노년기 알츠하이머병 치매는 다양한 위험인자를 가지고 있다. 중년에는 청력저하, 외상성 뇌손상, 고혈압, 음주, 비만 등이 위험인자로 작용하고 노년기에는 흡연, 우울증, 사회적 고립, 신체적 비활동, 대기오염, 당뇨 등이 위험인자로 알려져 있다.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유전자 돌연변이를 가진 유전성 알츠하이머병은 통상 65세 미만의 초로기 알츠하이머병 치매에서 나타나고, 전체 알츠하이머병의 1~5% 정도로 적다.

65세 이상의 노년기 알츠하이머병 치매에서는 ‘있으면 치매를 반드시 일으키는 치매 유발 유전자’가 아닌, ‘있으면 치매 위험도를 높이는’ 아포지단백 E4라는 위험 유전자가 있다. 아포지단백 E4가 1개 있으면 알츠하이머병 치매 위험도가 2~3배, 2개 있으면 8~14배 정도 높아진다고 알려져 있다. 아포지단백 E4가 있다고 해서 모두 알츠하이머병 치매에 걸리는 것도 아니고, 아포지단백 E4가 없는 알츠하이머병 치매도 상당히 많으므로 기억력 저하 등 증상이 나타나서 치매 검진을 받게 될 때, 필요시 보유 여부를 확인해 진단과 예후 파악에 참고하는 정도로 활용할 수 있다.

◇ “옛날 기억은 나는데”…단순 건망증 아닌 ‘치매’ 증상은?

아래 증상 중 하나 이상 해당하는 경우 꼭 가까운 병원에 방문해 치매 검사받길 권유한다.

아주 초기일 때 나타나는 첫 번째 증상은 최근 기억의 저하이다. 건망증의 경우 옆에서 힌트를 주거나 기억을 되살려 주면 ‘아 맞다’하면서 그 기억을 떠올릴 수 있지만 치매의 경우 옆에서 아무리 기억을 되살려 줘도 긴가민가하거나 아예 기억을 못하기도 한다.

기억은 뇌에 ‘저장’되고, 저장된 내용을 출력하는 ‘인출’의 과정으로 이루어지는데, 치매 초기 증상으로서의 기억력 저하는 ‘저장’ 자체가 되어있지 않아 ‘인출’할 내용 자체가 없는 것이다. 특히 그 정도가 점점 심해져서 일상생활에 지장이 생기고,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할 때는 반드시 치매를 의심해 봐야 한다. 아울러 옛날 기억은 잘하는데 최근 기억을 잘 못하는 경우를 특히 주의 깊게 보아야 한다.

두 번째는 언어 능력의 저하이다. 어떤 물체를 보고 물체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는다거나 말하고자 하는 단어가 잘 떠오르지 않아 ‘그거 뭐라 그러더라?’라는 말을 평소보다, 또 해당 연령대의 사람들에 비해 자주 하게 되는 경우 단순한 건망증이 아닐 확률이 있다. 원래 말을 유창하게 하던 사람이 이전보다 문장 구사력이 많이 저하되는 경우도 주의 깊게 봐야 한다.

세 번째는 지남력의 저하이다. 지남력은 현시점의 시공간 좌표를 인지하는 능력을 말한다. 평소에는 날짜를 잘 알고 있었는데 최근 들어 대답을 잘 못하거나, 집안사람들 경조사를 철저하게 챙기던 사람이 언젠가부터 날짜를 놓치기 시작하는 횟수가 늘어나면 의심해 볼 수 있다.

네 번째는 판단력 및 문제해결력의 저하이다. 상황을 판단하고, 적절하게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이전에 비해 저하될 수 있다. 해야 할 일이 조금 복잡해지면 심하게 당황하고 머리가 아프다며 그러한 상황을 피한다거나 대중교통을 타고 목적지에 가다가 헷갈리면 도움을 요청해야겠다는 판단을 하지 못하고 멍하니 서 있는 경우 주의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는 성격 및 행동 변화다. 원래의 성격이나 행동과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일 경우 치매 초기 증상일 수도 있기 때문에 유의해야 한다.

◇ 약물로 치매 진행 늦춰…단조로운 생활보단 사회적·지적 자극 줘야

알츠하이머병 치매로 진단받으면 약물치료를 진행해 치매 진행을 최대한 늦춘다. 비약물적 치료인 인지중재치료를 병행하고, 진행을 지연하기 위한 신체적·사회적·지적 활동들을 한다. 또 치료를 통해 초기 단계를 최대한 오래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검증된 치료법으로 최대한 일찍 치료받는 것이 중요하다.

알츠하이머병 치매가 발생하지 않게 하는 방법은 두 가지이다. 첫 번째는 뇌 안에 베타아밀로이드가 덜 쌓이도록 하는 방법, 두 번째는 만약 쌓이더라도 최대한 뇌 기능을 유지해 치매가 최대한 오지 않게 하는 방법이다. 앞서 말한 위험인자들을 잘 관리하는 것은 이 두 가지에 모두 도움이 된다.

치매는 일단 발병하면 치료를 받아도 발병하기 전 상태로 뇌 기능이 회복되는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치매로 인한 삶의 질 저하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적극적인 예방 활동과 더불어 최대한 신속하게 발견해 전문적인 관리를 받아 진행을 늦추는 것이 유일하다.

휴식을 취하거나 스트레스를 최소화하려고 너무 조용한 환경으로 옮겨서 생활을 단조롭게 하면 좋지 않다. 본인이 편안한 환경에서 적절한 사회적, 지적 자극을 유지하며 지내는 것이 치매 예방 및 관리에 더욱 좋다.

치매 정도는 아니지만, 치매 전 단계로 주의가 필요한 경도인지장애로 진단받을 경우 보건소에서 운영하는 치매안심센터에 방문해 인지훈련을 받으면 도움 된다. 치매안심센터에서 치매 검사도 받을 수 있고, 관련 상담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추천한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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