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유행 사태에서 변이 바이러스는 감염 확산을 심화시킨 주범으로 꼽힌다. 초기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만들어진 치료제나 백신 효과를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겪으면서 변이 바이러스 대응 역량이 중요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가운데 과학자들이 변이 바이러스에 대처할 수 있는 다양한 기술 개발에 나섰다.
데버라 마크스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 연구팀은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을 예측하는 딥러닝 모델을 12일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했다. 컴퓨터가 스스로 외부 데이터를 조합, 분석해 학습하는 딥러닝 기술을 통해 바이러스가 어떻게 변이를 일으키고 면역 회피 특성을 가지도록 진화할 수 있는지 정확히 예측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연구팀은 “기존 변이 바이러스 등장을 예측하는 도구는 감염된 숙주의 항체 샘플 다수가 필요해 감염자가 많지 않은 감염병 사태 초기에 사용할 수 없다는 단점이 있었다”며 “이번에 개발된 딥러닝 모델 ‘이브스케이프(EVEscape)’는 바이러스의 진화를 조기에 예측할 수 있어 감염병 사태 초기 대응에 유리하다”고 밝혔다.
이브스케이프는 역사적으로 출현했던 바이러스의 DNA 염기서열 정보들을 학습했다. 바이러스가 확산될 때 염기서열이 어떻게 바뀌며 진화하는지 확인했다. 염기서열이 진화하는 과정에서 반복되는 형태가 있는지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예측하도록 했다.
분석 결과 이 예측 모델은 2020년 이전에 얻은 바이러스 데이터로 교육을 받았을 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초기 바이러스에서 벗어나 변이 바이러스를 일으킬 가능성을 정확하게 소급 예측했다. 실제 코로나19 대유행 사태에서 발생한 변이 바이러스를 알아맞힌 것이다. 연구팀은 이 예측 모델은 감염병 진행 과정에서 축적된 정보를 학습하면 다음 변이 바이러스를 예상하는 능력이 즉각적으로 향상된다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에 대한 검토 글을 작성한 내시 로치먼과 유진 쿠닌 하버드대 의대 교수는 “이 모델은 풍토병화된 바이러스의 미래 변이를 예측해 합리적인 백신 설계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며 “나아가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새로운 바이러스 대유행의 위험까지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감염병 사태에서 변이 바이러스 위험성에 경각심을 가진 연구자들은 백신 개발에서도 새로운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플로리안 크래머 미국 마운트시나이 아이컨 의대 교수와 알리 엘비디 미국 워싱턴대 교수는 1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낸 기고문을 통해 “코로나19 사태 중 초기 백신은 대유행으로 인한 피해를 크게 줄였지만, 추후 면역 회피 특성을 가진 변이 바이러스가 나타났다”며 “다음 감염병 사태에선 백신 및 추가 접종용 백신이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추가 접종용 백신을 개발할 때, 초기 바이러스 균주를 과감하게 배제하고 가장 최근에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대규모 접종은 대중에게 부담으로 작용하는 만큼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는 백신 개량이 원활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추가 접종과 관련해선 어떤 바이러스 변이까지 포함해야 하는지, 언제 개량이 이뤄져야 하는지 등 의학적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 게 남아 있다”고 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