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숨소리 ‘쌕쌕’ 거칠다면 바로 병원가야[홍은심 기자의 긴가민가 질환시그널]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25일 03시 00분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

RSV(호흡기세포융합바이러스)는 호흡기 질환을 유발하는 전염성이 높은 바이러스다. 감염자의 기침이나 재채기 혹은 접촉으로 인한 침방울이 눈, 코, 입으로 들어가면서 전파된다. 주로 영유아 사이에서 유행하며 만 2세 이하 영아에서 발병할 위험이 90%에 이른다.

RSV 감염 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기침, 콧물, 재채기, 발열, 코 막힘 등으로 감기나 독감과 증상이 비슷하다. 다만 감기, 독감에 걸렸을 때의 기침 소리와 다르게 RSV에 걸렸을 때는 ‘쌕쌕’ 소리가 동반되는 기침이 나올 수 있다. 가래가 끓어 호흡에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감염된 영유아 중 25∼40%는 증상이 악화해 모세기관지염이나 폐렴의 징후를 보일 수 있고 이 중 일부는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생후 6개월 미만의 신생아나 영유아는 전형적인 호흡기 증상 없이 보챔, 식욕부진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자녀에게서 이런 증상이 발견된다면 부모의 면밀한 관찰이 필요하다.

2023년 1월부터 9월까지 RSV 환자는 약 8700명으로 RSV 바이러스가 유행하는 겨울이 다가옴에 따라 다시 환자가 늘어날 수 있다.

현재까지 RSV 감염에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구체적인 치료제나 예방할 수 있는 백신은 없다. 발열 증상이 있는 경우 해열제를 통해 열을 낮추거나 코가 막히면 식염수를 사용하는 방법 등의 관리를 통해 증상 호전을 기대해야 한다. 호흡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엔 바로 병원에 방문해야 한다. 특히 영유아가 호흡곤란을 보이면 폐렴, 모세기관지염 등의 합병증으로 이어져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 있다. 이때는 정맥주사, 산소 치료 또는 인공호흡기를 이용한 치료가 이뤄진다.

아직 따로 치료 약과 예방 백신이 없는 만큼 개인의 위생 관리를 통한 예방이 필요하다. 흐르는 물에 30초 이상 손을 씻어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고 손으로 눈과 코, 입을 만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아이가 자주 접촉하는 장난감, 식기 등을 소독해 청결한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감기 혹은 독감과 유사한 증상이 있는 사람과의 밀접 접촉은 피해야 한다. 부모에게서 감기 혹은 독감의 증상이 느껴진다면 아이와 함께 사용하는 식기와 물건 등을 분리해서 사용해야 자녀의 감염을 피할 수 있다.

한편 RSV 예방을 위한 제품은 개발돼 상용화되고 있다. 사노피와 아스트라제네카는 RSV 예방을 위한 항체 주사인 ‘베이포투스’를 공동 개발해 7월 FDA 승인을 받았다. 베이포투스는 RSV 질환에 취약한 만 2세 이하 영아의 RSV로 인한 하기도 감염증을 예방할 수 있다. RSV 시즌 이전 또는 시즌 중 한 차례 근육 내 주사하면 시즌 내내 감염이 예방될 수 있다.

화이자는 ‘애브리스보’를 개발해 5월 FDA 승인을 받았다. 애브리스보는 산모에게 접종해 유아에게 면역력을 전할 수 있는 적응증을 가졌다. GSK는 ‘아렉스비’를 개발해 지난 5월 FDA 승인을 받고 6월 EU에서 승인을 취득했다. 아렉스비는 60세 이상 고령자를 대상으로 접종하도록 허가된 백신이다.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최영준 교수는 “아직 국내에는 모든 영유아를 대상으로 RSV를 예방할 수 있는 제품은 없다. 그러나 최근 미국 등 해외의 경우 다양한 제약사에서 RSV를 예방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해 접종이 진행될 예정이다. 특히 발병 위험이 큰 만 2세 이하 영아의 경우 바이러스 염증 등으로 호흡곤란 증상이 심하게 나타날 경우 치명적일 수 있어 영유아 RSV 예방 제품의 국내 도입이 서둘러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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