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극심한 두통이… ‘뇌하수체졸중’을 아시나요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26일 03시 00분


뇌하수체졸중의 예방과 치료
흔한 질환 아니지만 후유장애 심각… 초기엔 무기력-구토-쇼크 등 발생
뇌신경 손상 빨라 응급치료 받아야… 주로 뇌하수체 종양 있는 경우 발병
시야 결손-시력 저하 동반하기도… MRI 검사 등으로 조기에 발견을

유희준 중앙대광명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뇌하수체졸중에 걸린 환자의 자기공명영상(MRI) 사진을 보면서 보호자에게 치료법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중앙대광명병원 제공
유희준 중앙대광명병원 신경외과 교수가 뇌하수체졸중에 걸린 환자의 자기공명영상(MRI) 사진을 보면서 보호자에게 치료법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 중앙대광명병원 제공
날씨가 추워지면서 뇌에 생기는 혈관성 질환들이 늘고 있다. 뇌에 ‘뇌졸중(뇌중풍)’이 있다면, 뇌하수체에는 ‘뇌하수체졸중’이 있다. 뇌졸중에 대해서는 매체를 통해 많이 알려졌으나 뇌하수체졸중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다.

중앙대광명병원 신경외과 유희준 교수는 “뇌졸중이 뇌출혈 또는 뇌경색으로 인해 뇌 조직에 손상이 생기고 이에 따라 발생하는 여러 신경학적 이상이라면 뇌하수체졸중도 같은 개념”이라며 “출혈 같은 비슷한 현상들이 뇌하수체 조직에서 생기는 것이라고 이해하면 쉽다”고 말했다.

● 출혈 시 극심한 두통이 생겨
뇌하수체졸중은 흔한 질환은 아니나 심각한 후유장애를 남길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뇌하수체가 위치한 부위는 뼈들로 둘러싸여 있는데 뇌하수체와 뼈 사이 공간이 그리 넓지 않다. 주목해야 할 점은 그 좁은 공간 주위로 중요한 뇌신경들이 지나간다는 것이다. 어떠한 이유에서건 뇌하수체에 출혈이나 경색이 발생하면 여유 공간이 충분치 않아 주변 조직들이 쉽게 압박을 받는다. 이러한 출혈, 경색 등은 정상 뇌하수체 조직에서도 일부 발생할 수는 있으나 대체로 기존에 뇌하수체 종양이 존재하던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가장 흔한 초기 증상은 급격하고 극심한 두통이다. 안구통이 심하며, 머리를 망치로 두들겨 맞는 듯한 갑작스러운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정상 뇌하수체 조직 자체가 압박되면서 뇌하수체 기능저하증을 유발한다. 호르몬 균형이 깨지면서 이로 인해 무기력, 식욕 감퇴, 오심,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심할 경우 전해질 이상, 쇼크, 나아가 의식을 잃는 것까지 초래할 수 있다.

또 인접한 시신경이 눌려 시력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 양쪽 시야가 좁아지는 증상도 흔히 동반된다. 눈동자를 움직이는 데 관여하는 신경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눈동자가 움직이지 않는 안구운동 마비가 생길 수 있다. 양쪽 눈동자의 조화로운 조절이 이루어지지 못해 복시 등의 증상이 발생한다. 심지어 눈꺼풀이 처지는 안검하수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 코에서 접근하는 수술로 치료
대부분의 신체 기관은 서서히 발생하는 변화에는 어느 정도 적응할 여지가 있으나 급격한 변화에는 더 쉽게 손상을 받는다. 또 급성 질환은 빨리 치료하면 회복이 가능하나 시간이 늦어질 경우 후유장애를 남길 수 있다. 뇌하수체졸중 상황은 위에서 말한 주변의 뇌신경들의 손상이 빠르게 진행되기에 최대한 빠른 치료가 필요하다. 응급 상황인 것이다.

치료는 수술을 기본으로 한다. 주로 내시경을 이용해 코로 뇌하수체에 접근하는 ‘경접형동’ 접근법을 이용한다. 문제가 생긴 조직들을 제거해 출혈로 인해 높아진 압력을 낮춘다. 그리고 동반된 호르몬 불균형, 전해질 불균형 등에 대해 적절한 약물 치료를 병행한다.

유 교수는 “뇌하수체졸중은 치료가 늦어진다면 후유장애가 남을 수 있지만, 빠른 시기에 치료를 받는다면 이미 발생한 증상들도 호전될 수 있다”며 “갑작스러운 두통과 함께 시력 저하, 시야 변화가 나타나며 무기력이나 구역, 구토 등이 동반된다면 최대한 빠른 응급실 진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뇌하수체졸중 예방법
뇌하수체졸중은 주로 기존 뇌하수체 종양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뇌하수체 종양의 크기가 클수록 위험도가 높아진다. 그렇기에 뇌하수체 종양 자체가 너무 커지기 전에 미리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뇌하수체 종양을 진단하기 위해선 뇌 자기공명영상(MRI) 검사가 선행되고, 뇌하수체 선종이 발견되면 정확한 크기와 위치, 양상을 확인하기 위해 뇌하수체 MRI 촬영이 필요하다.

종양의 크기가 어느 정도 이상으로 자라 시신경을 압박하는 정도가 되면 시야 결손, 시력 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눈과 관련한 증상들을 노안으로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경우가 제법 많은데, 그냥 지나치지 말고 진료받을 필요가 있다. 또 안과 검진에서 특이사항이 없다면 신경외과적 측면의 진료도 꼭 고려해야 한다. 이 밖에도 고혈압이 뇌하수체졸중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한다. 평소에 혈압을 정상 범위로 잘 유지할 수 있도록 건강관리에 신경 쓰는 것이 중요하다.

뇌하수체
뇌의 가운데 위치한 작은 내분비샘이다. 성장호르몬, 유즙분비호르몬, 갑상선자극호르몬 등 7가지 중요한 호르몬을 총괄하면서 우리 몸의 생식과 발육, 대사에 관여한다. 그래서 뇌하수체에 종양이 생기면 성장호르몬이 과다하게 분비되고 말단비대증, 거인증이 생기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뇌하수체졸중#예방법#후유장애#응급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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