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필수의료 혁신 추진계획’ 발표
“전국 의대 상대로 4주간 수요조사
시급성 감안해 기존 대학 우선 증원”
지역의대 신설은 별도 검토하기로
정부가 2025학년도에 ‘미니 의대’와 지역 국립대 의대부터 정원을 늘리기로 한 가운데 전국 40개 의대를 상대로 11월 22일까지 신입생 수요 조사와 교육 여건 점검을 마치기로 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지역 의대 신설 요구가 빗발치고 있지만 의사 확충의 시급성을 감안해 기존 의대부터 규모를 키우겠다는 계획을 밝힌 것이다. 이날 발표한 일정대로라면 올해 안에 정원 규모가 결정될 가능성도 있다.
● “의사 확충 시급성 감안해 기존 의대부터 증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은 26일 ‘지역 및 필수의료 혁신 이행을 위한 추진 계획’ 브리핑에서 “의사 인력 확충의 시급성을 감안해 2025학년도 정원은 증원 여력이 있는 기존 대학을 중심으로 우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19일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입학 정원 확대 방침을 발표한 데 이어 향후 일정을 좀 더 구체적으로 밝힌 것.
복지부는 늘어날 의대 정원을 50명 미만 규모의 ‘미니 의대’와 국립대 의대 등 24곳을 중심으로 배분한다는 기존 방향성을 재확인했다. 조 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교육의 질과 효율성을 위해 의대 1곳당 정원이 최소 80명은 돼야 한다”는 전문가 의견을 전한 바 있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지역 완결적 필수의료 체계가 달성되려면 국립대 의대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우선순위에 두겠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니 의대 17곳 가운데 정원이 40명에 불과하면서 지역 내에 다른 의대가 없는 울산대와 제주대의 경우 정원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정원이 50명 이상인 국립대 의대 7곳 중에서는 광주와 전남을 아울러 유일한 국립대 의대인 전남대(125명) 등이 규모를 확장할 가능성이 있다. 만약 미니 의대의 정원이 전부 80명 이상으로 늘어나고, 다른 국립대 의대에도 새 정원이 분배되면 전체 증원 규모는 500명을 훌쩍 넘게 된다.
복지부가 기존 의대의 규모를 먼저 키우기로 한 건 의사 양성에 걸리는 기간을 감안할 때 인력 확충의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봤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대체로 2035년경 최소 1만 명의 의사가 부족해진다고 예측한다.
● “4주 안에 의대 현장 점검까지 완료”
지역 의대 신설 요구에 대해선 지역 내 의료 수요와 역량을 고려해 별도로 검토하기로 했다. 신설을 위한 준비 작업과 절차에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 만큼 당장 의대 정원에 반영하지는 않고 필요성을 판단하겠다는 뜻이다.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자칫 의대 정원 문제가 정치적 이슈로 변질될 것을 막기 위한 결정으로도 풀이된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에 의대 입학 정원을 1000명 이상 늘리고 지역 공공의대를 세우라고 촉구했다.
복지부는 의사과학자 양성을 위한 의학전문대학원을 신설할지, 별도 전형으로 선발한 의대생이 졸업 후 일정 기간 지역에서 의무적으로 진료하게 하는 ‘지역의사제’를 도입할지 등에 대해서도 확답하지 않았다. 정 보건의료정책관은 “의과학 분야 인재가 훌륭한 의사과학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 가겠다”며 “지역의사제를 도입할지와 별개로 지역인재 (선발) 전형 확대와 의료 취약지 근무 지원 등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복지부는 26일부터 교육부와 함께 각 대학의 증원 수요를 조사한 뒤 ‘의학교육점검반’을 꾸려 의대 현장의 교육 여력을 점검하기로 했다. 이 모든 과정을 4주 안에 마친다는 게 정부의 계획이다. 증원 수요는 있지만 교수와 강의실, 연구실 등 교육 역량을 갖추지 못한 곳은 대학의 투자계획 이행 여부를 확인해서 2026학년도 이후 단계적으로 증원하기로 했다. 복지부는 의대 정원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의료계와 지속적으로 대화하는 한편 늘어날 의사가 지역·필수의료로 유입되도록 각종 정책 패키지도 함께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의대 정원이 정치적 논리에 따라 결정될 것을 우려하면서도 정부와의 논의에 최선을 다해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의협은 “정부가 밝힌 ‘의대 정원 수요 조사’ 계획은 자칫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정치인 등에 따라 왜곡된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며 “각 의대의 교육 여건 등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고, 필수의료 분야 종사자에 대한 법적 책임 완화와 합당한 대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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