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걷기 잘못하면 오히려 독?!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0월 31일 03시 00분


요즘 대한민국의 건강 이슈 중 하나는 맨발 걷기다. 특별한 도구도 필요 없고 비용이 들지 않으며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도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맨발 걷기를 한 뒤로 만성피로가 사라지고 불면증이 개선되는 등 건강이 좋아졌다는 ‘간증’도 이어진다.

맨발 걷기가 대중화한 데는 유튜브의 영향이 적지 않다. 언제부턴가 어싱이란 단어와 함께 맨발 걷기를 장려하는 콘텐츠가 대거 등장하기 시작한 것. 어싱(earthing)이란 지구를 뜻하는 ‘earth’에서 파생된 단어로 땅과의 접촉, 접지(接地)를 뜻한다. 이 같은 개념은 2012년 해외 학술지 ‘환경과 공중보건’에 소개된 논문에서 비롯됐는데, 인체를 지구 표면에 접촉하면 지구의 자유전자가 체내에 유입되고 이로 인해 활성산소가 중화돼 여러 염증을 감소할 수 있다는 게 골자다. 즉, 사람이 활동하다 보면 노화나 질병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가 생성될 수밖에 없는데 접지를 통해 이를 땅으로 배출하는 한편, 땅이 품었던 양이온과 방사에너지를 흡수해 건강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맨발로 걸으면 정말 건강해질까? 현재 걷기 운동의 열풍을 주도하고 있는 권택환 대한민국맨발학교 교장은 맨발 걷기의 효능을 크게 3가지로 구분한다. 첫째, 발바닥이 자극돼 뇌 감각이 활성화되고 창의력이 좋아진다. 둘째, 흙 속의 다양한 세균을 접하며 면역력이 높아진다. 셋째, 우리 몸의 불필요한 활성산소와 정전기를 제거해 컨디션이 좋아진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맨발 걷기의 효과는 상당히 다양하다. 전문가들은 하루 30분 이상의 걷기운동이 혈액순환을 활발하게 해 심혈관질환이나 체내 노폐물 배출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고 설명한다. 신체 건강 외에 정신 건강에도 영향을 미친다. 잘 알려졌다시피 햇빛은 우울감 해소에 도움이 되는 세로토닌을 비롯해 편안한 수면을 유도하는 멜라토닌 등의 분비를 촉진한다.

물론 주장을 뒷받침할 만한 연구가 충분하지 않다는 이유에서 어싱의 원리를 반박하는 목소리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맨발 걷기 자체에 대한 효과가 모두 부정되는 것은 아니다. 걷기가 다리, 허리 등의 근력을 강화하고 체중을 감소시키며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전신건강에 도움, 당뇨환자는 금물
걷기는 누구나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운동이지만 맨발 걷기는 사정이 좀 다르다. 신발 같은 보호 장비 없이 그저 맨발로 땅을 걸어야 하는 만큼 체력, 체형, 기저질환 등 체크해야 할 것들이 많다.

족저근막염이나 관절염 등이 있다면 맨발 걷기는 피하는 게 좋다. 평소 신발 신을 때와는 달리 맨발은 지면에서 오는 충격이 그대로 발, 무릎 등에 전해지기 때문에 관절, 인대, 힘줄 등의 근골격계에 무리를 줄 수 있다. 당뇨병 환자 역시 맨발 걷기를 적극 추천하기 어렵다. 발의 감각이 무뎌진 사람이 많아 작은 상처가 나더라도 미처 발견하지 못하고 병을 키우거나 심각한 합병증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발에 습진이나 무좀이 있는 사람 역시 증상이 악화할 수 있으므로 맨발 걷기에 신중해야 한다.

맨발 걷기를 안전하게 하려면 지정된 장소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 정비되지 않은 숲이나 둘레길엔 돌, 유리 조각 등이 방치돼 있을 염려가 크며 풀숲이 우거져 뱀이나 해충 등으로부터 공격을 받을 위험 또한 높아진다. 맨발 걷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파상풍에 대비해 예방접종을 받는 것이 좋으며 발에 상처가 나면 곧바로 소독하고 밴드를 붙여 감염을 최대한 피해야 한다.

또한 바른자세로 걷는 것이 중요한데, 발을 내디딜 때는 앞꿈치가 먼저 땅에 닿은 뒤 뒤꿈치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 좋다. 이는 관절, 근육 등에 가해지는 부담을 줄여 좀 더 안전한 걷기에 도움이 된다.

#2023 trend watch#건강#맨발 걷기#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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