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약 만드는 필수 관문… 효능만큼 중요한 건 안전성 확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1월 8일 03시 00분


임상시험의 오해와 진실
신약 승인까지 최소 10년 걸려
부작용 염려하는 부정적 시선에 국내 임상 참여율 3.2%로 저조
“임상시험 참여자 많아질수록 다양한 치료 기회 늘어날 것”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오른쪽)와 하정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센터장은 좋은 신약이 나오려면 무엇보다 환자들의 임상시험 참여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북삼성병원 제공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오른쪽)와 하정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센터장은 좋은 신약이 나오려면 무엇보다 환자들의 임상시험 참여가 활성화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강북삼성병원 제공
“고혈압, 당뇨병, 비만 등 만성질환자들은 투약을 시작하면 평생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신약 출시 임상시험에서 가장 중요하게 고려되는 것은 약 효능보다 안전성이다.”

최근 국내 비만 관련 임상을 주도하고 있는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이 좋은 신약 개발에 기여한다는 인식이 더 많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며 임상시험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신약은 환자들이 참여해야 하는 임상이라는 과정이 꼭 들어가지만 임상에 대한 오해들이 많아 참여자 모집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강 교수와 하정은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센터장과 함께 비만 등 만성질환에 대한 임상시험의 중요성과 임상시험에 대한 오해와 진실을 풀어봤다.

임상도 1, 2, 3상 목적 각각 달라
임상시험이 일반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만큼 임상시험에 대해 오해나 억측은 바로잡는 것이 중요하다. 통상 1상, 2상, 3상 등으로 구분되는 임상시험은 단계별로 시험의 대상과 목적이 다르게 적용된다.

1상 임상시험은 소수의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신약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10∼80명 이내 참여 인원을 목표로 수개월에서 1년 가까이 걸린다. 2상 임상시험은 적합한 약의 용법이나 용량을 결정하기 위한 단계다. 이 과정에서는 건강한 사람이 아닌 환자가 대상이 된다. 100∼300명 이내 참여 인원을 목표로 1, 2년 정도 기간이 걸린다. 또 대규모 인원 참여가 요구되는 3상 임상시험은 안전성과 유효성, 즉 기존 약보다 뛰어난지 여부 등을 확인해 최종적으로 의료소비자에게 도달할지 여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대규모 임상이 진행되는 만큼 비용이 꽤 들어가는 과정이다. 실패 가능성도 여전히 높다. 300명에서 수천 명 참여 인원을 목표로 3∼5년, 후보물질 발굴부터 최종 신약 사용 승인에 도달할 수 있는 성공 확률은 임상 1상, 2상, 3상을 거치며 33%, 29%, 9%로 급격히 줄어든다.

이런 과정을 통해 신약 승인을 받기 위해선 최소 10년의 시간과 26억 달러(약 3조4600억 원) 이상의 투자 비용이 발생하는데 3상에서 가장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간다. 환자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한 시기이다.

만성질환자 임상 참여 여전히 아쉬워
만성질환에 있어 임상시험이 중요한 이유로 평균수명이 증가해 기대수명이 늘어난 것에 비해 건강수명이 평균수명보다 10년 정도 여전히 낮기 때문이다. 오래 살지만 10년 이상 골골거리며 산다는 이야기다. 만성질환을 치료하고 경우에 따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주는 임상시험으로 좋은 약이 많이 나올수록 건강한 생명 연장에 기여해 각 개인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 임상시험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는 이유다. 우리나라 제약사 주도 임상시험 점유율은 세계 5위인 데 반해 임상 참여율은 3.2%(19위)로 저조하다.

강 교수는 “비만 등 모든 만성질환에 대한 치료제 처방은 완전하게 안전성과 효능이 입증돼야 한다. 전 세계적으로 규제 당국이 임상시험을 승인할 때 안전하지 않은 약은 아무리 효과가 좋더라도 출시될 수 없다”면서 “연구자들 역시 부작용이나 이상 사례가 발생하면 충분히 정부 및 참여자에게 보고하고 부작용이 위중한 경우에는 임상시험을 중단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하 센터장은 “고혈압이나 당뇨병,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만성질환 환자들은 한번 약을 복용하면 장기간 복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고 먹거나 주사 처방 등 복약 선호도도 다를 수 있다”며 “임상시험을 하면 기존 만성질환보다 더 나은 효능과 안전성의 약들이 출시될 수 있고 만성질환자들도 약에 대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임상시험, 절반 정도만 긍정적인 평가
하지만 선진국에 비해 우리나라 국민들의 임상시험에 대한 인식은 우호적이지 않다. 4월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 국민 1960명을 대상으로 임상시험 인식을 조사한 결과, 56.5% 응답자만 임상시험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의 90%는 ‘부작용이나 이상 반응이 염려된다’고 답했고, 65%는 ‘임상시험에 대한 정보가 부족해 신뢰가 가지 않는다’고 답했다. 62%는 ‘참여자에 대한 보호와 혜택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이유에 대해선 90%가 ‘신약 개발 및 의학 발전에 기여한다’고 답했으며 89%는 ‘희귀질환과 난치병 환자에게새로운 치료 기회를 제공한다’고 응답했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은 국민들의 임상시험에 대한 정보 부족을 해소하고 임상시험에 대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한국임상시험참여포털’을 운영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승인받은 임상시험 전부를 한국임상시험참여포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을 위한 연구도 실시간으로 등록 가능하다. 어려운 임상시험 용어도 쉽고 간결하게 설명해준다.

하 센터장은 “미국이나 영국 등 선진국이 국가 차원에서 임상시험에 대한 정보 접근성 향상에 각별히 신경 쓰는 것은 임상시험 참여가 많아질수록 신약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이 단축되고 국민들의 의약품 접근성이 향상돼 다양한 치료 기회를 제공받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이라고 말했다.

강 교수는 “코로나19, 신종플루 등 우리가 기존에 경험하지 못한 큰 질병에 마주하게 되면 제때 돈을 주고도 약을 구할 수 없거나 약을 구하려 할 때 너무 큰 비용을 줘야 하는 경우들이 있다”면서 “우리나라에서 좋은 약을 개발하고 구하는 능력을 갖춰야 하는 이유는 위급 상황에서 우리 국민들의 건강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임상시험이 잘 이뤄지는 시스템,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이 좋은 약을 개발하는 데 기여한다는 인식이 더 많이 확산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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