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흡기 감염병인 마이크로플라즈마 폐렴이 중국에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하루 한 병원에만 3000여 명의 환자가 찾아오는가 하면 중국내 주요 도시의 소아과 병상이 포화상태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0일 국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현재 국내에서도 환자가 늘고 있고, 조짐이 좋지 않다”며 의약품 수급 등 선제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최근 베이징, 허베이성, 중부 허난성 등 중국 전역에서 마이크로플라즈마 폐렴에 감염돼 소아과를 찾는 환자가 폭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베이징에 위치한 유이병원(友誼醫院)은 “지난 9월 상순부터 마이코플라즈마 폐렴과 기타 호흡기 질환의 급속한 확산으로 소아과 진료가 빠르게 늘었다”며 “소속 병원 두 곳의 하루 평균 문진 환자는 1600∼1800명”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저우룽이 허난 중의약대학 제1부속병원 소아과 부주임도 “평균 문진량이 하루 3000명, 주당 2만명에 근접했다”며 “현재 소아과 진료가 포화 상태에 가까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마이코플라즈마 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마이크로플라즈마 폐렴은 주로 5~9세에서 많이 나타난다. 감염이 되면 보통 38도가 넘는 고열과 심한 기침이 동반되고 가래가 섞인 기침이 3~4주 정도 지속된다. 또 일반 항생제와 해열제를 써도 잘 듣지 않는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국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들은 지금 우리나라에서도 마이크로플라스마 폐렴 환자가 눈에 띄게 늘고 있어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가뜩이나 독감이 유례없는 유행 양상을 보이고 있는 데다 필수의료 붕괴로 소아과 진료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마이크로플라스마 폐렴까지 유행한다면 ‘응급실 뺑뺑이’와 같은 비극이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이 200병상 이상 병원급 의료기관 218곳에서 신고 받은 현황에 따르면, 10월 22~28일(43주차)에 마이크로플라즈마 폐렴에 감염돼 입원한 환자 수는 113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45명)보다 2.5배 많은 환자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질병청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전 같은 기간과 비교했을 땐 현저히 낮은 수치”라는 입장이다. 실제로 코로나19 발생 전인 2018년 같은 기간에 발생한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환자는 205명, 2019년엔 670명의 환자가 발생했다.
질병청 관계자는 “모든 호흡기 감염병이 코로나19 유행 이후 환자 수가 확 줄었는데, 마이코플라즈마 폐렴도 마찬가지”라며 “코로나19 유행 이전과 비교하면 더 낮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장에선 마이코플라즈마 폐렴 환자가 확연히 늘고 있는 것을 체감하고 있다.
최용재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은 “지금 중국도 그렇지만 한국도 환자가 늘고 있다는 걸 체감하고 있다”며 “특히 입원한 어린이 환자들 중 요즘 유행하는 독감이나 코로나19에 중복 감염된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얼마 전에도 마이코플라즈마로 입원한 아기들이 증상이 너무 심해 여러 검사들을 해보니 독감과 라이노바이러스 등에 중복 감염돼 있더라”라며 “중복 감염이 되면 위중증으로 진행하기 매우 쉽고, 이 경우 비극적인 일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마이크로플라즈마 폐렴에 사용하는 항생제도 내성으로 잘 듣지 않는다는 점이다.
최 회장은 “마이크로플라즈마 폐렴엔 매크로라이드계 항생제를 사용하는데, 80%가 내성균이라 약이 듣지 않는다”며 “내성균에 사용할 수 있는 약재들이 있긴 하지만 허가 범위가 아니라 약을 쓸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최근 투약하는 매크로라이드계열 항생제들은 원료 수입약으로 중국에서도 같은 원료 제품을 사용하는데, 중국에서 마이크로플라즈마 폐렴이 유행하면서 약품 수급에 영향을 줄 것을 우려하고 있다”며 “관계당국은 내성균에 사용되는 대체 약물 사용 허가 기준을 확대하는 등 당장 이에 대한 대책이 수립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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