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스홉킨스대의 프랭크 린 박사(이비인후과 전문의)는 인지 기능 저하의 위험이 큰 70∼84세 노인 977명을 대상으로 보청기 사용 등 적극적인 난청 치료를 시행한 그룹과 일반적인 교육 치료를 시행한 그룹으로 나눠 3년간 관찰했다.
그 결과 두 그룹 사이에서 인지 기능 변화에 유의미한 차이를 보였다. 대화 장애의 변화를 측정하는 10개 문항을 각각 설문 조사한 결과 난청 치료를 받은 그룹은 개선 효과가 관찰됐지만, 그렇지 않은 그룹은 인지 기능 위험도가 올라갔다. 자기공명영상(MRI)은 청각장애가 있는 사람의 뇌가 더 빨리 줄어드는 것이 관찰됐다. 보청기를 착용한 사람의 뇌는 더 느리게 줄어들었다.
국내 고령인구의 증가로 노인 난청 환자도 빠르게 늘고 있다. 65세 이상 노인 난청 환자는 2020년 812만 명에서 지난해 901만 명으로 늘었다. 전문가들은 2030년에는 1306만 명, 2040년에는 1725만 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보건기구는 2050년까지 전 세계 인구 10명 중 1명이 난청 장애를 갖게 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노화성 난청은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점차 발생하는 청력 손실이다. 유전적 요소의 결과일 수도 있고 노화, 고혈압, 당뇨병과 같은 건강 상태, 아스피린이나 일부 항생제 등 몇몇 약물로 인해 발생할 수도 있다. 노화성 난청이 보청기 등의 청각 재활 없이 방치될 경우 치매가 2∼5배 더 많이 발생한다고 알려진 만큼 청각 재활이 필요하다.
난청은 청신경이 퇴화해서 생기는 것이라 근본적인 치료 방법은 없다. 해결책은 보청기로 소리를 되찾는 것이다. 감각신경성 난청 환자가 어느 정도 청력이 남아 있다면 보청기로 청각 재활이 가능하다. 외이도염증으로 보청기 착용이 어려운 환자는 중이 임플란트 수술을 시행할 수 있다. 감각신경성 난청의 정도가 심해 보청기로도 청각 재활이 어렵다면 인공 와우 이식을 받아야 한다.
린 박사는 “난청은 치매를 유발할 수 있는 많은 위험 요소 중 하나”라며 “이번 연구로 난청과 치매 사이에 밀접한 연관 관계가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고 말했다. 이어 “난청이 있다면 빨리 인지하고 적극적인 치료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구는 국제 학술지 랜싯에 실렸다. 린 박사는 8일부터 10일까지 서울에서 열린 APSCI(아시아태평양 인공와우 심포지엄)에 참석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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