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율 20%’…1㎏ 미만 ‘초극소’ 세 쌍둥이, 한국 의료진이 살렸다

  • 뉴스1
  • 입력 2023년 11월 27일 11시 10분


주치의 박가영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세쌍둥이를 돌보고 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제공)
주치의 박가영 순천향대 부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가 세쌍둥이를 돌보고 있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제공)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일하던 부부가 낳은 초극소 미숙아 세쌍둥이가 국내 의료진의 치료를 통해 기적적으로 살아났다. 셋 모두 1kg이 되지 않은 채 태어나 생존율이 불과 20%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었다.

27일 순천향대 부천병원에 따르면 베트남 국적의 쩐 티 화이(26)씨는 지난 7월 17일 순천향대 부천병원에서 임신 23주 만에 세쌍둥이(김느, 김흐엉, 김난)를 낳았다. 세쌍둥이의 체중은 각각 660g, 550g, 540g으로 1kg 미만에 해당하는 초극소 저체중 출생아였다.

세쌍둥이는 태어나자마자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적절한 호흡 보조를 포함한 전문적인 소생술이 없으면 사망할 수 있는 매우 긴박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한 명이 아니었기에 산부인과뿐만 아니라, 소아청소년과 신생아 분과 모든 의료진이 모여 차례대로 소생술과 처치를 시행했다.

세쌍둥이는 초극소 미숙아인 탓에 모두 뇌출혈, 동맥관 개존증, 망막증, 장폐색, 장천공, 패혈증, 만성 폐질환 등 각종 중증질환을 이겨내야 했다. 생존율은 고작 20% 정도였지만 소아청소년과 신생아 분과의 모든 교수진과 전공의, 신생아 중환자실 간호사들이 24시간 정성껏 치료에 전념했다.

또 소아외과와 소아 혈액종양·호흡기알레르기·내분비·신경·소화기영양·감염 분과, 안과, 영상의학과, 혈관외과, 성형외과, 피부과, 영양팀 등 많은 진료과 의료진이 세쌍둥이의 각종 수술과 검사, 치료를 위해 힘을 모아 수많은 위기를 넘겼다.

건강하게 퇴원한 첫째를 안고 있는 엄마 쩐 티 화이 씨. (순천향대 부천병원 제공)
건강하게 퇴원한 첫째를 안고 있는 엄마 쩐 티 화이 씨. (순천향대 부천병원 제공)
세쌍둥이가 여러 차례 생사의 갈림길을 넘길 때마다 치료비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현재까지 누적된 치료비만 약 4억원이다. 세쌍둥이의 부모는 베트남 이주민 노동자로 막대한 치료비를 감당하기에는 경제적으로 매우 어려운 형편이다.

이러한 사정을 파악한 병원 사회사업팀은 신속하게 후원 기관들과 연계해 후원금을 모았다. 순천향대 부천병원 향설후원회와 의료진들이 2300만원, 가톨릭신문사 5000만원, 구세군남서울지방본영 1800만원,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 1500만원을 비롯해 이주민 단체와 천주교 단체 등 많은 기관이 후원에 나서 현재까지 약 2억원의 치료비가 모였다.

박가영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세쌍둥이가 무호흡과 장루형성술 등 여러 차례 큰 위기와 수술을 잘 이겨내 주치의로서 매우 대견하고 큰 보람을 느낀다”면서 “퇴원 후에도 외래 진료를 통해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문제를 면밀히 관찰해야 하는 만큼 지속적인 관심과 후원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세쌍둥이의 엄마인 쩐 티 화이 씨는 “아이들의 이름이 느, 흐엉, 난인데 ‘똑같은 꽃’이라는 의미”라며 “어려운 상황에서 세 아이에게 똑같은 치료 기회와 생명을 주신 의료진, 후원자분들께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의료진의 극진한 보살핌 덕에 첫째는 지난 18일 태어난 지 4개월 만에 2.6kg의 체중으로 퇴원해 부모의 품에 안겼다. 둘째와 셋째도 목표 체중에 도달하면 장루복원수술 후 퇴원할 예정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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