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률 높은 만성 심부전… 재입원율 낮추는 게 관건”

  • 동아일보
  • 입력 2023년 12월 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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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오 대한심부전학회 총무이사 인터뷰
환자 7명중 1명은 증상 악화 반복
적극적 치료로 증상 개선 나서야

최진오 대한심부전학회 총무이사·교수(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는 “심부전을 처음 진단받으면 맞는 약제를 잘 쓰고 있는지 따져 봐야 한다”며 “잘 치료하면 좋아질 수 있는 병이기 때문에 포기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최진오 대한심부전학회 총무이사·교수(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는 “심부전을 처음 진단받으면 맞는 약제를 잘 쓰고 있는지 따져 봐야 한다”며 “잘 치료하면 좋아질 수 있는 병이기 때문에 포기할 필요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홍은심 기자 hongeunsim@donga.com
심부전은 환자 절반이 퇴원 후 한 달 이내에 재입원할 정도로 증상 악화가 빈번한 질환이다. 입·퇴원이 반복될수록 환자의 사망률도 높아진다. 따라서 입원 위험을 줄이는 것이 심부전 치료의 핵심이다.

대한심부전학회 총무이사 최진오 교수(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에게 1차 표준 치료 후에도 악화를 경험하는 만성 심부전 환자의 상황과 최신 치료 현황에 대해 자세히 알아봤다.

―심부전은 어떤 질환인가.

“온몸에 혈액을 뿜어주는 심장의 펌프 기능이 떨어져 몸에 충분한 양의 혈액을 제대로 공급하지 못해서 발생하는 질환이다. 이렇게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지 못하면 이를 보상하기 위해 심장이 커지기도 하고 압력이 높아지기도 한다. 이에 따라 폐에 물이 차면서 숨이 차고 온몸이 붓는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증상이 더 심해져서 심장 기능이 완전히 떨어지면 온몸에 혈액 공급이 안 돼 기운이 빠지고 힘이 없어진다. 또한 다른 장기의 기능도 떨어지게 된다.”


―심부전의 원인은 무엇인가.


“심부전은 다양한 원인으로 발생한다. 원인에 따른 분류도 여러 가지다. 심부전은 심장 기능이 어떻게 나빠진 것인지, 기능만 나빠진 것인지 혹은 구조도 같이 나빠진 것인지, 수축력이 나빠진 것인지, 심장으로 혈액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서 나빠진 것인지에 따라서 다양하게 분류한다. 심근경색뿐만 아니라 고혈압도 심부전 발생의 원인 중 하나다. 심장으로 가는 혈관의 탄력이 좋으면 심장이 혈관으로 혈액을 쉽게 내보낼 수 있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탄력이 떨어지면 심장이 혈액을 혈관으로 내보내는 것이 힘들어지면서 심부전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고령층에서는 심장 기능은 유지돼도 여러 가지 원인으로 심부전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부전 원인이 다양한데 치료는 어떻게 하나.

“심부전 원인에 따른 치료를 하는 것이 우선이다. 예를 들어 심근경색이 원인이라면 좁아져 있는 혈관을 치료해 혈액이 제대로 공급되도록 한다. 판막이 망가져 있으면 판막 치료를 먼저 한다. 심장 기능이 떨어져 있는 환자라면 심부전 약을 사용한다. 우리 몸에는 콩팥, 목 등 질환을 알려주는 센서가 많다. 체내에 혈액이 충분하게 공급되지 않으면 센서는 심장이 일을 안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 몸은 혈액이 부족하다고 여기면 체내에 물을 저장해 놓도록 신호를 보낸다. 그래서 몸이 붓게 되는 것이다. 심장이 약하게 뛴다고 생각하면 세게 뛰라는 신호를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이 신호가 결국 심장을 더 힘들게 한다. 병이 들어서 잘 못 뛰는 심장을 채찍질하는 것과 같다. 원인은 제거됐지만 심장 기능이 여전히 떨어진 상태라면 네 가지 기둥이 되는 약제로 1차 치료한다. 그런데도 증상이 계속된다면 추가 치료를 해야 한다. 실제로 1차 치료받은 환자 7명 중 1명은 심부전 악화 위험이 큰 것으로 보고된다. 다행히 최근 1차 치료 후에도 증상 악화를 경험한 만성 심부전 환자에게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가 등장했다.”

―심장 기능을 개선하는 치료제인가.

“기존 치료제가 심장에 보내는 신호를 차단하는 약제였다면 새로운 치료제인 베리시구앗은 혈관을 확장해주는 약제다. 혈관 확장을 통해 심박출량을 높여 준다. 즉, 혈관 세포의 기능을 좋게 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심부전이 나타나면 내피세포의 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혈관이 수축한다. 혈관이 수축하면 심장에 무리가 많이 가기 때문에 이를 풀어줘서 심장을 편하게 만들어 줘야 한다. 베리시구앗은 심혈관질환에 의한 사망이나 심부전으로 인한 첫 입원 위험을 약 10% 감소시켰다. 10% 줄였다고 하면 그래프로 그렸을 때 대조군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이 연구는 실제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이는 약 4%의 환자에서 절대적인 생존율 개선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기존 치료제를 사용하고 있는 환자에게 더 좋은 효과를 내기는 매우 어렵다. 하지만 베리시구앗은 1차 치료제를 사용한 환자에게서도 기존 심부전 치료제와 유사한 효과를 나타냈다. 증상 악화를 반복하는 고위험군 환자는 심장 전문의도 치료하기가 어렵다. 환자는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결국 사망하는 경우가 많은데 베리시구앗의 등장으로 고위험군 환자의 증상 개선에 효과가 있는 치료제가 생긴 것이다.”

―베리시구앗은 어떤 환자에게 사용할 수 있나.

“베리시구앗은 급성 심부전 환자에게 사용하는 약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이뇨제 등을 사용해서 심부전 상태가 비교적 안정되고 일상생활이 가능한 만성 심부전 환자에게 사용한다. 일반적인 수준만큼 회복하지 못한 상태에서 상태가 점점 안 좋아지는 환자가 있다. 이 경우 예후가 안 좋다. 이런 환자가 약물치료를 받아서 어느 정도 회복했을 때 베리시구앗을 복용하면 생존율이 올라간다. 베리시구앗은 1차 치료제에 추가로 하루 한 번 복용한다. 심부전 환자의 대부분은 고령이기 때문에 혈압, 만성 신장질환 등의 동반 질환이 있는 경우가 많다. 해당 치료제는 다른 만성 질환 치료제를 같이 복용했을 때 보고된 약물 간 상호작용은 없다.”

―한 번 나빠진 심장은 다시 좋아지기가 어렵나.

“그렇다. 하지만 치료를 받으면 심장을 더 나빠지게 하는 우리 몸의 신호를 차단할 수 있다. 이 신호를 차단하면 심장 기능이 많이 회복되기도 한다.”

―마지막으로 당부할 말이 있다면.

“심부전은 일반 질환으로 분류가 되기 때문에 병원이 심부전 환자를 많이 받으면 상급종합병원 평가에서 불리하다. 실제 입원을 해야 하는 심부전 환자가 많은데도 상급종합병원에서 시술이 필요한 환자만 봐야 하는 이유다. 문제는 심부전 환자는 시술이 필요한 게 아니라 이뇨제를 잘 쓰고 적절한 시기에 빨리 진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심부전학회는 심부전을 중증질환으로 분류해야 한다고 보건복지부에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심부전 환자는 상태가 심각해도 그냥 입원할 수 없고 시술을 꼭 해야 하는 상황까지 가야 해서 치료가 더 어렵게 된다. 이런 부분은 관련 기관의 개선이 꼭 필요하다.”

#헬스동아#건강#의학#만성 심부전#사망률#제입원율#적극적 치료#베리시구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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