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기업 아스트라제네카가 연 500억원 상당 처방되는 당뇨병 치료제 ‘포시가’를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14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내년 상반기부터 포시가의 국내 공급을 중단할 계획이다.
이번 결정은 제품의 안전성·유효성과 관련 없이, 회사의 포트폴리오 전략 등 여러 요인을 고려한 결정이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업계는 포시가 철수 배경에 제품 수익성 약화가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4월 포시가의 특허 만료 후 100여개 품목의 제네릭(복제약)들이 쏟아져 나와, 오리지널 의약품들이 장악하던 시장의 경쟁이 심화됐다. 제네릭 출시로 약값 인하(30%) 위기에도 놓여 있다. 아스트라제네카가 약가 인하 집행정지를 신청하며 내년 2월까진 기존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지만, 이후 인하될 수 있다.
연간 500억원 가량 처방되는 대형 오리지널 의약품을 공급 중단하는 것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포시가는 10년 전(2013년 11월) SGLT-2(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 2) 억제제 계열 당뇨병 신약으론 국내에서 처음 허가되며,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성장했다.
상당수 환자가 이 약으로 치료받는 상황에서 공급을 중단하면 의료진은 다른 약으로 대체해야 한다. 많은 복제약이 나와 있으나, 오리지널 의약품을 선호하는 의료진·환자가 적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동안의 복용 경험으로 포시가만을 고집하는 환자·의료진도 있다.
10년간 포시가를 한국에 공급하며 쌓아온 생명과학기업으로의 신뢰를 한 순간 잃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아스트라제네카는 코로나19 백신 개발 성공 후 팬데믹 초·중반 동안 저개발·개발도상국을 중심으로 코로나19 백신을 원가에 판매하며 기업 가치를 높인 바 있다. 세계적인 공중보건위기 상황으로 인식해, 생명과학기업으로서 백신을 통한 이익 추구를 하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했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제약사들이 특허 만료된 신약의 판권을 다른 제약사에 넘기는 식으로 품목정리하며 특허권 있는 신약 위주 사업을 추구하는 건 빈번하다”며 “하지만 아예 공급을 중단하는 건 매우 이례적이다”고 말했다.
이어 “아스트라제네카는 항암제, 만성질환, 희귀질환 치료제, 백신 등 혁신적인 신약을 다수 보유해 브랜드 파워가 강한 제약회사지만 단 한 번의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으로 기업 신뢰에 금이 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 관계자는 “이번 결정과 관련해 회사는 보건당국과 환자보호 방안을 포함해 논의를 시작했으며, 앞으로 환자와 의료진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며 “앞으로 다른 혁신적인 의약품 개발 및 공급에 보다 집중해 한국 환자들에게 더 큰 가치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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