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男, USB-노트북 들은 가방 분실
49년 동고동락 아내와의 추억 담겨
애틋한 사연 담은 글 10곳에 부착
100여통 격려 전화… 결국 되찾아
“사랑하는 아내와의 추억이 담긴 소중한 가방을 되찾아 정말 다행입니다.”
2년 전 세상을 떠난 부인의 사진과 영상이 담긴 휴대용저장장치(USB 메모리)가 들어 있던 가방을 잃어버린 70대 남성이 주변의 도움으로 가방을 되찾았다.
22일 공항철도에 따르면 에너지관리사로 일하는 고동승 씨(76)는 8일 오후 인천 계양구 공항철도 계양역에서 노트북컴퓨터와 USB 메모리, 휴대전화 등이 들어 있는 백팩을 분실했다. 지방을 다녀와 계양역 주차장에서 차량을 타고 운전해 귀가한 뒤에야 분실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고 씨는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차량에 타기 직전 주차장 옆 도로에 잠시 가방을 놔뒀던 기억이 나 계양역을 다시 찾아갔지만 가방을 찾을 수 없었다”며 “이마에 진땀이 흐르고 다리가 후들거렸다”고 말했다. 가방에 들어 있던 USB 메모리에 부인의 생전 모습과 장례식 등을 촬영한 사진과 영상이 모두 들어 있기 때문이었다. 고 씨와 결혼해 슬하에 3남매를 두고 49년 동안 동고동락하던 부인은 유방암에 걸려 2021년 73세로 세상을 떠났다.
또 USB 메모리와 노트북에는 에너지관리사로 일하며 16년 동안 작성한 자신의 업무 기록도 있었다. 부인의 사진과 영상, 업무 기록 등을 따로 백업해 두지 않아 모두 잃어버릴 상황이었다.
고 씨는 결국 10일 계양경찰서에 분실물 신고서를 제출했다. 또 경찰에만 맡겨놓지 않고 주위에 직접 도움을 요청하기로 했다. 그는 16일 ‘가방 속에는 먼저 세상을 떠난 집사람 관련 내용이 담겨 있는 USB 메모리 여러 개가 있고 집사람이 사용했던 전화기도 있다. 사람 한 명 살린다는 마음으로 돌려주시면 분명 후사하겠다’는 글을 계양역 일대 10곳에 부착했다.
절절한 내용에 100통에 가까운 전화가 걸려왔지만 가방을 찾지는 못했다고 한다. 전화는 대부분 ‘힘을 내시라’, ‘가방을 꼭 찾으실 수 있도록 기도하겠다’ 등의 내용이었다.
경찰은 계양역과 주변 폐쇄회로(CC)TV를 통해 고 씨가 분실 당일 가방을 메지 않고 역사를 나서는 모습을 확인했다. 또 계양역에서 내리며 열차에 가방을 두고 내렸을 가능성이 높다고 알렸다. 결국 고 씨는 21일 공항철도 유실물센터에서 자신의 가방을 찾을 수 있다.
그는 “먼저 세상을 떠난 아내가 그리울 때 사진과 영상을 보기 위해 평소 가방에 넣어 다닌다”며 “소중한 가방을 찾을 수 있도록 관심과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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