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천주교의 지성’으로 불린 정의채(세례명 바오로·사진) 몬시뇰이 27일 선종했다. 향년 98세.
1925년 평안북도 정주군에서 태어난 정 몬시뇰은 28세에 사제품을 받고, 부산 초량 본당과 서대신 본당에서 보좌신부로 사목했다. 1961∼1984년 가톨릭대 신학부(현 가톨릭대 성신교정) 교수로 근무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불광동 본당과 명동 본당 주임신부를 지낸 후 학교로 돌아가 학장(당시 총장)으로서 후학 양성에 힘썼다. 1992∼2009년 서강대 석좌교수를 지낸 정 몬시뇰은 2005년 교황이 주교품을 받지 않은 가톨릭 고위 성직자에게 부여하는 몬시뇰 칭호를 받았다.
정 몬시뇰은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회장이 1987년 10월 죽음을 한 달여 앞두고 ‘신이 인간을 사랑했다면 왜 고통과 불행과 죽음을 주었는가’ 등 24가지 질문을 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당시 불광동 본당 신부였던 정 몬시뇰은 답변을 준비했지만 이 회장이 별세해 답을 들려줄 수 없었다. 정 몬시뇰은 국가적 문제에 대해서는 진보·보수를 넘어 노무현,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빈소는 서울 명동대성당에 마련되며 28일 오전 11시부터 조문객을 받는다. 장례미사는 서울대교구장인 정순택 대주교와 사제단의 공동 집전으로 30일 오전 10시 명동대성당에서 열린다. 장지는 천주교 서울대교구 용인공원묘원 내 성직자 묘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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