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새벽 불길 속에서 두 딸을 구한 뒤 숨진 30대 가장 박모 씨(33)의 빈소가 마련된 서울 동대문구 삼육서울병원. 28일 오전 8시경 고인의 가족과 지인 등 1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발인식이 엄수됐다. 참석한 이들은 오열하거나 눈물을 훔치며 박 씨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서울 도봉구 방학동 아파트 화재로 숨진 박 씨의 발인식에서 유족 일부는 활짝 웃는 박 씨의 영정 사진이 빈소에서 나오자 말을 잇지 못한 채 눈물만 흘렸다. 운구 차량이 움직이기 시작하자 유족과 지인들은 “남은 우린 어떡하느냐”며 오열했다. 일부는 차량이 떠난 뒤에도 자리를 뜨지 못했다. 이날 한 조문객은 “남은 엄마와 아이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안타까워했다.
박 씨의 부인 정모 씨(34)와 두 딸은 이날 발인식에 참석하지 못했다. 아이들은 큰 부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정 씨는 떨어질 때의 충격으로 어깨와 허리 골절상 등 중상을 입고 치료 중이다. 간호사 출신인 정 씨는 지방의 한 고등학교에서 보건교사로 일하며 남편의 약사 시험 준비를 뒷바라지했다고 한다. 빈소에서 만난 지인 박건영 씨(55) 부부는 “이렇게 갑작스러운 사고가 날 줄 몰랐다.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2세 딸을 재활용 포대 위에 던지고, 7개월 딸은 안은 채 떨어지며 두 딸을 살린 박 씨는 서울의 한 대학 약대를 졸업하고 지난해 약사 시험에 합격해 약사로 일해 왔다. 빈소에서 만난 박 씨의 지인 박모 씨(63)는 “대학 시절부터 주말에 감기약 등 의약품을 취약 계층에 전달하는 교회 봉사활동에 자주 참여했다”며 “누구보다 성실하고 착했던 학생으로 기억한다”고 전했다.
성탄절 아파트 화재를 최초로 신고한 뒤 비상계단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던 임모 씨(38)의 발인식도 이날 오전 서울 노원구 을지대병원에서 엄수됐다. 임 씨는 가족을 먼저 대피시키고 화재 현장을 빠져나오다 목숨을 잃었다. 이날 운구를 앞두고 임 씨의 아버지는 “미안하고 고맙다, 우리 아들”이라며 목멘 상태로 고인의 마지막을 배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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