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철에는 공기가 차갑고 건조한 데다 대기 정체로 고농도 미세먼지가 지상에 더 오랫동안 머물러 천식에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특히 60세 이상 고령층은 기관지 기능이 저하돼 천식에 더욱 취약해진다. 숨쉬기가 힘들거나 기침이 계속되고 증상이 주로 밤에 심해진다면 천식을 의심해야 한다.
7일 질병관리청·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에서 천식은 인구 10만 명당 2.1명으로 튀르키예, 아이슬란드에 이어 3위를 차지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국가 평균(1.3명)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겨울철은 천식이 악화돼 병원을 찾는 환자가 급증하는 시기다. 2022년 천식으로 진료받은 환자 184만5497명 중 약 25%(45만6191명)이 12~2월 병원을 찾았다.
천식은 알레르기 염증에 의해 폐 속 기관지가 좁아져 기침, 숨을 쉴 때 쌕쌕거리거나 휘파람 소리가 나는 ‘천명’, 호흡곤란 등 호흡기 증상이 반복적으로 나타나는 만성 호흡기 질환이다. 꽃가루, 곰팡이, 집먼지진드기, 반려동물, 작업환경 등이 원인이고 대기오염, 기후변화, 상기도 감염, 스트레스, 식품첨가물, 약물 등으로 악화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천식으로 인한 기침은 밤에 심해지는 경향이 있다. 주로 한번 기침이 시작되면 그칠 줄 모르고 반복적으로 나타난다. 좁아진 기도로 인해 공기의 흐름이 여의치 않아 가슴을 조이는 듯한 느낌이나 답답함을 느끼기도 한다. 빨대를 입에 물고 숨 쉬는 것처럼 숨을 쉬기 힘들거나 심한 경우 숨을 쉬지 못해 의식을 잃어 응급실에 실려 가는 경우도 있다. 천식으로 인한 호흡곤란은 들이쉴 때 보다 내쉴 때 힘들다.
이규민 대동병원 호흡기내과 과장은 “천식은 한 가지 증상만 나타날 수도 있고,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도 있다“면서 ”감기와 비슷하게 왔다가 서서히 천식 발작을 일으키는 경우는 물론 초기 증상 없이 지내다가 심한 천식 발작이 갑자기 나타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천식은 복합적이므로 의심 증상이 반복되거나 가족력이 있다면 전문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했다.
천식 증상이 있는 경우 전문의 상담을 통해 폐 기능 검사, 기관지 유발 시험, 흉부 방사선 촬영, 객담 검사 등을 시행해 진단한다. 진단 후에는 천식을 일으키는 원인 인자와 악화 인자를 피하는 환경 요법을 비롯해 증상을 완화하거나 천식발작을 예방하는 약물 치료 등을 시행한다.
천식을 방치할 경우 폐 기능 저하를 초래해 일상생활이 힘들어지고 산소 치료를 받아야 할 수도 있다. 증상 조절이 평소에 잘 되더라도 여러 자극으로 응급상황이 발생할 수 있어 ▲천식 약에 반응이 없는 경우 ▲약 복용 후 4시간 이내 다시 약이 필요해진 경우 ▲검푸른 색이 피부에 나타나는 경우 ▲분당 120회 이상 빈맥 ▲숨쉬기 힘들며 숨소리가 들리지 않는 경우 ▲의식소실 등이 있다면 빠르게 병원을 찾아야 한다.
천식을 예방하려면 손 위생을 비롯해 개인위생을 철저히 해야 한다. 담배 연기나 화학물질 등 자극적인 냄새나 대기오염, 황사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공기청정기 등을 통해 미세먼지 등 실내 공기질을 관리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겨울철은 봄보다 고농도 미세먼지가 자주 발생하며 지표면에 머무는 시간이 긴 만큼 미세먼지 예보를 자주 확인해 ‘나쁨’ 단계일 때에는 외출을 삼가는 것이 좋다. ‘보통’일 경우에도 컨디션이 좋지 않거나, 비염 등 동반질환이 있다면 주의하는 것이 좋다.
적절한 운동, 스트레스 관리와 함께 평소 증상과 최대 호기 유속 등을 측정해 기록해 진료할 때 알리는 것이 좋다. 최대 호기 유속이란 가능한 숨을 최대한 들이마신 후 가장 빠르고 최대한 힘 있게 숨을 내쉬어 ‘최대 호흡률’을 측정하는 것을 말한다. 최대 호흡률을 측정하면 폐와 기도를 통한 공기의 움직임이 얼마나 좋은지 알 수 있다. 또 증상이 호전되어도 임의로 약물 복용을 중단해선 안 된다.
이 과장은 “합병증 예방을 위해 고령의 천식 환자의 경우 겨울철 외부 활동을 삼가고 부득이하게 외출이 필요하면 실내에서 간단한 스트레칭을 통해 체온을 올려 차가운 공기에 노출됐을 때의 위험을 감소시키고 스카프나 마스크를 착용해 따뜻하고 습한 공기를 코로 호흡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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