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음 장애가 있는 사람이 소리를 잘 듣도록 돕는 장치인 ‘보청기’가 조기 사망을 예방하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청이 있는 재닛 최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의대 연구원 연구팀은 보청기가 장수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연구결과를 3일 국제학술지 ‘랜싯’에 발표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미국 성인 약 4000만 명이 청력 손실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10명 중 1명만 보청기를 사용하고 있다. 기존 연구에 따르면 청력 손실을 치료하지 않을 경우 사회적 고립, 우울증, 치매 등이 악화되며 수명 감소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청기 사용이 실제로 수명을 늘리는지 확인한 연구는 상대적으로 부족했다. 연구팀은 청력 손실, 보청기 사용, 사망률 사이의 관계를 살핀 종합적인 분석을 시도했다.
연구팀은 1999∼2021년 미국 국민건강영양조사 데이터를 이용해 청각 검사 결과를 수집하고 보청기 사용 관련 설문지 내용을 분석했다. 평균 10년간 추적 조사해 사망률도 파악했다.
난청이 있는 성인 총 1863명 중 보청기를 최소 주 1회 착용하는 237명과 전혀 착용하지 않는 1483명을 비교 분석한 결과 보청기 사용자는 미사용자 대비 사망 위험이 일관되게 약 25% 낮았다. 경증에서 중증의 청력 손실 정도, 연령, 민족, 소득, 교육 수준, 병력 등의 변수들과 관계가 없었다.
연구팀은 보청기 사용이 장수를 돕는 이유에 대한 분석은 시도하지 않았다. 다만 앞선 연구에서 보청기 미사용이 우울증, 치매 악화에 영향을 준다는 점에서 청력을 향상시키는 생활이 정신 건강 및 인지 향상 등 전반적인 건강 증진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팀은 청음 장애가 있는 사람이 자신에게 잘 맞는 보청기를 찾는 게 쉽지 않다는 점은 인정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최 연구원은 왼쪽 귀에 난청을 가지고 태어났으며 본인 스스로 효과적인 보청기를 찾기까지 수년의 시간이 소요되는 경험을 했다. 최 연구원은 “보청기를 정기적으로 사용하면 사망 위험이 줄어든다”며 “보청기는 소리를 증폭시켜 청력을 도울 뿐 아니라 조기 사망 예방 기능도 한다는 점에서 자신에게 잘 맞는 보청기를 찾아 착용하길 권장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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