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 칼럼]요양병원 간병비 급여화로 초고령 사회 대비를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1월 11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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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편한자리의원 원장)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편한자리의원 원장)
노동훈 대한요양병원협회 홍보위원장(편한자리의원 원장)
필자가 요양병원을 운영할 때 한 여성 노인 환자에게 대퇴골 골절이 발생했다. 오랫동안 침상에 누워 있던 환자로 욕창 방지를 위해 몸을 움직이다 골절이 발생한 것으로 보였다. 4명의 간병인들을 불러 골절이 언제 생겼는지 물었지만 다들 묵묵부답이었다. 요양병원에는 공식 간병제도가 없고 간병인을 관리·감독할 규정도 없다. 보호자에게 용서를 구했지만 아직도 죄송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환자의 집에 직접 방문해 진료하는 일도 있었다. 이 중 한 환자는 가족들이 직접 간병하고 있었는데 물어보니 “간병비 부담과 간병인 사건사고를 우려해 직접 돌본다”고 했다. 하지만 14년째 어머니 수발을 드는 여성의 삶은 피폐해 보였다. 간병에 묶여 외출할 시간조차 없다고 했다.

한 번은 폐암과 폐섬유증을 않는 남편을 부축하다 넘어져 허리를 크게 다친 부인도 봤다. 또 일주일 동안 부모를 보살폈던 한 언론인이 “야근은 할 수 있어도 간병은 피하고 싶다”고 했던 기억도 난다. ‘초고령 사회’를 앞둔 대한민국에서 간병은 여전히 해묵은 과제로 남았다.

믿을 만한 간병인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데다 하루 간병비는 13만∼20만 원으로 환자 가족들에게 만만찮게 부담이 된다. 두 달 동안 입원한 환자의 치료비가 200만 원인데 간병비가 800만 원이나 나오기도 한다. 한편 간병인들의 불만도 적지 않다. 24시간 환자를 돌보지만 급여 수준은 최저임금에도 미치지 못할 때가 많다는 것이다. 간병인의 업무 범위와 역할, 책임, 보호받을 권리 등도 명확하지 않다.

보건복지부는 지난해 12월 21일 간호사의 간병 서비스를 대폭 늘리는 내용을 담은 ‘국민 간병비 부담 경감대책’을 발표했다. 하지만 요양병원 간병인과 관련된 법과 제도는 없다. 여전히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것이다. 지난해 환자와 가족들은 간병비로 10조 원이나 부담했지만 여전히 만족도는 낮다. 간병비 상승률이 물가 상승률을 넘는 등 간병은 여러 가지로 국민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간병급여 토론회에서 보건당국은 올 7월부터 요양병원 간병비 지원 시범사업을 2년 6개월 동안 2단계에 걸쳐 실시한다고 밝혔다. 현 정부 임기 내에 본사업도 추진하겠다고도 했다. 요양병원 간병제도는 간병으로 힘들어하는 환자와 가족들을 위해 꼭 필요한 제도다. 정부가 간병제도화 모형 연구, 시범사업 평가 등을 제대로 진행할지 두고 볼 필요가 있다.

현재 경기도는 자체적으로 요양병원 간병인 제도화를 진행 중이다. 정부는 경기도 사업을 함께 살펴보고 요양병원협회 등과 논의하며 요양병원 간병제도 관련 해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요양병원 간병인 제도화는 초고령 사회 대한민국의 지속 가능성을 담보하기 위해서라도 꼭 필요한 정책이다.

#요양병원#간병비 급여화#초고령 사회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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