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필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야식-간식 즐겨 93kg까지 체중 늘어… 지방간 생긴 뒤 다이어트 본격 시작
17kg 줄인 뒤 유지 위해 운동 늘려… 출퇴근 때 걷고 수시로 계단 올라
지방간 사라진 후 목 디스크 찾아와… 스트레칭만으로 목 디스크에서 해방
정상 간이라면 지방의 비율은 5%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음주나 폭식, 비만 등으로 지방이 과도하게 낄 수 있다. 지방간이다. 이 상태를 방치하면 간경화, 간암으로 악화할 수도 있다. 알코올성 지방간 환자가 조금 더 많다. 다만 그 비중은 줄어들고 있다. 그 대신 비알코올성 지방간 환자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술보다는 비만이 지방간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훨씬 많다는 뜻이다. 또 당뇨병, 고지혈증과 같은 대사성질환이 있으면 간에서 지방이 더 만들어지거나 덜 배출돼 지방간이 되기도 한다.
지방간은 50대 이후에 발병률이 특히 높지만 30, 40대에도 증가 곡선은 꽤 가파르다. 중년 언저리에 가장 주의해야 할 질병 중 하나란 뜻이다. 이처럼 중년을 위협하는 흔한 병은 또 있다. 바로 목디스크(경추추간판탈출증)다. 목디스크 환자도 증가 추세다.
의사라고 해서 이 흐름을 비껴갈 수는 없다. 간경화, 간암 등 간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성필수 서울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42)도 지방간에 목디스크까지 경험했다. 그는 어떻게 극복했을까.
● 잦은 야식과 간식, 17kg 불어
성 교수의 현재 체중은 76kg이다. 체질량지수(BMI)는 정상 수준이다. 하지만 몇 년 전에는 지금과 완전히 달랐다. 심한 비만이었다. 그는 2016년 전공의 과정을 모두 마친 후 KAIST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 연구에 몰입하느라 운동할 여유가 없었다. 쌓인 스트레스는 음식으로 풀었다. 간식에 야식까지 먹기 시작했다. 살이 찌기 시작했다. 전공의 때까지 76kg을 유지했던 체중이 85kg을 웃돌았다. 짧은 기간에 무려 9kg이 불어난 것.
서울성모병원으로 돌아와 전임의 과정을 밟았다. 새 일터에서 새롭게 시작하려고 체중부터 줄이기로 했다. 쉽지 않았다. 오히려 최악의 결과로 이어졌다. 체중은 93kg까지 불어났다. 바지의 허리둘레는 33인치에서 38인치로 늘었다. 고도 비만에 가까운 몸이 돼 버린 것이다.
돌이켜보면 살찐 이유는 분명했다. 우선, 운동을 하지 못했다. 시간적 여유도 없었고, 심적 여유도 없었다. 당시 그는 병원 근처 아파트에서 혼자 살았다. 업무가 끝나면 극도로 피곤해 집에 들어서자마자 쓰러져 잤다. 잠을 늦게 잘 때는 편의점에 들러 야식거리를 사 갔다. 치킨, 순댓국과 같은 고열량 야식을 즐겨 먹었다. 낮에도 간식을 즐겼다. 오전 회진을 마치면 컵라면을 먹었다. 그러고도 입이 심심하면 빵과 같은 간식을 먹었다. 회식도 많아졌다. 술을 많이 마셨고, 안주도 그만큼 많이 먹었다.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았다.
성 교수는 간 전문가다. 간 건강이 걱정됐다. 스스로 검사해 봤다. 간 수치는 정상이었지만 지방간이 발견됐다. 알코올성 지방간은 아니었다. 다른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운동 부족과 잦은 야식, 회식, 비만이 원인이었다.
● 식이요법으로 지방간 탈출
그 무렵 피로감도 극심했다.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되겠다 싶었다. 마침 은평성모병원 개원 멤버로 2019년부터 1년 동안 파견 근무를 하게 됐다. 근무 환경이 바뀌는 시점. 뭔가를 새로 시작하기에 좋은 기회였다. 성 교수는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지방간을 없애려면 비만부터 없애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간식이나 야식 등 과도한 음식 섭취를 줄여야 한다. 그 대신 단백질이 많은 식품과 채소를 많이 먹어야 한다. 운동도 충분히 해야 한다. 성 교수 또한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당장 식이요법에 돌입했다.
우선 식습관부터 바꿨다. 그전에는 주로 편의점 음식을 먹었다. 먹는 시간도 불규칙했다. 이를 바꿔 밥과 국, 여러 반찬을 조금씩 담은 한식을 먹기 시작했다. 가급적 하루 세 끼, 규칙적 식사를 유지했다. 식욕을 조절하는 게 쉽지만은 않았다. 그래도 참았다. 밥은 밥공기의 3분의 2만 먹었다. 반찬은 덜 먹었다. 야식은 완전히 끊었다. 회식 자리도 줄였다. 회식에 가더라도 덜 먹었다.
간식의 유혹은 컸다. 이를 없애기 위해 성 교수는 채소 샐러드를 먹기 시작했다. 간식이 생각나면 연구실 냉장고에 있는 샐러드를 꺼내 먹었다. 이때도 열량이 높은 마요네즈 드레싱 대신 열량이 낮은 오리엔털 드레싱을 뿌려 먹었다.
식단을 조절한 결과, 체중이 쑥 줄었다. 그러더니 2020년 서울성모병원으로 돌아왔을 때는 80kg 미만으로 떨어졌다가 다시 76kg까지 줄었다.
● 효과 유지하려면 운동 필수
성 교수는 “음식 섭취를 줄인 덕분에 체중이 줄면 다이어트에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 큰 오산”이라고 말했다. 초기에 체중을 줄였어도 지속적인 운동이 뒤따르지 않으면 체중이 다시 증가한다는 것. 성 교수는 체중을 줄인 후부터 본격적으로 운동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매주 2, 3회 퇴근 후 아파트 주변을 30분씩 달렸다. 병원에서 작은 산을 넘으면 그의 집이 나온다. 그는 매일 등산하는 마음으로 이 산을 넘어 출퇴근했다. 하루 30분씩 등산하는 효과를 본 것.
그는 아파트 7층에 산다. 집에 갈 때는 계단을 이용한다. 병원에서도 외래 진료실까지 항상 계단으로 오른다. 성 교수는 “계단 오르기는 유산소 운동이면서, 동시에 하체 근육을 강화해 주는 근력 운동”이라며 적극 추천했다. 성 교수는 2년째 이 운동 습관을 유지하고 있다.
업무량이 많아지면서 1년 전부터 체력이 달리는 걸 느꼈다. 체력 보강을 위해 성 교수는 추가로 집 근처 헬스클럽 회원권을 끊어 운동량을 늘렸다. 가급적 주 4회는 헬스클럽을 찾는다. 일단 헬스클럽에 가면 유산소 운동과 근력 운동을 20분씩 배분해 한다.
성 교수는 나이가 들수록 근력 운동에 신경 쓸 것을 강조했다. 성 교수는 “다이어트를 할 때 근육도 같이 빠진다. 만약 근육량이 충분하지 않으면 근육까지 같이 빠지면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식이요법과 운동을 꾸준히 한 결과, 성 교수는 지방간에서 완전히 탈출했다. 물론 혈압이나 혈당 모두 지극히 정상이다.
● 지방간 사라지니 목디스크 와
약 4개월 전, 왼쪽 팔이 찌릿찌릿해졌다. 엄지손가락에서 시작해 팔 전체로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성 교수는 그 순간 목디스크임을 짐작했다. 사실 선배 의사에게서 거북목을 한 채로 진료를 본다는 지적을 여러 번 받은 적이 있었다. 게다가 진료실에서 환자는 늘 왼편에 있었다. 정면의 모니터를 응시하다 환자와 이야기할 때는 항상 몸을 왼쪽으로 돌렸다. 오른쪽으로 몸을 돌린 적은 거의 없었다. 그래도 아직 젊으니 괜찮을 거라 여겼다.
증세는 더 심해졌다. 더 찌릿찌릿해졌다. 살을 에는 것처럼 통증의 강도도 커졌다. 성 교수는 “너무 아파서 환자 진료를 제대로 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결국 성 교수는 외래 환자를 보던 중에 짬을 내 검사를 받았다. 예상했던 대로 목디스크였다. 다행스럽게도, 수술하지 않아도 자세 교정만 하면 증세가 좋아질 것이란 소견이 나왔다.
성 교수는 목디스크 치료를 위한 스트레칭을 시작했다. 시간만 나면 스트레칭을 했다. 요즘도 하루에 5회 이상, 10∼15분씩은 스트레칭을 한다. 4개월 동안 스트레칭을 했더니 통증과 찌릿찌릿함이 거의 사라졌다. 성 교수는 “지금은 일상 생활을 하는 데 거의 지장이 없다. 아주 가끔 약하게 증세가 나타날 뿐”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직 완치되지는 않았다. 성 교수는 “스트레칭을 하면 그 다음 날에는 확실히 증세가 약해진다. 하지만 스트레칭을 하지 않았거나 회식에서 술을 마신 다음 날에는 증세가 심해진다”고 말했다. 결국 꾸준히 운동해야 목디스크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성 교수는 자주 하는 스트레칭 동작 3개를 추천했다. 틈날 때마다 자주 해 줄 것을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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