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큰병 걸린 것 같아” 늘 초조·불안…혹시 건강염려증?

  • 뉴시스
  • 입력 2024년 1월 16일 13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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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염려, 한국인 38개국 중 1위
건강염려증, 50대 이상 절반 이상

#. 50대 나걱정씨는 최근 잦은 복통과 설사에 시달리자 대장암이 아닐까 의심하기 시작했다. 동네 병원을 찾아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보니 정상이었다. 검사 결과를 믿지 못한 나씨는 대학병원도 여러 곳 찾았지만, 대장암이 아니었다. 이를 지켜보다 못한 남편은 나씨와 함께 정신건강의학과를 찾았고, 나씨는 건강염려증이 의심된다는 소견을 받았다.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한국인의 건강에 대한 염려가 세계에서 가장 크다는 조사 결과(이케아 ‘2023 라이프 앳 홈 보고서)가 나왔다. 우리나라 응답자의 46%(세계 38개국 평균 37%)가 “집에서 생활할 때도 건강에 대한 염려가 크다”고 응답했다. 건강이 염려되는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검사 결과가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이 병원 저 병원을 전전한다면 건강염려증을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16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2년 건강염려증(건강염려증성 장애)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총 1만3972명이다. 나이가 들면서 건강 문제에 더 예민해지면서 50대 이상이 전체 환자의 51.8%를 차지했다. 특히 60대가 22.7%로 가장 많았다.

건강염려증이란 사소한 신체 증상에도 과민 반응하고, 지나치게 걱정해 자신이 위중한 병에 걸렸다고 생각하는 상태를 말한다. 건강염려증 환자들은 자신에게 병이 있다고 믿고 불안해 한다. 의사의 검사 소견, 주변 사람들의 설득도 통하지 않는다.

건강염려증이 지나치면 지나친 건강과 불안으로 인해 대인관계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직장에서도 업무 능력이 저하될 수 있다. 또 잦은 병원 방문과 반복되는 검사로 인해 경제적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검사 결과가 정상임에도 불구하고 여러 병원을 다니면서 반복적으로 검사를 받으려 한다면 건강염려증을 의심해야 한다. 기침이나 소화불량 같은 가벼운 증상도 암 등 위중환 질병으로 착각하거나, 불안감이 동반되고 6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된다면 건강염려증일 수 있다. 건강염려증이 지속되면 걱정을 넘어 신체의 이상 증상을 경험하기도 해 우울증이 생길 수도 있다.

걱정하는 질환과 관련해 정밀 검사를 받아본 적이 없다면 병원을 방문해 검사를 받는 것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강에 대한 염려와 걱정이 지속된다면 정신과 치료를 고려할 필요가 있다.

건강염려증으로 진단되면 두려움과 원인을 밝히고 환자의 관심을 신체가 아닌 다른 곳으로 돌리기 위한 상담 치료와 인지 행동 치료가 이뤄진다. 불안감이나 우울감이 심한 경우라면 환자의 상태에 따라 항우울제를 복용하는 등 약물 치료도 할 수 있다.

박미진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진찰 결과 이상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병원을 또 방문해 검진을 받거나, 건강이 염려되는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일상생활이나 업무에 지장이 있다면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진단을 받으시길 바란다”면서 “생활 속에서 질병에 대한 인터넷 검색을 자제하는 등 건강에 대해 지나치게 걱정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건강염려증 자가진단테스트

1. 인터넷 기사, TV에 나오는 질병이 모두 내가 알고 있는 질병인 것 같다.

2. 몸에서 느껴지는 감각에 예민한 편이다.

3. 자신의 건강 상태가 안 좋다고 생각해 계속 메모를 한다.

4. 병원 진찰을 통해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지만, 다른 병원을 또 방문해 검진 받는다.

5. 건강이 염려되는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6개월 이상 지속되고 있다.

6… 과도한 염려가 일상생활이나 업무에 지장을 주기도 한다.

※1~6번 중 한 개만 해당돼도 건강염려증으로 진단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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