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이 ‘필수의료 지원대책’을 발표한 후 1년이 지났지만 일선 병원 응급실에는 변화나 개선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고 여전히 환자들로 북적이는 모습이다.
이에 일부 전문가는 비응급, 경증 환자의 응급의료 이용을 제한하고 심지어 페널티를 부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제 발로 걸어서 응급실에 들어왔던 환자들이 갑자기 건강 상태가 악화되거나 응급의학과 의사의 진료를 받다가 중증응급질환으로 진단되는 사례도 많다. 이를 감안하면 아무리 비응급, 경증 환자라도 의료 이용을 원천적으로 제한하거나 교통범칙금처럼 페널티를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다.
응급의료에는 다른 의료 분야와 다른 특수성이 존재한다. 중증 응급환자 진료에는 많은 인력과 장비, 시설 등이 한꺼번에 투입된다. 의사와 간호사, 방사선사, 임상병리사 등이 각자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협업해야 하고 제세동기와 인공호흡기, 컴퓨터단층촬영(CT) 및 자기공명영상(MRI) 기기 등 고가의 영상진단장비도 필요하다. 결국 응급의료는 종합병원을 기반으로 한 임상 진료의 한 형태로 외래 진료와는 다른 보상이 요구된다고 봐야 한다.
그런데 건강보험 수가는 응급실과 외래의 진료비, 주사료, 처치료 등이 모두 동일하다. 외래진료와 다른 점은 응급의료 관리료 책정 정도다. 중증 응급환자 전문의 진료비는 권역·지역응급의료센터만 받을 수 있다 보니 지역응급의료기관은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진료하더라도 비용을 청구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응급환자가 제대로 치료받지 못하고 병원을 찾아 떠도는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문제다. 하지만 응급실의 비용 대비 효과만 따지다 보면 최소한의 투자를 할 수밖에 없다. 결국 응급의료에 대해선 건강보험 수가체계 한계를 보완하는 공공정책수가 적용 등의 개선이 필요하다. 또 119구급대와 응급의료기관이 같은 중증도 분류체계를 사용하고 병상 정보와 응급의료 가능 정보를 중앙응급의료센터에서 전산으로 관리하는 시스템도 필요하다. 또 의료분쟁의 과도한 형사 사건화를 우려하는 의료계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 주면 좋겠다. 잘못을 해도 면책해 달라는 게 아니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기 위해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최선을 다해 진료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조치를 해달라는 것이다. 이런 정책적 지원이 시행되지 않으면 내년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율도 올해처럼 바닥을 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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