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에 소의 줄기세포를 붙여 밥을 했을 때 고기 맛이 나는 ‘쇠고기 쌀’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개발됐다.
연세대학교 홍진기 화공생명공학과 교수팀은 15일 일반 쌀보다 단백질이 8%, 지방이 7% 더 많이 함유된 쇠고기 쌀을 개발했다고 학술지 ‘매터’(Matter)를 통해 공개했다.
붉은빛이 도는 이 쇠고기 쌀은 사실 ‘배양육’(세포 배양으로 만든 고기)이나 다름없다. 지금까지 다양한 형태의 배양육이 전 세계에서 개발됐지만, 쌀을 지지체로 개발된 배양육은 쇠고기 쌀이 세계 최초다.
쇠고기 쌀 개발에 참여한 존스홉킨스대학의 박소현 박사후연구원은 “이 쌀은 그 자체만으로도 영양분이 많지만 가축 세포를 추가하면 더 향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쇠고기 쌀은 일반 쌀보다 단백질과 지방이 더 많은 만큼 이 쌀로 지은 밥은 근육과 지방 함량의 정도에 따라 쇠고기나 아몬드 냄새, 크림과 버터 냄새가 났다.
홍 교수에 따르면 배양육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한 요인은 △사용할 세포의 종류 △배양액의 종류 △세포를 키울 때 사용하는 지지체 △어떻게 식품으로 가공할지 등 총 4가지로 꼽을 수 있다.
세포가 모여 조직을 이루기 위해서는 세포들을 감싸고 입체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지지체가 있어야 한다. 연구진은 소의 세포를 대량으로 배양하기 위한 지지체 후보군을 탐색하던 중 쌀을 주목했다.
홍 교수는 “살아있는 소의 세포를 채취해 따로 키우면 잘 자라지 않는데 쌀에서 정말 잘 자라는 것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쌀 자체가 세포가 구석구석 들어가 성장할 수 있는 매우 미세한 구멍들이 있어 세포를 키우는데 이상적으로 조직화된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또 쌀에는 소 줄기세포가 성장하는 데 필요한 영양분을 가지고 있어 매우 이상적인 지지체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세포가 쌀에 더 잘 달라붙도록 하기 위해 생선에서 추출한 젤라틴으로 코팅했고, 소 근육과 지방 줄기세포를 이 쌀에 파종해 실험실 접시에서 9~11일 동안 배양했다.
연구팀은 “이렇게 만든 쇠고기 쌀은 식품 안전 요건을 충족하고 식품 알레르기 유발 위험이 낮은 성분으로 돼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쇠고기 쌀이 식용으로 적합한지를 확인하기 위해 직접 밥을 지어 영양가, 냄새, 질감 등 다양한 분석을 했다.
그 결과 쇠고기 쌀은 일반 쌀처럼 밥을 지었을 때 찰지거나 끈적이고 부드럽지 않고, 더 단단하고 부서지기 쉬웠다. 또 근육 함량이 높은 쇠고기 쌀은 쇠고기나 아몬드와 같은 냄새가 났으며, 지방 함량이 높은 것은 크림, 버터 및 코코넛 오일 냄새가 났다. 연구팀은 상용화를 위해선 추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했다.
박 연구원은 “쇠고기가 kg당 2만 원에 육박하고 있지만 쇠고기 쌀 배양이 상용화된다면 쇠고기 쌀은 kg당 약 3000원이 될 수 있다”며 “이 쇠고기 쌀은 향후 기근을 위한 식량 구호, 군사 배급, 심지어 우주 식량의 역할을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
연구팀은 쇠고기 쌀이 식품 안전 위험성이 낮고 생산 공정도 상대적으로 쉽다는 점을 들어 상용화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 축산으로 쇠고기를 얻을 때보다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크게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박 연구원은 “단백질 100g이 함유된 쇠고기 쌀을 만들 때 이산화탄소 6.27㎏이 배출되지만 축산으로 얻은 쇠고기는 49.89㎏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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