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환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대장용종 중 선종만 암으로 악화… 3개 이상이면 3년마다 검사해야
3cm 이상 커지면 암 진행 가능성
45세부터 대장내시경 검사 권고
대장암은 50대 이후에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는 50세 이후부터 대장 내시경 검사를 권한다. 최근 들어 상황이 달라졌다. 40대 이하 젊은 사람들의 대장암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의학계는 대장 내시경 검사 권고 연령대를 45세까지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45세부터 대장 내시경 검사를 권장한다. 최창환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현재 국내에서도 45세로 낮추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다”며 “조만간 성사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대장 내시경 검사는 대장암 조기 발견을 돕는 가장 중요한 수단이다. 또한 대장암으로 악화할 수 있는 대장용종을 찾아내 제거함으로써 암 발생률 자체를 낮출 수도 있다. 이를 실제로 확인할 수 있다. 국가 암 등록 통계에 따르면 최근 국내 대장암 발생률이 소폭 감소하는 추세다. 최 교수는 “대장용종을 일찍 발견해 제거한 덕분”이라고 했다.
● 대장용종, 모두 암이 된다?
대장 점막이 안쪽으로 혹처럼 튀어나온 게 대장용종이다. 왜 생기는지, 원인은 명확하지 않다. 유전적 요인, 술과 담배, 환경오염, 비만, 고지방 식품 섭취 등을 원인으로 추정할 뿐이다.
용종을 그냥 둔다고 해서 모두 암이 되지는 않는다. 물론 대장 내시경 검사에서 발견된 용종은 떼어내는 게 원칙이다. 보통 용종을 선종, 과형성 용종, 염증성 용종으로 나누는데, 대장암으로 악화하는 것은 선종뿐이다. 이 용종만 따로 대장선종이라고도 부른다. 최 교수는 “검사 결과를 반드시 챙겨 용종 종류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시경 검사에서 선종이 발견됐다면 10년 후에 100명 중 5명꼴로 대장암이 생긴다. 선종이 크거나 개수가 많을수록, 혹은 가족력이 있을수록 대장암 발병률은 높아진다. 이 때문에 대장선종이 있다면 일반적 검사 권고안(50세 이상, 5년마다)과 다른 검사 주기를 따른다.
선종이 1, 2개만 발견됐고 크기도 1cm 미만이라면 평소와 다름없이 5년 후에 검사를 받으면 된다. 최 교수는 “이런 상황이라면 용종이 없는 사람과 위험도가 똑같다. 굳이 구분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선종이 3개 이상이라면 검사 주기는 3년으로 줄어든다. 선종이 10개를 넘는다면 매년 대장 내시경 검사를 통해 진행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선종은 대체로 천천히 자란다. 1cm까지 커지는 데 보통 2∼3년이 소요된다. 이후 선종이 대장암으로 악화하기까지 2∼5년이 걸린다. 만약 선종의 크기가 3cm를 넘어섰다면 이미 암이 진행되고 있을 확률이 높아 암 치료에 돌입한다. 최 교수는 “아직 국내에는 선종의 크기에 따른 검사 주기 지침이 명확히 정해져 있지 않다. 다만 1㎝ 이상 커졌다면 최소한 3년마다 검사를 해 보는 게 좋다”고 말했다.
● 만성염증도 대장암 유발
궤양성대장염, 크론병은 대표적인 대장 만성염증 질환이다. 최근 서양식 식습관이 일반화하고 비만 인구가 늘면서 국내 20대와 30대의 젊은 환자들이 증가하는 추세다. 일단 발병하면 완치가 어렵다. 원인 또한 명확하지 않다. 유전적 문제, 장내 세균 문제, 면역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염증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제는 만성적 염증이 암을 유발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사실 염증은 손상된 조직을 복구하기 위해 우리 몸이 반응하는 정상적 시스템이다. 하지만 일회성을 넘어 만성화할 때는 다르다. 조직의 파괴와 복구가 반복되면서 유전자(DNA) 염기가 손상될 수 있다. 암 발생의 첫 단계가 바로 DNA 염기 손상이다. 결국 만성염증이 암으로 이어지는 셈.
최 교수는 “만성적 염증 질환이 난치성이기는 하지만 최근 들어 좋은 약제가 많이 나와 염증 조절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적극적으로 이 병을 치료하면 대장암 발병률도 낮출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만성 궤양성 대장염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을 때 대장암 발생률은 평균 2배 높아진다. 물론 당장 대장암이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대체로 병을 진단받은 후 8년 이후부터 대장암 발생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궤양성 대장염 진단을 받았다면 8년째부터는 1∼3년마다 대장 내시경 검사를 받아야 한다.
● 대장용종-암 막는 음식 있다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대 연구팀이 2010년대 중반, 36종의 영양소와 9종의 식품을 기반으로 ‘식사염증지수(DII)’를 개발했다. 이 수치가 높은 식품일수록 만성적 염증을 더 유발한다. 2022년 발표된 또 다른 해외 연구에서는 식사염증지수가 높은 식품을 자주 먹을수록 대장암 외에도 전립샘암, 난소암, 폐암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 교수는 “식사염증지수가 낮은 음식을 많이 먹는 것이 만성적 염증뿐 아니라 대장용종 발생 빈도와 대장암 발병률을 낮출 수 있는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어떤 음식이 좋을까. 일각에서 콩을 비롯해 특정 음식을 추천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콩이 나쁘지 않지만, 그런 특정 음식보다는 항염증 식품으로 알려진 것을 두루두루 먹는 게 좋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녹색 채소, 과일, 전곡류, 올리브유, 생선 등 5가지를 대표적인 항염증 식품으로 꼽았다. 전곡류는 보리, 메밀, 통밀, 현미 등 겉을 적게 벗겨낸 곡물을 말한다.
반대로 염증을 유발하는 음식도 있다. 식사염증지수가 높은 식품들이다. 밀가루 같은 정제된 탄수화물, 탄산과 가당 음료, 튀긴 음식, 적색육, 가공육 등 5종류가 대표적이다. 이런 음식들이 염증을 유발하는 메커니즘은 명확하지 않다. 다만 염증성 물질의 혈중 농도를 증가시키는 방식 등으로 암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 교수는 “이 밖에 비만도 암 발생에 큰 영향이 있다. 과체중 및 비만, 적은 신체 활동량과 더불어 적색육 및 가공육은 많이 섭취하고 식이섬유소 및 통곡물은 적게 섭취하는 식습관이 대장암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적절한 체중 조절 및 운동이 암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장내 좋은 세균을 늘리자
대장은 인체 여러 장기 중에서 미생물 종류나 수가 가장 많은 장기다. 장내 미생물은 음식의 소화, 영양 흡수, 면역 조절 등 여러 역할을 한다. 최근에는 장내 미생물 상황이 대장암은 물론이고 다른 암의 발병과도 직결된다는 연구 결과들이 주목받고 있다.
대장암일 경우 발병 초기에 장내 미생물 변화가 감지된다. 좋은 미생물은 줄어들고 DNA를 손상시키는 등 암과 직결된 미생물이 늘어난다. 따라서 식사염증지수가 낮은 식품을 먹는 것 외에 장내 미생물 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대장암 발병률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장내 미생물 환경을 개선하는 식단은 염증을 낮추고 대장 용종을 줄이는 식단과 대체로 비슷하다. 다만 식이섬유가 많이 든 식품을 추가로 많이 먹어 주는 게 좋다. 식이섬유를 섭취하면 장내 미생물이 이를 발효시켜 단쇄지방산이란 것을 만든다. 이 물질은 대장 점막에 에너지를 공급하고 혈당과 콜레스테롤을 조절한다. 비만 위험도 줄여 준다. 반대로 지방을 많이 섭취하면 대장암 발병률은 높아진다. 물론 암을 유발하는 세균이 왕성하게 활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몸에 좋은 미생물을 많이 만들어 내는 데 도움이 되도록 양질의 균인 프리바이오틱스를 먹는 게 좋은 전략이 될 수 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프리바이오틱스는 채소와 과일 외에도 콩이나 통곡물류, 해조류 등에 풍부하다. 이런 음식을 자주 먹어 주면 장내 미생물 환경을 개선하고, 대장 점막도 보호할 수 있다.
다만 현재까지는 이런 프리바이오틱스의 변비나 설사 개선 외에 대장암 예방 효과는 동물실험 단계에서만 입증된 상태다. 대장암을 예방한다는 제품은 아직 출시된 게 없다는 뜻이다. 최 교수는 “다행히 중환자실에 입원할 정도로 면역력이 크게 떨어진 사람만 아니라면 이런 프리바이오틱스가 부작용은 없다”고 말했다. 최 교수는 “국내외에서 대장암을 예방할 수 있는 미생물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 머잖아 성과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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