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미국인 터너, 하나원 등 찾아
“美서 공부할 기회 얻길” 격려도
통일부 “인권침해 기록 중요성 공감”
“중국에 있는 탈북민들이 강제 북송되면 자식들과 분리됩니다. 이는 천륜을 저버리는 일입니다.”
16일 오후 서울 강서구 남북통합문화센터. 센터를 찾은 한 탈북민은 줄리 터너 미국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를 만난 자리에서 “중국에 있는 탈북민들을 보호해주기 바란다”며 이렇게 말했다. 강제 북송 문제가 거론되자 현장에 있던 무연고 및 제3국 출생 청소년을 포함한 10명 내외의 다른 탈북민들도 공감을 표했다. 터너 특사는 이들에게 “탈북민 강제 북송을 막기 위해 국제사회와 협력을 강화하는 등 더욱 노력해 나가겠다”고 약속했다. 면담 일정은 예정된 60분을 훌쩍 넘겨 100분가량 이어졌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대사급인 터너 특사는 지난해 10월 취임 이후 첫 해외 일정으로 같은 달 한국을 찾았고 이번에 다시 방한했다. 첫 방한 당시 그는 “중국 정부에 강제 송환 금지 원칙을 준수할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하고 있다”며 강제 북송 저지를 위한 미 정부 차원의 의지를 확인한 바 있다. 강제 북송 문제와 북한 주민 인권 문제를 제기하는 터너 특사에 대해 북한은 “내정간섭과 대결을 선동하는 대결특사”라며 맹비난했다.
터너 특사는 이날 오전엔 처음으로 경기 안성에 위치한 하나원(통일부 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을 찾아 사회 적응 교육 중인 탈북민들을 만났다. 그는 최근 북한을 탈출한 탈북민들에게 북한의 현재 상황 등을 물었다고 한다. 또 미국에도 탈북민이 500명가량 정착해 있는 상황을 언급했고, 하나원 시설은 물론 심리치료·직업교육 등 여러 프로그램을 눈여겨보고 깊은 인상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탈북민 A 씨는 터너 특사에게 “하나원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어서 기쁘다. 나중에 미국에서 공부할 수 있었으면 한다”고 했다. 이에 터너 특사는 “미국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탈북민 B 씨는 터너 특사에게 “북한에 있을 때 성공한 탈북민들 이야기를 접했다. 그런 이야기들을 들은 뒤 남한으로 가는 꿈을 키우게 됐다”며 탈북을 결심한 배경을 설명했다.
통일부는 이에 앞서 터너 특사가 15일 강종석 통일부 인권인도실장과 면담했다며 “양측은 북한 인권 침해 기록의 중요성에 대해 공감했다”고 밝혔다. 통일부가 지난해 처음 공개 출간한 ‘2023 북한인권보고서’처럼 인권 침해 사례를 담은 공식 기록을 남기고 이를 국제사회에 알려야 북한 당국의 의미 있는 태도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다는 데 공감했다는 것. 통일부는 앞서 보고서에 임신부 및 청소년 공개 처형 사례 등 탈북민 508명을 심층면담한 내용을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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