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상현 카카오모빌리티 마케팅실장(49)은 2018년 서울 남산 도로에서 사이클을 타다 뒤에서 오는 차에 치여 크게 다쳤다. 왼쪽 어깨뼈가 부러져 수술까지 받았다. 그 후 트라우마가 생겨 여섯 대나 되던 자전거를 다 팔았다. 거의 매일 타던 자전거를 안 타니 체중이 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2020년부터 걷고 달렸다. 지금은 마라톤 마니아가 됐다.
“눈이 많이 내린 어느 날 트레일러닝 하는 친구들이랑 북한산 백운대에 올랐는데 제가 살이 쪄 헉헉거리자 놀리는 겁니다. 비웃는 것 같기도 하고…. 일종의 모멸감이 느껴졌어요. 당시 체중이 98kg이었습니다. 그래서 살을 빼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서울 한강으로 나가 걷기부터 시작했다.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피트니스센터 등 실내 스포츠 시설이 폐쇄되던 때였다. 도로, 공원, 산은 예외였다. 달리는 게 쉽지는 않았다. 달린다고 했는데 1km에 10분이 걸렸다. 사실상 걷다시피 한 것이다. 매일 달렸다. 그러자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달리는 속도도 빨라졌다. 한 3년 달리니 15kg이 빠졌다. 혼자 달리다 친구들과 함께 달렸다. 그는 “동호회에 가입한 건 아니고 저를 놀렸던 친구들, 그리고 학교 친구들, 사회 친구들이랑 달린다”고 했다.
지난해부터 마라톤 대회 풀코스에 도전했다. 그는 “나를 테스트해 보고 싶었다. 그런데 힘이 들어 32km 지점에서 포기했다”고 했다. 4월엔 하프마라톤을 1시간47분28초에 완주했다. 그리고 11월 42.195km 풀코스를 4시간46분28초에 완주했다. 풀코스 첫 완주였다. “완주한 뒤 ‘내가 왜 사서 이런 고생을 했지?’란 생각이 들면서도 ‘아, 내가 해냈구나’ 하는 성취감을 느꼈어요. 한 일주일 동안은 온몸 여기저기가 쑤시고 아파서 ‘내가 이걸 다시 하면 미친놈이다. 다시는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마라톤 대회 참가 신청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박 실장은 일상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려 일찍부터 여러 스포츠를 즐겼다. 대학 졸업 후 취업했다가 2005년 미국 뉴욕대에서 MBA 과정을 밟을 때부터 복싱을 시작했다. 귀국해 씨티은행, 애플 마케팅 매니저를 하면서도 글러브를 놓지 않았다. 너무 격한 운동이 어느 순간 부담이 돼 복싱을 그만뒀다. 어릴 적 좋아했던 영화배우 브루스 리의 절권도를 시작했지만 흥미를 붙이지는 못했다. 약 7년 전부터 사이클을 탔고 재미를 붙였는데 큰 사고 탓에 결국 마라톤을 하게 된 것이다.
“마라톤 대회에 함께 출전하며 절 놀린 친구들에게 ‘너희가 준 모욕감 때문에 달렸다’고 하자 기억 못하더라고요. 개구리는 맞아 죽어도 돌 던진 사람은 기억 못 한다고…. 어쨌든 지금은 그 친구들과 즐겁게 달리고 있습니다.”
박 실장의 하루는 달리기로 시작한다. 그는 “매일 새벽 5∼7km를 달린 뒤 출근한다. 어쩌다 안 달리고 출근하면 하루 종일 몸이 찌뿌드드해 일이 안 된다”고 했다. 주말엔 10∼15km를 달린다. 3월 17일 열리는 서울마라톤 겸 제94회 동아마라톤 풀코스를 준비하는 그는 “대회를 앞두고는 주말에 30∼35km를 달린다”고 했다. 풀코스를 완주하려면 30km 이상을 달리는 LSD(Long Slow Distance) 훈련이 필수다.
박 실장은 이제 달리기 전도사가 됐다. 그는 “자전거보다 훨씬 쉽게 할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운동화 신고 나가서 달리면 된다. 금전적 부담도 훨씬 적다. 무엇보다 운동 효과가 좋다. 자전거 탈 땐 살이 잘 안 빠졌는데 달리니 확 빠졌다. 다이어트에 최고”라며 웃었다. 그는 현재 체중 80kg을 유지하고 있다.
“주말엔 내가 설득해 뛰고 있는 대학 친구들이랑 주로 달립니다. 과거 함께 자전거 탔던 멤버들인데 달리기로 끌어들였죠. 함께 달리는 것도 목적이지만 한강 주변 맛집을 정해 놓고 그곳까지 달려가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입니다. 이제 한강 근처 맛집, 카페 등은 거의 다 꿰고 있습니다.”
박 실장은 18일 새벽 친구들과 한강을 달리고 이촌한강공원에 모인 뒤 내장곰탕으로 유명한 용산 평양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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