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엔 클럽 경비원, 낮엔 골프 연습… PGA 우승 ‘인생역전’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2월 2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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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이크 냅, 멕시코오픈서 생애 첫승
상금 19억원-2년간 출전자격 얻어
DP월드투어 케냐오픈서도 인생역전
슈퍼마켓 배달 세계 2930위가 2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신인 제이크 냅(미국)이 26일 멕시코오픈 정상을 차지하며 PGA투어 첫 승을 거둔 뒤 우승 트로피를 든 채 기뻐하고 있다. 바야르타=AP 뉴시스
미국프로골프(PGA)투어 신인 제이크 냅(미국)이 26일 멕시코오픈 정상을 차지하며 PGA투어 첫 승을 거둔 뒤 우승 트로피를 든 채 기뻐하고 있다. 바야르타=AP 뉴시스
2년 전까지만 해도 나이트클럽과 결혼식장 경비원으로 일하던 무명 골퍼 제이크 냅(30·미국)이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 됐다. 냅은 26일 멕시코 바야르타의 비단타 바야르타 골프코스(파71)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멕시코오픈 최종 4라운드에서 이븐파 71타를 쳐 최종 합계 19언더파 265타로 우승했다. 냅은 지난해 2부 투어인 콘페리투어를 거쳐 올해 PGA투어로 올라온 신인이다. 이번 대회는 9번째 출전한 PGA투어 대회였는데 PGA투어 회원이 된 올해 들어선 5번째다. 종전 최고 성적은 1월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의 공동 3위다.

냅은 PGA투어 정상에 서기까지 남다른 길을 걸어야 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를 졸업한 뒤 2016년 프로로 전향했지만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캐나다 투어와 2부 투어를 전전하다 2021년엔 콘페리투어 출전 카드마저 잃었다. 대회 참가에 필요한 경비를 벌기 위해 고향 코스타메사의 한 골프장 내 나이트클럽에 이력서를 냈다. 낮엔 골프장에서 연습하고, 밤엔 바텐더로 일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의 체격(181cm, 86kg)을 본 사장은 나이트클럽 입구를 지키는 경비 일을 맡겼다. 인근 결혼식장에서 행사가 있을 때도 경비원으로 일했다.

나이트클럽 경비원 생활은 그에게 큰 자극이 됐다. 냅은 “파티가 열리는 금, 토요일 새벽까지 입구를 지키다 보면 골프가 내게 얼마나 소중한지, 골프로 돈을 번다는 게 얼마나 좋은 일인지 깨달을 수 있었다”며 “그곳에서 일하면서 웬만한 일엔 흔들리지 않게 됐다. 오늘 내가 이 자리에 있는 것도 그때의 경험 때문”이라고 했다. 절치부심한 그는 지난해 콘페리 투어 포인트 13위 자격으로 올해 PGA투어에 올라왔다.

이번 대회 우승을 확정한 뒤 냅은 18번홀 그린에서 기다리던 여자 친구를 안았다. 지난해 암으로 세상을 떠난 외할아버지의 이름 이니셜을 팔뚝에 새기고 경기를 한 그는 “라운드 후 매번 하늘에 계신 외할아버지께 문자를 보냈다. 오늘 이 자리에 계셨다면 ‘잘했어, 이제 우승 축하 닭튀김 먹으러 가자’고 하셨을 것”이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우승 상금 145만8000달러(약 19억4000만 원)를 챙긴 냅은 이번 대회 우승자 자격으로 향후 2년간 PGA투어 카드를 유지한다. 총상금 2000만 달러(약 266억 원)가 걸린 특급 대회와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PGA챔피언십에도 나갈 수 있다.

전날 케냐 나이로비의 무타이가 골프클럽(파71)에서 끝난 DP월드투어(옛 유럽투어) 케냐오픈에서도 인생 역전의 주인공이 나왔다. 영국에서 슈퍼마켓 배달기사로 일하며 투어를 뛰던 조 딘(30·잉글랜드)은 최종 합계 12언더파 261타로 공동 2위를 하며 상금 19만9749유로(약 2억9000만 원)를 받았다. 이번 대회 전까지 세계랭킹 2930위이던 딘은 “오랫동안 꿈꿔온 일이 현실이 됐다”며 기뻐했다.

#제이크 냅#무명 골퍼#인생 역전#pga 우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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