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들께서 제출하신 제반 서류들을 수리할 수 없습니다. 3월 1일부로 본원 전공의 임용 예정입니다.”
지난달 28일 건국대병원은 이 같은 내용의 문자메시지를 전공의(인턴, 레지던트) 예정자에게 보냈다. 임용계약을 포기하겠다며 관련 서류를 제출했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는 취지였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도 비슷한 안내문을 전공의 예정자들에게 보냈다.
사직서를 내고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이 돌아올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일부 병원들이 ‘3월 의료대란’을 우려해 전공의 예정자들에게 “임용 포기 의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통보한 것으로 29일 확인됐다.
의사단체들은 “이미 일하고 있는 전공의들이 낸 사직서는 정부의 ‘집단사직서 수리금지 명령’ 때문에 수리를 못 한다고 해도 새로 계약을 맺지 않겠다는 것까지 막는 건 이해할 수 없다”며 반발하고 있다.
전공의 수련을 마친 뒤 병원에 남으려 했다가 임용 포기 의사를 밝힌 예비 전임의(펠로)들에게도 비슷한 내용이 공지됐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달 28일 신규 전임의 예정자 215명에게 ‘임용 포기서를 수리할 수 없고 계약대로 3월 1일자로 임용 발령을 내겠다’는 취지의 메시지를 보냈다.
안내 메시지를 보내지 않은 병원들도 임용 포기 여부와 관계없이 전공의와 전임의들을 신규 임용할 방침이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29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전임의 임용계약 등은) 병원과 그분들의 관계다. 정부가 추가적인 명령을 내리거나 한 바가 없으며 병원이 자체 판단에 의해 하고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병원들은 이탈한 전공의들이 돌아오지 않는 상황에서 인턴, 레지던트, 전임의 예정자까지 안 들어올 경우 의료대란이 발생할 수 있어 내린 조치란 입장이다. 하지만 전공의와 전임의 예정자 상당수가 병원 방침과 관련없이 출근을 안 할 예정이어서 현장에서 실제 근무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임용 후 의사들이 근무하지 않으면 ‘근무 이탈’에 해당돼 행정처분 및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의사단체들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은 병원과 의료원 10곳에 “임용을 포기한 의사들의 자유 의사를 존중하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했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은 “계약을 철회할 권리를 빼앗겠다는 것”이라며 “개별 병원들이 이런 초법적 발상을 했을 가능성은 없기 때문에 정부의 압박이 있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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