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장기화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두고 “상황이 악화하기 전 협상할 용기가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직접 거명하지는 않았으나 최근 우크라이나군이 수세를 겪는 와중이어서 젤렌스키 대통령을 향한 메시지로 풀이된다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교황은 9일(현지 시간) 사전 공개된 스위스 공영방송 RTS와의 인터뷰에서 “상황을 보며 국민을 생각하고 백기를 들고 협상할 용기가 있는 사람이 가장 강한 사람”이라며 “패배하거나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협상할 용기를 갖는 것이 용감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는 지난달 초 바티칸에서 진행됐으며 이달 20일 방송된다.
교황은 “협상은 결코 항복이 아니다. 국가를 자살로 몰지 않는 것은 용기”라며 더 많은 생명이 희생되는 일을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튀르키예(터키) 등 우크라이나 전쟁의 중재자 역할을 원하는 나라도 많다며 “상황이 더 나빠지기 전에 협상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라”고 거듭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교황이 협상의 필요성을 언급한 적은 있지만 ‘백기(white flag)’나 ‘패배(defeated)’ 등의 용어를 사용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로이터통신은 분석했다. 최근 러시아군이 아우디이우카 등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를 속속 장악하고 있는 데다 우크라이나 지원에 부정적인 미국 야당 공화당의 반대로 조 바이든 미 행정부의 우크라이나 지원이 사실상 중단된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젤렌스키 대통령 측은 교황 발언에 대한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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