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공백 혼란]
2000명중 비수도권에 80% 배정
50명 미만 미니의대 대폭 증원
정부 “이르면 이달말 배분 완료할것”
정부는 2025학년도에 늘어나는 의대 입학정원 2000명 중 80%가량을 비수도권 의대에 배분할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의료 공백을 메우고 의사들의 수도권 쏠림 현상을 완화하겠다는 취지다.
교육부와 보건복지부는 15일 의대 정원 배정 심사위원회 첫 회의를 열고 늘어나는 정원을 대학별로 어떻게 배분할지 본격적인 논의에 착수한다. 정부는 비수도권 의대 27곳에 정원 1600명가량을 집중 배정하고, 수도권 13개 의대엔 400여 명만 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증원을 신청한 대학 40곳 중에서 ‘비수도권’과 ‘미니 의대’의 정원을 대폭 늘릴 방침이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비수도권 대학 중에는 ‘거점병원’을 운영하는 국립대 의대에 집중적으로 정원을 배정할 방침”이라고 했다. 또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6일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의대 정원이 100명은 돼야 교육이 잘 이뤄진다”며 정원 50명 미만인 미니 의대의 정원을 대폭 늘리겠다고 밝혔다.
이런 방침에 따라 부산대(현 정원 125명), 경북대(110명), 경상국립대(76명), 충남대(110명), 전북대(142명), 전남대(125명) 등의 입학 정원이 200명 안팎으로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미니 의대이면서 비수도권 국립대인 강원대(49명), 충북대(49명), 제주대(40명) 등의 정원도 100명 이상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서울대(135명), 고려대(106명), 연세대(110명) 등 수도권 주요 의대는 정원을 소폭 늘리기로 했다. 지역 국립대 정원이 수도권 주요 대학을 능가하게 되는 것이다.
정부는 대학들이 배정받은 정원에 따라 입시 요강을 수정해 5월에 공고해야 하는 만큼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까지는 배정을 마치는 걸 목표로 하고 있다.
전국 의대 40곳 중 27곳은 비수도권에 있다. 전체 의대 정원 3058명 중 비수도권 의대 정원은 2023명(66%)이다. 하지만 비수도권 의대 졸업생 상당수는 수도권 병원에 취직하기 때문에 지방은 의사 구인난이 심각하다. 정부는 지방 의대 정원을 대폭 늘리고 지역인재전형(선발) 비율을 높여 지방에 정착하는 의료 인력을 늘리겠다는 구상이다.
● “비수도권 미니 의대 집중 배정”
의대를 보유한 전국 대학 40곳은 이달 4일 교육부에 희망 증원 규모를 제출했다. 수도권 대학 13곳은 총 930명, 비수도권 대학 27곳은 총 2471명을 늘려 달라고 신청했다. 신청 인원으로 보면 비수도권이 72.6%지만 정부는 지방대에 80%가량을 집중 배정할 방침이다. 이 경우 2025학년도부터 전체 의사의 70% 이상이 비수도권 의대에서 배출된다.
정부는 지역인재전형 비율을 현행 40%에서 60% 이상으로 늘리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지방에서 자라 초중고교를 나온 학생이 자기 지역 의대에 진학하면 졸업 후에도 수도권으로 옮겨오지 않고 해당 지역에서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확률이 높다는 판단이다.
또 비수도권 의대 중 교육·수련이 주로 수도권에서 이뤄지는 곳은 ‘교육·수련을 비수도권에서 시킬 것’이란 조건을 달아 추가로 정원을 배분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울산대와 한림대 의대의 경우 대학은 각각 울산과 강원 춘천시에 있지만 실습과 수련은 대부분 서울아산병원(울산대)과 수도권 성심병원(한림대)에서 이뤄지다 보니 수련을 마치고 수도권에 정착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울산대의 경우 울산의 유일한 의대인 만큼 ‘수련 비수도권’ 요건만 지킬 경우 지역 거점 국립대만큼 배분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정부는 입학 정원이 50명 미만인 전국 17개 ‘미니 의대’에 정원을 대폭 배정해 100명 안팎으로 늘릴 방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전남도청에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전남도 국립 의대는 어느 대학에 (신설)할 것인지 전남도에서 의견 수렴해 알려주면 추진하도록 하겠다”며 의대 신설 가능성도 열어놨다. 전남은 세종과 함께 의대가 없는 두 광역자치단체 중 하나다.
● 교수들 사직 논의…총장들 “환자 곁 지켜야”
의대 증원에 반대하는 의대 교수들의 집단 사직 움직임은 확산되고 있다.
서울대 의대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를 중심으로 연세대, 울산대 등 19개 의대 교수들이 모인 ‘전국 의과대학 교수 비대위’는 15일까지 대학별로 집단 사직서 제출 여부를 결정하고 결과를 취합하기로 했다. 서울대와 울산대, 부산대 교수들은 이미 사직 의사를 밝힌 상태다. 가톨릭대 의대 교수협의회도 14일 오후 총회를 열고 집단 사직서 제출을 논의했다. 전국 의대 교수 대표자들의 모임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전의교협)도 14일 저녁 온라인 임시 총회를 열고 사직이나 겸직 해제 요구에 나서는 방안을 논의했다. 의대 교수는 학교 강의와 병원 진료를 겸직하는데 겸직 해제는 강의만 하고 진료를 안 하겠다는 뜻이다.
대학 총장들은 의대 교수들의 집단행동을 만류하고 나섰다. 국가거점국립대 총장협의회는 14일 성명을 내고 “전임의와 교수들의 추가적인 사직이 이어진다면 의료 현장의 혼란을 더욱 악화시키고 국민 건강과 안전에 직접적 위협이 될 것”이라며 “국민의 곁을 지켜달라”고 했다. 오연천 울산대 총장도 이날 의대 교수들에게 호소문을 보내 사직을 만류했다.
정부는 의대 교수가 병원을 이탈할 경우 전공의(인턴, 레지던트)들과 마찬가지로 업무개시명령과 진료유지명령을 내릴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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